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대체적으로 도시에 살고 있을 것이고 또 대부분이 도시에 익숙하다. 그만큼 도시라는 공간은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내게 있어 도시라고 하면 일단 내가 살고 있고 시골에 비해 여러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밤에도 잠들지 않고 또 외국의 여행가보고 싶은 멋진 공간 정도랄까.
그렇기에 도시라는 공간을 12가지의 콘셉트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로운 동시에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인 김진애 도시건축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쓸신잡'으로 알려진 인물일 것이다.
그전에도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것 같은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매개체로 12가지를 언급한다.
그것은 바로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 예찬, 대비, 스토리텔링, 디코딩, 욕망, 부패에의 유혹,
현상과 구조, 돈과 표, 돌연변이와 진화이다. 언뜻 가장 먼저 익명성이 등장한다는 것은 도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것 같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면 다른 의미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적이 없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이런 식으로의 접근도 가능하겠구나 싶어 신기했던것 같다.
그리고 각 콘셉트에 따라 분류한 공간들을 소개하는데 권력과 권위로 등장하는 청와대·국회·청사들이나
스토리텔링의 콘셉트에 등장하는 통영 이야기·강화 스토리는 흥미롭다. 여기에 코딩과 디코딩이라는 말도 언급하는데 도시 공간에 대해 저자는 참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그리고 도시건축가라는 입장과 인문학적인 접근을 동시에 다루고 있는것 같아 더욱
의미있었다.
게다가 단순히 그 도시의 외양적 모습, 도시가 가진 스토리만이 아니라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들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곧 도시 간은 물론 도시 안의 양극화를 모두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신도시와
달동네에 대해 '설계로 만들 수 없는 도시'라고 표현한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였다.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삶의 필요, 또 어떻게 보면 도시 속 소득의 양극화로 생겨났을 공간이기도 할
신도시와 달동네를 도시 건축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어보는 점은 분명 의미있을테니 말이다.
도시라는 공간에 살고 있고 익숙한 공간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이런 식의 접근은
생각해본적도 없었기에 더욱 흥미로운 책이 아니였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