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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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묘한 책이다. 그리고 판타지 재난 영화라고 봐도 좋을것 같다. 이런 류의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 참 신기한 것이 아무런 희망도 없어보이는 멸망의 순간, 파멸의 공간에서도 인간의 결국 희망을 가꿔내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려고 하는데 정말 이런 순간이 온다면 이런 방법들이 가능할까 싶어지기도 한다.

 

아울러 간혹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상황들이 실제에서 시간이 흘러 현실화 단계에 오르기도 하는 걸 보면 그저 재난영화라고만 생각했던 내용들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싶어 무섭기도 하다.

 

2007년 김유정소설문학상에 단편소설 「토큰」이 당선된 바 있는 이경 작가의 신작 『소원을 말해줘』가 다산책방(다산북스)에서 출간되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공간 또한 그런 의미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물론 가상의 도시가 배경이긴 하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 도시를 지배하는 것은 한 제약 회사이다. 일종의 기획 도시로 인구는 50만 정도이다. 주인공인 흥미롭게도 이름이 아닌 '그녀'다. 그녀의 직업은 거대 파충류 사육사.

 

이곳에는 특이한 공간이 있는데 바로 D구역. 그러나 이 D구역은 격리공간이다. 사람들은 피부 각화증을 겪고 있고 마치 바이러스를 옮길거라는 이유로 다른 곳의 사람들은 이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한편 D 구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롱롱이라는 거대 뱀에 대한 전설이 회자되며 그들은 롱롱이가 자신들을 구원해줄거라 믿고 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로 볼때 아마도 독자들은 그녀가 도시 전체를 구하기 위해 롱롱을 찾아떠나게 될거란 것을 예감하게 될 것이다. 롱롱이가 허물을 벗으면 자신들도 영원히 허물을 벗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거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일은 그야말로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결국 전설이 사실이 되지 않자 사람들은 근본적인 문제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바로 자신들의 허물을 벗겨내주는 방역센터. 과연 이 방역센터는 자신들을 위한 공간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고통과 좌절을 거쳐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국내 최초의 재난/공포소설이라는 『소원을 말해줘』. 분명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던 SF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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