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에서

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티븐 킹이라고 하면 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을 쓴 작가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번에 선보인 『고도에서』에서는 기존의 그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감동 스토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미스터리한 요소가 등장하긴 한다.

스콧 캐리는 아내와 이혼하고 현재 고양이 빌과 함께 살고 있다. 재택 근무를 하면서 웹사이트 제작을 의뢰받아 일을 하는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몸에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바로 몸무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195cm에 109kg이던 몸의 외양은 그래도 인데 체중계에 올라가서 확인하면 매일 0.5kg 정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추세라면 내년 하반기가 되기도 전에 그의 몸무게는 "0"가 될 것이다.

몸무게는 줄어들지만 몸의 모습은 그대로라 옷도 그대로 입고 있다. 게다가 엄청난 칼로리를 먹어도 살이 찌기는 커녕 몸무게는 매일 줄어든다. 결국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닥터 밥을 찾아간다. 처음 믿지 않던 밥은 그가 옷을 탈의하고 몸무게를 재어보이자 그때서야 스콧의 말을 믿지만 그와 반비례로 스콧이 처한 상황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프거나 하지도 않다. 오히려 체중이 줄어드니 근육량이 늘어 외양은 뚱뚱한 중년일지언정 몸은 가볍게 느껴진다.

밥은 스콧에게 병원을 권유하지만 사실 원인도 알 수 없고 딱히 치료법도 없는 가운데 실험실의 생쥐마냥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어 온갖 실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결국 둘만의 비밀로 하고 헤어진다.

스콧이 사는 곳인 캐슬록은 상당히 보수적인 마을, 이곳에 동성혼 부부인 미시와 디어드리가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 채식주의 식당을 운영하는 두 사람은 개를 키우는데 이 개로 인해 부부와 스콧은 사실 얼굴을 붉힌 적이 있어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을 내에서 동성혼 부부인 두 사람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사실에 부당함을 느끼던 스콧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 끝에 묘수를 생각해낸다.

40년 넘게 마을에서 개최되는 캐슬록 터키 트롯(마라톤 대회)에 디어드리(마라톤 선수였다)가 출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에게 깜짝 놀랄만한 제안을 하는데...

스콧은 스스로가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만약 알았다면 관심을 넘어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자 미시와 디어드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사람들로부터 인간적인 평가를 받길 원했을 것이다.

게다가 디어드리라면 그가 어떤 마음에서 이런 내기를 하는지, 그리고 이후 자신의 상황이 더 악화되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누구보다 그 상황을 잘 이해해줄거라 믿었던 것이다. 그런 스콧의 예상은 과연 맞아떨어질까?

스티븐 킹 답지않게(?) 상당히 친절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였다. 한편으로는 스콧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의 마지막이 외롭지 않았기를 바라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