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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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여전히 왕실이 있는 나라가 있다. 가깝게는 일본이 있고 왕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영국도 있다. 물론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는 정치와 분리된 상징적인 존재로 있는 경우도 많고 더 나아가서는 왕실의 운영비 등에 따른 폐지론이 거론되는 왕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를 지나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왕실이 존재했었다. 가끔 지금도 왕실이 존재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보게도 되지만 말이다.

 

보통 왕위는 계승서열에 따르는데 현재 여러 왕실을 보면 대체적으로 첫째가 차기 왕이 될 왕세자가 된 이후 그 왕세자의 첫 번째 자녀가 다음 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는 어떠했을까? 간혹 사극을 보면 왕위를 둘러싼 피비린내나는 궁궐 암투극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는 픽션에만 존재하지 않았던것 같다. 어린 나이에 왕에 의해 왕세자에 책봉이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왕세자 교육을 받게 되는데 보통 10년 내외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위가 이뤄지거나 아니면 선대가 승하했을때 자신이 왕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언제 왕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왕들은 계비나 후궁이 많아서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사이에서도 분명 암투극은 존재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왕조 역사상 왕세자가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 왕위 계승 1위인 왕세자. 오롯이 왕이 되기 위해 책봉된 이후 교육에 매진했을 그들이 왜 실제로 왕위에 오르지 못했을까?

 

먼저 통계를 보면 폐세자가 5명이나 되고 요절한 경우가 6명이였고 대한제국 최초이자 최후의 황태자가 1명으로 총 12명의 왕세자(통칭해서 왕세자라 하겠다)가 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놀랍게도 태조 이성계에 의해 조선 왕조 최초의 왕세자가 된 의안대군 이방석이다. 그는 태조의 정비가 아닌 계비에 의해 태어난 둘째 아들로 11살에 책봉되었다. 이때 반기를 든 것이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이방원. 그는 자신의 형이자 이방우를 세자로 책봉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방원은 듣지 않았고 결국 훗날 이방원에 의해 살해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선왕조 최초로 폐위된 인물이자 살해된 왕세자인 셈이다.

 

이외에도 아마 한국사 시간에 많이 들어보았을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 항간에는 양녕대군이 뛰어난 동생이였던 충녕대군을 왕세자가 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망나니 같은 행동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는 자주 문제를 일으켜 태종 이방원이 폐세자를 만들어 유배를 보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문제는 있었던것 같다.

 

여러 흥미로운 인물들이 나오는데 역사 속에서 자주 거론되는 정조의 아버지이자 영조의 아들인 사도세자. 뒤주에 갇혀 굶어죽은 왕세자였던 그는 죽음 이후 뒤주에서 꺼내져 지위가 복원된 인물이기도 하다니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흥미로운 점은 추촌왕이라는 것이 있다. 왕세자가 되었으나 왕이 되지 못하고 죽은 이를 후에 왕으로 추대한 셈인데 바로 세조의 아들인의경세자 이장(덕종으로 추존)과 영조의 아들 효장세자 이행(이종),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 이영(문조), 앞서 이야기 한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 이선(장조)가 있다.

고종의 7남으로 고종이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선포한 후 최초의 황태자이자 최후의 황태자가 되었던 인물이 바로 의민황태자 이은인데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던 나라의 운명 때문에 비운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기도 할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그가 이방자 여사와 정략결혼을 하고 낳은 장남 이진은 생후 9개월에 죽은 왕세손이기도 한데 죽음을 둘러싸고 독살설도 있다고 한다. 이후 어렵게 차남인 이구를 얻게 되나 그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은 끝내 이혼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사실 영친왕은 일본에 의해 정략결혼을 하기 전 명성황후 민씨의 친족이였던 민영돈의 딸과 약혼을 한 상태였다고 한다.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왕세자빈이 되었던 민갑완과의 약혼 선물까지 주고받았다니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게다가 일본에 의해 일본여인과 영친왕의 결혼이 기정사실화되고 실제로 결혼에 이르게 되면서 민갑완과 그의 집안이 겪어야 했던 수모와 고통은 이제까지의 그 어떤 역사책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야기라 놀라웠다.

 

왕세자에서 폐위된다는 것은 보통 죽음을 면치 못하거나 결코 순탄치 않은삶을 살게 됨을 의미 하지만 그 주인공 중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양녕대군이 괜찮았던것 같은데(실제로 그는 폐세자 중 유일하게 제 명까지 살다 죽은 인물이기도 하단다) 이후 세종의 아들과 손자를 둘러싼 단종과 수양대군(세조)의 비극사에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과연 양녕대군의 진의(眞意)는 무엇이였을까하는 궁금증을 남긴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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