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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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칸트도 울고 갈 정도로 시간관념이 철두철미하다. 게다가 패턴도 일관성을 띈다. 이웃 사람들이 칸트의 산책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췄을 정도라고 하는데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의 고복희 사장 역시 그렇다. 호텔 사장 고복희. 그러나 과거 그녀는 무려 25년간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상당히 독특한 그녀의 일과는 매일 새벽 다섯시에 시작된다. 장사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어쩌면 빠른 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분 참 특이하다. 원더랜드라는 호텔을 운영하지만 현재 호텔이 위치한 캄보디아 프놈펜에 오게 된 사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요즘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엄청나다. 불황의 시대, 청년 실업률도 높아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가운데 공무원의 경우 고용보장, 노후 보장 등의 이유로 그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고복희 사장은 무려 중학교 영어 교사다.

 

그러니 공무원 연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외로 상당히 많이 나올텐데도 불구하고 그것 포기하고 프놈펜으로 왔다. 죽은 남편이 퇴직 후 남쪽 나라로 가서 살자고 말했고 그 은퇴 계획을 실현하겠다는 일념으로 남편의 죽음 이후 그녀만 혼자 온 것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있을까 싶어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분 명색이 호텔 사장인데 자신의 호텔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다 싫다. 이름만 호텔일뿐 거의 민박에 가까운 원더랜드. 욕쟁이 할매집까지는 아니지만 호텔 서비스는 둘째치고서라도 이런 숙박업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친절함과는 거리가 먼 사장님이다.

 

그러니 손님이 거의 없는것도 당연지사. 폐업하지 않고 있는게 더 신기할 정도인 원더랜드라고 봐도 좋겠다. 게다가 이런 원더랜드를 탐내는 사람이 있다. 정확히는 호텔 부지를 탐낸다고 해야 할텐데 그는 바로 그곳의 교민협회 회장이다.

 

여기에 핵심인물 한 명이 더 추가된다. 그는 바로 고복희 사장이 그토록 싫어하는 진상 손님 박지우. 분명 상극일것 같은 두 사람은 은근히 공생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것이 묘하게 교민협회 회장과 대결구도를 이루며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선사한다.

 

뜻밖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예상외의 재미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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