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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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혹 너무 드라마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볼 때면 이 정도의 이야기면 영화로 만들어도 망하겠다 싶은 때가 있다.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 싶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간혹 보게 되는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사건을 보면 정말 이게 현실인가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제목하여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그러게 왜 그랬을까? 물론 몇몇 사건들은 심각한 폭행을 저질렀으나(그러니깐 살인까지는 아니라는 말이다)에 그친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건은 구금에서 풀려난 이후 결국 피해자를 폭행치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살인자가 단정지은 것은 아마도 그 단어가 주는 임팩트 때문일 것이고 한편으로는 책에 담긴 사건들 중에서 살인사건이 꽤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독일 최고의 형법 전문 변호사라고 한다. 이번 작품은 전작인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의 시리즈 후속작으로 역시나 전작에 이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온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 12가지 충격 실화를 실고 있는데 정말 픽션에서나 봄직한 사건들이다. 저자가 25년 동안 담당했던 사건들-2500여 사건-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사건 기록을 담고 있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것도 같은 사건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거부당한 배심원」사건은 참 안타깝다. 한 여자가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난 후 힘들 시절을 보냈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적도 있다. 정상적인 삶을 살기 힘들었던 그녀가 어느 날 배심원에 선정이 되는데 자신은 이를 거부하고 싶지만 딱히 거절할 방법이 없어 결국 사건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의 잦은 가정폭력으로 무기력하게 변해버린 피해자인 아내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울어버리게 된다. 결국 검사는 그녀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되고 황당하게도 남편을 구금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결국 남편을 구금에서 풀려난다.

 

이후 남편은 아내를 둔기로 때리고 아내는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사망한다. 결국 이 여성 배심원은 자신을 배심원에서 배제해 달라고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처음 이 여성이 법원에 전화를 해서 자신을 배제해달라고 이야기 했을때 가능했다면 아내는 살았을까? 간혹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다시 풀어줘서 결국 아내가 죽었다는 사건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라 '만약에..'라는 말이 계속해서 떠올랐던 사건이다.

 

이외에도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갔던 여성이 실제로는 평소 여러 범죄를 저질렀던 남편이 진범이고 가중처벌을 우려해 아내에게 죄를 덮어 씌웠다는, 결국 아내는 출소 후 남편을 살해하지만 증거가 부족해서 풀려나는 이야기도 있다. 과연 아내의 행동은 어떻게 봐야 할까?

 

또 하나는 르포 작가인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고민하던 중 또다른 기사를 의뢰받아 러시아로 가기 전 외도의 단서가 된 목걸이를 계단에 두고 나온다. 남편에게 자신이 눈치챘음을 알려주기 위함인데 이후 남편이 어두운 상황에서 이 목걸이를 밟아 불구가 되는 이야기, 아내의 죽음 이후 새로 이사 온 이웃인 여성이 자신의 죽은 아내를 닮아서 그녀의 남편을 사고로 위장해 죽이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남자의 이야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된 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인형으로 인해 벌어진 폭행사건에 대한 판사의 판결도 흥미롭다. 마치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던 영화 <그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원이 전문가와 여러 관련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종합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던것 같다.

 

마지막 사건은 불임부부의 이야기로 직접적으로 저자가 언급되는것 같은데 역시나 첫 번째 이야기와 같이 충격도 충격이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건 해결의 방법을 찾고자 했다면 이 부부도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고 남겨진 남편의 자기학대에 가까운 망가짐이 그런 뒤늦은 후회와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것 같아 씁쓸했던 이야기다.

 

잔혹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충격적이긴 한데 이것이 황당함이나 안타까움에 기인하는 경우였던것 같다. 아울러 각 사건에서 등장하는, 이들이 왜 무죄가 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대답은 독일의 법리와 관련해서 보여주니 각 사건의 마지막에 그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전작을 아직 보진 못했는데 이 책을 보니 과연 전작에서는 어떤 이유로 살인자를 변호했을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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