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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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 읽게 되는 다산 정약용의 글을 보면서 그는 정말 천재가 아닌가 싶다. 시대가 흘러도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의 글은 지금 읽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대를 아우르는 포스가 있지 않나 싶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나 보다. 이는 단순히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일들은 항상 일어났구나 싶은 것이 어쩌면 결국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지 않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정약용이 살았던 조선시대,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던 36건의 강력범죄/사건들을 담아냈고 이 사건들에 대해서 과연 법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당시에도 지금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다 생각될 정도이다.

 

정약용은 여러 면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겼지만 그의 대표저서들은 지금까지도 널리 읽힐정도인데 그중 『흠흠신서(欽欽新書)』는 조선시대판 CSI를 만날 수 있는 책으로서 당시의 법제도, 판결, 그리고 나아가 판례연구서라는 폭넓은 의미에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에서 담고 있는 36건의 강력사건은 곧 살인사건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형제도가 존재하긴하나 집행이 된 것은 아주 오래 전인 것으로 안다.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것도 사실인데 과연 조선시대에는 살인사건을 어떻게 수사하고 어떻게 법적 근거를 들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책에서는 소상히 보여준다.

 

법 판단은 근본적으로 공명정대함일 것이다. 누구에게 더 유리하고 누구에게 더 불리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죄의 경중에 따라 판결이 나야겠으나 사실 이때나 그때나 그 유명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존재했으니 참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람사는 세상인가 싶어지기도 했다.

 

복수극도 존재했고 무시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패륜을 저지른 죄, 고부 갈등도 있었다. 부모가 자식의 죄를 대신하려던 일도 있었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미성년자의 강력범죄는 조선시대라고 예외는 아니여서 미성년자에 의한 살인 사건도 다루어진다. 게다가 묻지마 살인도 있었다니 정말 사람사는 곳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는 그 정도나 모습만 다를 뿐 비슷하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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