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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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난 책인것 같다. 세계사와 식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는 수준을 넘어 아예 식물이 세계사를 바꿨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라는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자아내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13가지의 식물들에 얽힌 세계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먼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13가지의 식물이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이다. 이중 튤립과 목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식용가능한 식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식물은 바로 가장 처음 나오는 식물인 감자다.

 

감자 이야기를 통해서 기존에 알고 있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 알게 된 경우여서 특히 그랬는데 흔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둘러싼 일화 중 하나라고 알려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은 사실 거짓이라고 한다.

 

당시 지배층에 분노했던 민중은 이 말에 분노했으나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그녀는 장미꽃이 아닌 감자꽃을 좋아했다고 알려졌다니 더욱 놀랍다.

 

처음 감자가 유럽으로 건너왔을 때 감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식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받았고 생김새로 인해 먹으면 그렇게 얼굴이 변한다는 말까지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감자의 줄기와 잎에는 독소가 있어서 더욱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에 기근이 닥치고 먹을게 없어지자 왕실에서는 이런 감자를 먹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는데 엘리자베스 1세의 경우 왕실 파티에 감자 요리를 만들어 먹이려 했으나 요리사의 의욕이 너무 지나쳐 이 잎과 줄기까지 사용하는 통에 엘리자베스 1세가 먹고 솔라닌 중독으로 고생해 오히려 대중에게 감자 보급을 늦추게 되었다고 한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 보급을 위해 고근분투 하지만 역시나 성서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류로 악마의 음식이라 여겨져 사람들이 먹지 않자 오히려 이 감자는 귀족들만의 음식으로 먹으면 처벌하겠다고 하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더욱이 감자는 돼지 등의 먹이로도 쓰여서 겨울에도 돼지의 사육이 가능해져 고기가 생기자 독일인들이 육식주의로 바꼈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프랑스의 경우에는 루이 16세가 프랑스와 프로이센 전쟁의 포로였던 파르망티에 남자으로부터 감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역시나 이 감자는 왕족과 귀족이 먹는거라며 경비를 서게 하는 역발상으로 보급에 성공했다니 실로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놀라웠다.

 

이 당시 감자 보급을 위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감자꽃을 꽂고 다녔고 왕비는 감자빵을 장려하고 제빵학교까지 후원하며 시민이 굶지 않도록 했다는데... 세상이 얼마나 그녀를 마녀로 몰고 갔는지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이외에도 토마토 편을 보면 감자와 비슷하게 유럽으로 넘어왔으나 감자와는 달리 빠르게 보급되지는 못했고 오히려 관상용으로만 길렀다니 신기하다. 이후 나폴리 사람들이 극심한 기아 때문에 먹기 시작했고 토마토 소스나 토마토 케첩을 생각하면 미국인들이 당시에는 토마토를 끔찍학 생각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뭐든 그렇겠지만 낯선 음식에 대한 선입견과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얼마나 큰가를 새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외에도 후추가 금보다 귀했다거나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날 보스턴 차 사건이 등장하는 차 이야기, 밀과 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감자와 함께 신기했던 식물이기도 한 옥수수가 사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라고 한다.

 

옥수수는 우주인이 고대 인류에게 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보통의 식물이 씨앗을 뿌려 자손을 남기는데 비해 옥수수는 알다시피 껍질에 꽁꽁 싸여 있어서 씨앗을 퍼틀릴 수가 없다. 인간과 가축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기에 마치 처음부터 식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것 같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일설에 한편으로 우리 몸의 절반이 옥수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나 옥수수가 단순히 식용을 넘어 공업용 알코올과 접착제도 만든다니 정말 놀라웠다.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튤립은 그 유명한 투자 이야기와도 이어진다. 고작 알뿌리에 지나지 않는 튤립에 그토록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는 사실이 놀랍고 결국 이것이 네덜란드 금융시장의 붕괴로 이어져 세계 금융의 중심이 영국으로 옮겨갔다니 식물 하나가 불러 온 파장이 실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식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세계사와 접목한 부분이 흥미롭다. 원산지가 어디이며 누구를 통해 어떤 경로로 세계로 보급되었고 각 나라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대중화 되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사용되고(식용되고) 있는가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어쩌면 대중에게 잘못 알려진, 그리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곁들여져 너무나 재미있게 전개되는 책이여서 즐거운 독서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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