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한 장면
이현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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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도 출신의 기자라는 저자가 쓴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만났다.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땐 저자가 현역에서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사학도/기자의 교집합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유는 글을 참 잘 쓰셨고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미술사나 전쟁사라기 보다는 일반 독자들이 호기심을 느낄만한 주제어를 선택해 그에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미투, 페미니즘이 유행하면서 탈코르셋이라는 말 역시도 많이 들어보았을텐데 여성을 억합하는 패션 아이템인 브래지어, 코르셋이 사실은 전쟁 중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갑옷 같은 역할을 했다면 어떨까?

 

프랑스어로는 브라시에르, 영어로는 브레이서로 불렸던 브래지어는 궁사들의 팔목보호대 역할을 했고 이는 중세 말기를 거치면서 그 역할이 확대되어 갑옷의 가슴 보호구를 통칭하는 용어였다니 신기하다. 여기에 코르셋의 경우에는 기병들의 가슴과 배를 보호하는 흉갑 역할을 하기도 했단다.

 

한편으로는 역삼각형의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장교의 미덕처럼 여겨졌기에 이 코르셋의 효용가치가 그야말로 미용으로 그러나 남성 장교들이 착용했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이외에도 중세 왕들이나 귀족들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스타킹을 남자들이 신었던 이유라든가 초콜릿이 처음 한반도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일종의 신문물로서 친러파와 친일파가 서로의 지배권을 위해 주변에 선물용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초콜릿 제조사인 허쉬는 초콜릿을 전쟁 보급품으로 만들어 병사들의 전투력 향상이라는 공을 인정받아 훈장까지 받았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밀로의 비너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보면 다시금 전쟁당시 승전국의 문화재 약탈과 문화재 반환이라는 문제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밀로의 비너스>가 팔이 없는 이유를 둘러싼 여러 설들 중에서 최초 발견자인 밀로섬의 농부로부터 터키 당국이 빼앗았고 이를 다시 프랑스와 터키 해군이 격전을 치르면서 결국 프랑스 손에 넘어갔다는 것인데 이전까지만해도 두 팔이 있었던 것이 이 격전에서 팔이 하나 떨어져나갔고 프랑스가 이것을 정식으로 들여왔다고 꾸미기 위해 나머지 팔 하나도 잘라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설이긴 하지만 적어도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높은 긍지를 자랑으로 여기는 프랑스 정부가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약탈 문화재에 대해 자신들의 자긍심을 진정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시간이 흐르고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또는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와 관련된 사실이 조금씩 들어남에 따라 간혹 이전까지 대중에게 알려져 있던 사실이라는 부분이 또다른 진실의 모습을 보일 때도 있는데 책에서는 아즈텍 문화를 멸망케해서 멕시코 희대의 악녀라고 불리는 말린체에 대한 재조명은 침략자인 스페인은 아즈텍 문화를 없앤 악인처럼 여겨졌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즈텍 문명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그들 내부의 악습이 어쩌면 결국엔 자멸을 불러온 것이 아닐까, 물론 비약적일수도 있겠으나 어느 정도는 기인한 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경우처럼 후대인들이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낸다면 분명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던 정보들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것 같다.

 

다양한 그림들 속에 담긴, 요소들을 전쟁이라는 주제와 연결지어 이야기하고 있고 그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생소하게 느껴지는 내용도 많아서 더욱 흥미로웠고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되어 있지 않고 크게 미술사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좋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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