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바쁘게 이런 저런 일과 함께 지내고 있다.  물론 책읽기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나의 일이다 보니, 남의 일을 할 때보다는 더 신경을 쓰고 집중하게 된다.  그래도 회사가 조금씩 바빠지고 있으니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번 해의 남은 두 달을 지내고, 2013년이 되면, 아무것도 없이, 아무 base도 없이 launching된 회사와 나의 이름이 조금은 더 알려진 상태로 새해를 맞겠구나 싶어, 약간의 희망과 함께, 살짝 기쁘기까지 하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케이스들이 수임으로 바뀌면 크리스마스는 더욱 즐거울 것 같다.

 

발자크 전작의 일환으로 읽은 단편집 두 권에는 '인간희극'의 일부에 해당하는 4너댓편의 단편 작품들이 들어있다.  읽고나면, 발자크 특유의 해학과 반전,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재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다작의 작가이고, 발자크에서 파생되어 츠바이크의 작품세계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인지라, 아직도 읽을 책이 잔뜩 쌓여있다.  나만해도 아직 세 권의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소위 삘 받는 날, 하나씩, 날름날름, 탐욕스럽게 음미해야지.  커피와 venture 창업, 그리고 창업으로 인한 빚더미에서 구제되기 위한 창작, 이 모두에서 그를 구해줄 부유한 미망인과의 결혼을 원했던 발자크의 삶 자체가 하나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도 발자크는 나의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작가인 듯 하다.

 

 

 

 

 

 

 

 

 

 

 

 

 

 

 

스콜세지의 명작, Good Fellas가 원래는 논픽션 르포였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겨우 알게 되어 구해본 책이다.  세 주연배우들 못지 않게 최고의 연기를 펼쳤던 조연 배우들까지, 60-70년대, 뉴욕의 뒷골목을 지배한 마피아의 이야기를, God Father스러운 고상함과 화려함을 싹 걷어내고, 매우 raw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라서, 지금도 종종 심심하면 보곤 한다.  그런데, 영화의 이미지와 겹쳐져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책은 더 재미있게 보았다.  쓰려면 이런 책을 써야지 싶을 정도로, 잡으면 손을 떼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시실리 출신 어머니와 Irish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헨리는 철이 들기도 전에, 갱스터 (wiseguy)를 동경하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당시 Lucchese조직의 정신단원이자, 지역의 최고 보스인 Paul Vario (영화에서는 Paul Cicero)의 눈에 들어, 그가 운영하던 택시회사에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조직에 몸을 담그며 하나 둘씩, 마치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hustler의 삶에 빠져든다. 

 

헨리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나름대로 조직들의 구역정리와 협의에 의한 질서가 살아 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좀더 나중에 일어나는 조직의 하극상 전쟁이 없던, 그 시절을, 헨리는 'glorious time'이라 회상한다.  조직을 배신하는 댓가로 연방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헨리는, 그러나, 그를 아껴주던 Paul Vario, 또 그의 멘토이자, 증인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죽이려 하는 지마 (영화: Jimmy Conway)를 비롯하여 수 십명의 갱들과 마약상들을 - business적인 cool함과 detachement를 가지고 - 감옥으로 보내 버린다.   

 

그가 잡혔을 때, 헨리는 경찰/FBI사상 최초로 조직의 모든 생리와 활동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지식을 가진, 비단원이었다고 하는데, 영화의 결말과 마찬가지로, 아니 과정까지도 모두 비정하고, 비열하고, 살벌하고, 씁쓸하기 그지없다.  같은 작가의 Casino도 곧 도착하는데, 바로 읽으려 한다.

 

그 밖에도, 다음의 책들을 읽고 있다.  끝나면 정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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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1-0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저는 이제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 자체보다는 작가의 삶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작품을 읽는 이유가 차라리 그 작가를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은 생각에서라고 해야 할까요. 주객이 전도된 건가... 발자크의 삶이 또 얼마나 파란만장했는지는 책을 읽어봐야 공명이 더 클까요? ㅎㅎ 지금 테스에 관한 페이퍼 하나 쓰고 있는데, 에밀 졸라 반갑네요. 자연주의. 열린세계 번역본이 괜찮은가요? 다른 번역본이 너무 많이 나와 있는 것 같아서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다는. 다 읽으시면 정리해주세요. ^^

transient-guest 2012-11-07 01:31   좋아요 0 | URL
저도 내용을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고, 또 행간을 통한 철학적인 의미나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것은 잘 못합니다. 그저 읽고, 또 읽는 것이지요. 님의 말씀처럼 작가에 대한 흥미 때문에 좋아하는 작품들도 많아요. 발자크도 그렇고, 체홉 같은 이도 그렇구요. 발자크의 삶은 츠바이크가 쓴 발자크 평전을 보면 좋구요, 목로주점 뿐 아니라 다른 책들도 열린세계 번역본 - 사실 번역보다도 책의 구성이나 디자인이 더 - 이 맘에 드네요. 다 읽으면 정리하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11-1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70년대 미국 암흑가 이야기는 재밌죠.영화로 봐도...지금이야 뉴욕하면 한국인은 멋쟁이 도시를 떠올리지만 한때는 범죄도시였지요.특히 이탈리아계 조폭들...저 르포집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제가 읽은 것은 지안카나 형제의 회고록 <미국을 죽인 남자>였습니다.

transient-guest 2012-11-13 10:18   좋아요 0 | URL
그 책도 찾아봐야죠.ㅎㅎ 전 주말에 같은 작가의 '카지노'를 읽었어요. 영화는 로버트 드니로, 죠 페시, 이렇게 둘이 열연했죠.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김미선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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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길어 보이는 제목이다.  당연히 흥미가 갈 수 밖에 없는 주제이지만, 제목 센스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된다.  아랍인에게 있어, 십자군 전쟁이라는 명칭 자체가 광범위하게 쓰여 졌을리 만무하니 더욱 그렇게 생각된다.  또한 이슬람권의 성과 이름 등 표기에 대한 소개가 조금 더 들어갔더라면 이해도 빠르고 재미있는 자투리 지식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이런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십자군.  9차인가에서 끝난 이 전쟁의 시작은 몇 기사들이 조직한 원정대에서 시작되었는데, 우리가 아는 가장 유명한 이벤트는 물론 사자심왕 리처드의 원정이 포함되었던 3차 십자군 전쟁이지만, 실제로 그나마 무엇인가를 이루었던 것은 1차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별로 새로운 내용은 없다.  아랍인의 관점에서 보았다고는 하지만, 이벤트의 전개도 비슷하여 더욱 더 진도가 나가지를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되었던 몇 가지만 기억하는데, 아랍인을 싸잡아서 사라센인이라고 불렀던 서유럽 원정대를 이 아랍인들은 '프랑크'인이라고 싸잡아 불렀다는 것인데, 현재적으로 보면, 한국의 시골에서 백인을 보면 무조건 미국사람이라고 부르거나, 백인나라의 시골에서 동양 사람을 보면 무조건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모르면 무식하고, 무식하면 모르게 되는 것이다.

 

십자군 운동을 계기로 이슬람권의 쇠퇴했지만, 이들의 선진문물이 서유럽으로 전해져서 봉건시대의 다음 단계인 왕정, 나아가서는 문화적인 발전으로 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차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결론은 상당히 특이하다고 느꼈다.

 

교양을 위해 한번 정도는 읽어두면 좋겠으나,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이 워낙 fact 정리를 잘 해놓은 덕분에 김이 좀 빠져버린 감이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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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0-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 할매의 책은 거의 모든 책을 다 사서 읽어왔는데, 십자군이야기는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네요. 방식과 주체는 많이 바뀌었을지 몰라도 십자군 전쟁.... 현재진행형 아닌가요?

transient-guest 2012-10-27 23:25   좋아요 0 | URL
저도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다 읽었답니다ㅎㅎ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terminology의 성격이 좀더 강하게 느껴지지만, 분명 십자군 전쟁으로 표현되는 서방 vs. 이슬람의 전쟁은 진행중이지요.

saint236 2012-11-2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는 참 묘한 사람같습니다. 유럽에서 유럽의 역사에 관해서 연구하고 글을 쓰면서도 유럽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으니 말입니다. 십자군 전쟁에서도 동일합니다. 그에게 종교적인 감성은 불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곳곳에서 보이더라고요. 특별히 유럽에 대해서는 더욱 이 잣대를 꼼꼼하게 들이대더라고요. 여튼 십자군 전쟁은 로마인 이야기 이후의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중해 역사를 다룬 두번의 책은 기대 이하였거든요.

transient-guest 2012-11-29 08:59   좋아요 0 | URL
일본인 특유의 덕후근성을 파고 들어서, 대단한 책들을 많이 써냈지요. 로마인의 다문화/다종교주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Christianity를 상당히 뭐랄까 부정적으로 본다고 해야 할까요, 편협한 종교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십자군 전쟁도 상당히 현실적으로 분석해서 접근 한 것 같습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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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하준 교수는 유독 한국의 정치논리에 맞지 않아서 그런지, 업적에 비해서 한국에서의 입지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 정도의 혁혁한 업적과 지위, 연구실적, 해외 인지도 등을 보면 TV에 단골로 등장하여 이런 저런 경제 토론의 패널로 참석하고 인터뷰 될 만도 한데, 별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니.  할 말은 하고 사는 양심적인 학자로서, 사실 가카의 치세에서는 그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패러다임 shift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구호'나 '의제'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 뒤에 있는 진짜 이슈를 보는 것, 그리고 이에 기안한 해결책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선진 자본주의로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결국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며, 이미 허구로, 그리고 파산으로 귀결된 것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주주자본주의와 재벌해체가 현 한국 경제의 해법이 아니라는 다소는 파격적인 분석도 나오는데,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이다.  세계화된 자본은 한국 경제의 투명성에 기여하고 생산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이익만 노리는 것이기에 현 진보인사들의 이론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 나아가 그들도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을 도입한 사람으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것에도 상당히 공감할 수 있었다.

 

주주는 기업이나 국가, 그리고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빨리 많이 부풀린 이익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서 이 금융시장 자체에도 상당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 또한 공감한다.

 

결론적으로 이 많은 문제점들의 해법을 복지국가론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는데, 일일이 정리하기에는 너무도 방대하고 복잡한, 그러나 난상토론의 성격이 강한 책이기에 이는 reader들의 몫이다. 

 

무엇인가 다른 model로,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이 시대의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늘상 해왔기에, 그리고 금융산업이 생산없는 성장과 이익의 대명사라고 보아왔기에, 유수의 경제학자들의 이야기에서 이를 발견한 것이 조금은 뿌듯했다면 내 지적 허영일까? 

 

절약하고, 나누고, 모으고, 소중히 하는 것이 미래의 화두가 될 것이다.  자원도, 무엇도 무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이슈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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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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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이에자이트님 서재에서 언급되었던 것을 본 후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또 영화 '노팅힐'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찍고 있던 영화을 주제라고 하는 말씀에 또한 흥미가 일어 구해서 보았다. 

 

'영국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던 젊은 여성이 유령을 목격한다.  혼자 걷던 산책길의 오래된 탑 위에, 세차게 펄럭이던 촛불이 꺼진 어둠 속 계단 꼭대기에, 아무도 없는 주방의 창밖에...'

 

테마가 유령인지, 아니면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억눌린 성적 욕구에 대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듯 하다.  책을 읽고 난 후 번역가의 글을 빌리자만 그렇다는 것인데, 읽는 동안에는 유령 이야기가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지만, 설명을 읽고 나니 유령이 아닌 다른 것이 투영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컨데, 확실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스트레스와 유령 현상의 일종인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언급해 둔다.  어떤 연구가들에 말에 의하면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이런 억눌린 욕구나 스트레스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하는데, 그 증거로써, 수 많은 폴터가이스트 현상 사례들이 주로 십대 소년/소녀들을 기점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같은 논리라면 주인공의 '억눌리고 좌절된' 성적 욕구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른 사람들은 보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유령'의 존재에 투영되어 그녀의 눈에만 나타난 것이라는 설정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결론은 무엇일까?  또 '나사의 회전'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유명 작가들이 쓴 추천사들이 몇 개 커버에 나와있는데, 러브크래프트를 생각하면 호러쪽에 가까울 수도 있고,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보면 심리/정신소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이 무려 미국대학위원회가 선정한 SAT (대학입학시험) 추천도서라고 한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단어, 언어적인 것, 그리고 어휘의 사용이 매우 잘 되어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겠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풍의 책을 읽은 셈인데, 이것으로 아주 조금이나마 뇌의 주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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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0-1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의 이 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느 분이 어렵다고 했던 것 같아서 미루고만 있었어요. 일단 제목부터가 너무 철학적이잖아요. 맞다. 노이에자이트님이 이 작가가 정말 뛰어나서 좋아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그래서 더 어렵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트란님의 이 리뷰를 읽어도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하나도 감이 안 오네요. 우앙. ㅠ.ㅠ 트란님, 주말 잘 보내세요. 그리고 어떻게 제 예쁜 손을 보시고 발이라고 생각을 하신 거에요? ㅠ.ㅠ

transient-guest 2012-10-20 00:47   좋아요 0 | URL
내용의 진의를 파악하는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또 제 추측이지만, 시대의 특성상 어떤 테마는 일부러 vague하게 감추기도 한 것 같구요. 저는 역자후기를 계속 읽으면서 작품을 따라갔더니 조금 이해가 가긴 했는데, 이게 또 제대로 아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사진은...그 앵글의 문제랄까...뭐 그렇다는 것이죠.
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_____^

노이에자이트 2012-10-2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작품 중 이게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평론가들도 갑론을박한 것으로 유명해요.그래서 저는 앞 글에서 이 작품을 소개하지 않았죠.
'노팅힐' 분위기를 느끼려면 역시 '데이지 밀러' 읽는 게 제일 좋아요.내용도 쉽고, 슬픈 연애소설 느낌도 나고요.

transient-guest 2012-10-20 21:25   좋아요 0 | URL
노팅힐에 나왔던 건 '데이지 밀러'였군요. 저는 헨리 제임스만 기억을 해서 이 책을 소개하신 걸로 기억했죠.
네. 어렵습니다. 양쪽으로 다 해석해 볼 수 있겠더라구요, 내용상, 그리고 전개도 순수하게 환상문학으로 혹은 심리소설로 볼 수 있어요.
 

한국에는 다양한 문학상들이 있고, 이들은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이면서 기존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예술성, 문학성, 그리고 작품성을 다시 인정 받거나 인증 받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역할들 외에도). 그러나, 지난 십여년간 내가 읽어온 문학상 수상작품집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 말하지만 90년대를 지배했던 후일담 장르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진부함을 넘어 지겨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 이는 후일담 일파 일부의 훗날 변절을 미리 예견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원래 4.19 의거를 전후하여 문단이 보여준 행태, 그리고 5.16 쿠데타 이후 그들의 변절이라는 공식은 익히 알고 있는 바 - 역시 90년대 이후 한 동안 한국의 많은 신작들이 보여준 일인칭 형태의 서술형식, 그리고 문예창작교습을 통한 찍어내기에 질렸던 터라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한국의 현대작가들의 글을 읽지 않았었다.

 

 

 

이 시기는 또 묘하게 나의 독서편력에 있어 역사 및 역사소설에 편중되었던 편식이 점차 고전문학으로 확대되어가던 시기와 겹쳐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대문학의 태생적인 한계때문에 더욱 나는 한국의 현대문학을 멀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태생적인 한계'니 '가볍다'니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니 혹 disagree하는 분들 중, 예의가 없는 분들은 공연히 개거품을 물며 댓글로 나를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친들, 그리고 예의를 갖춘 분들께서 항시 주시는 문학교육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이 시기의 나의 독서편력은 고전문학과 화제작, 그리고 역사/역사소설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을 전후하여 과거 한국문단의 글들 - 염상섭의 동시대, 그리고 멀리는 이광수나 심훈까지 - 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한동안 그 시대의 한국문학을 열심히 읽었더랬다. 그리고 이문열이나 박경리, 김동리의 글도 조금씩 읽어대다가 - 난 황석영의 글은 좋아하지 않는다. 후일담 일파의 장문인격으로 생각되는 이 사람은 정말이지 별로다 - 현대소설로 넘어와서 김탁환이나 김성종, 정비석 등의 글을 많이 읽어대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문학상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책은 손대지 않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무지했던 것일 수도 있는데, 이는 김영하, 천명관, 정이현 같은 젊은 작가들은 차치하고라도 신경숙이나 은희경같이 최근 한국 문학계를 주름잡고 있는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읽은 201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그리고 천명관, 정이현, 김영하 작가의 작품들을 보니 내가 후일담 보이콧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한국의 문학은 꾸준히 발전하고 진화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찬란했던 80년대 운동권의 회고 (물론 그들은 변신하고 변절하여 유시민류와 김문수류 그리고 수두룩한 중간의 아류들로 바뀌었으니까 더 이상 추억의 대상이 아니다)도 없었고, 한 시대를 풍미한 일인칭도 많이 사라졌거나 순화되어 더 이상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시대상을 떠나서, 글쓰기 자체가 더욱 세련되어 지고, 솔직해진 느낌을 받았다면 과장일까?  물론 군데군데 아직도 이런 것들이 많이 보이는 단편들도 일부 있지만,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많이 발전된 느낌, 그리고 힘이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의 서점을 채우고 있는 많은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으니까, 적어도 내가 예전에 느끼던 그 부족함은 많이 메워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 수 많은 다른 작가들의 책도 꾸준히 읽어볼 것이고 보다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작가들의 책도 또한 구해볼 것이다.  생각해보니 동시대의 작품들만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투영하여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드물겠다.  고전문학에서 진리와 지혜를 배우고 반복되는 역사를 본다면, 현대문학, 특히 동시대의 책에서는 지금, NOW를 살아가는 우리는 보는 것이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지 등등, 나 하나로 나타나는 단편적인 삶 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보지 못하는, 싫어서 살고싶지 않은 다른 형태의 삶 또한 볼 수 있는 것이리라. 

 

가슴이 벅차다.  어떤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떤 새로운 글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에 slow한 10월의 business일상 때문에 자주 울적한 나의 심사가 간만에 살짝 밝아졌다. 

 

이제 아침 일찍 공원에 가서 걸으면서 이 기분을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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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10-15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공생들을 제외하고는 이광수니 염상섭 김동인부터 시작해서 읽는 사람들이 있을까 했는데 트란님도 읽으셨군요. 반가워요. 하도 읽은지가 오래된 작가들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읽는 운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안그래도 근간에 어떤 책을 읽고는 계속해서 <상록수>를 떠올렸었는데 작가 이름이 생각 안났었거든요. ㅎㅎㅎ 저는 차근차근히 갈래요. 그렇게 생각만 해도 설레요. 그나저나 기분이 조금 나아지셨다니 다행요. ^^

transient-guest 2012-10-16 00:47   좋아요 0 | URL
예전의 작품들에서는 요즘의 책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을 느낄때가 많아요. 일정부분 낭만이고, 또 궁상같기도 하지만, 형식과 방법이 중요시되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저에게는 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지만요. Midnight in Paris를 보면서 많이 공감을 했다고 하면 좀 쉽게 표현이 될런지요?ㅎ
천천히 한 걸음씩 가셔요. 경치도 보면서, 쉬기도 하고, 좀 다른 것도 하시다가...여정 자체가 즐거움이잖아요.ㅎ

2012-10-1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6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10-1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석영 씨 작품은 70~80년대 것이 있습니다.후일담에 해당하는 작품 몇 개 알려주시겠습니까?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12-10-18 00:52   좋아요 0 | URL
오래된 정원이 떠오릅니다만, 저는 이 분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에요. 지극히 주관적인 standard입니다만, 고은 시인도 그렇고 저는 좀 그렇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10-20 09:31   좋아요 0 | URL
그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습니다.염정아 지진희 주연이었죠.황석영 씨 작품이 영화화된 게 꽤 있죠.초창기 것도 포함해서.

나이든 작가들의 최근작에 실망할 땐 역시 젊은 시절 작품을 읽어보는 게 좋더군요.

transient-guest 2012-10-20 21:23   좋아요 0 | URL
영화도 그냥 그렇더라구요. '세상과 화해하자는'말 하나만 여운이 남았드랬습니다. 이는 현실과도 관계가 있는데, 소위 치열했던 이념을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