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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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달이었던가, 김영하의 이름만 보고산 그의 첫 사진여행기에 살짝 실망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글이라고는 하이델베르크를 무대로 한 그의 단편 하나라서 좀더 김영하의 글로 이 도시와 그의 여행을 접하려던 기대에 비해 사진 위주로 꾸며진 구성이 이런 쪽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인지 그저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새 책을 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투의 표현을 했었는데, 내심 다시는 이 시리즈를 사 볼 필요까지는 없겠다 싶은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그러나 도둑이 제 버릇 남 못준다고, 또다시, 그러나 기대는 빼고, 그저 김영하의 책 한 권을 더 읽고 손에 넣는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사서 보았는데, 이번에는 나의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알찬 구성으로 수정/보완(?)되어 있었다.  나온 시기를 보니 내 댓글이 영향을 주었을리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내용면에서 매우 향상된 구성을 보여주어 상당히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시작은 역시 김영하의 단편들 중 하나로써, 일본인이 등장하는 것, 그리고 그와 나중에 도쿄에선가 조우하게 되는 것 빼고는 크게 일본과 관련이 없다고 느껴지는, 그리고 다른 단편모음집에서 이미 읽은 바 있는 이야기로 되어있고, 중간 중간에 김영하가 직접 찍은 사진들, 단상, 그리고 무려 여행기 비슷한 글로 꽉 차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맥주에 대한 이야기와 여행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 과연 읽고나니 외국의 여행 가이드를 잘못 선택하면, 그야말로 백인들이 생각하는 -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덜 재미있게 느껴질 - 일본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로 된 책이라해도, 주안점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도쿄는 '카페'로, '숍'으로, 또는 '장난감 가게'로 묘사되어 "부분적으로 옳고 전체적으로 틀'린 가이드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여행이란 그의 말처럼 여행안내서 안을 돌아다니다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역시 공감하게 되는데, 한번으로 만족하지 말고, 좋은 곳은 여러 번 돌아다니면서 관광 이상의 그 무엇을 보는 것이 좋다는 것.  물론, 이는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일본은 워낙에 가까운 곳이라서, 이런 식의 구도를 잡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일정 부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는 그렇게 갈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지만, 그 대신 땅이 넓으니까, 주변 도시부터 하나씩 이렇게 다니는 것으로 흉내는 낼 수 있겠다.

 

이런 구성이라면 다음 번의 책도 사서 보게 될 것이다.  일단 두 권까지 나온 것 같은데, 그리 많이 팔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세 번째 이야기는 아직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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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어 선물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선물이 도달했다.  처음에 왠 캐나다 주소로 발송되었다가 반송되었고, 이후 현재 사무실 주소를 알리딘 서재지기님께 알려드렸는데, 배송/반송과정에서 조금 지연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가만히 잊고 지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일인지라, 얼마 전 문의를 드렸는데, 바로 답을 주시고 2-3일이 지난 지금 DHL로 받았다.  front에서 패키지가 왔다는 인터폰을 받고 뭐가 왔을까 했는데...

 

구성은 카드, 다이어리, 머그컵, 그리고 2013년 달력인데,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오늘 하루는 새벽운동으로 시작하고, 이렇게 선물까지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다.  사실 글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개인적인 것들을 그냥 써놓은 것이지만, 무엇인가를 댓가로 받은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겠다.  물론 꾸준히 주시는 thanks to도 있지만, 이렇게 '선정'되어 무엇을 받은건 정말이지 살면서 이번이 처음임이 확실하니까. 

 

신경써주신 알라딘 서재지기님,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선물도 그렇지만, 오늘 하루를 매우 즐겁게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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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2-2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움 두루두루 나누셔요~~ 축하합니다

transient-guest 2013-02-21 09: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

saint236 2013-02-2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물건이 거기까지 건너갔군요. 다이어리와 머그컵은 아내가 차지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transient-guest 2013-02-21 15: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네요. 이제 행복하게 자려고 합니다. 남은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우연한 산보
다니구치 지로 만화,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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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와 같은 작가의 원작을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같은 만화가가 그려낸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광고를 보고 사게 된 책이다.  스토리는 '고독한 미식가'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그러나 음식 대신에 그야말로 우연히 도쿄의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면서 생기는 일상의 자잘한, 그리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구성과 모티브 모두 '고독한 미식가'를 그대로 빼다박은 듯한 책이지만, 주제가 '산보'라서 그런지, 우연히, 무계획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걸어다니는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시내의 구석구석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대단한 이야기는 없지만, 역시 사라져가는 도시속의 옛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조건적인 파괴에 다름아닌 개발에 대한 저자의 반감이 들어나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사라져버린 종로의 피맛골 (맞나?), 용산의 철거현장,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은 잘 알지만, 무분별한 파괴 덕분에 서울은 이제 오랜 것이 하나도 없는 도시로 외국에 알려져 있게 되었다.  개량과 개발, 그리고 보존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반백년의 한국 현대사가 너무 숨가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 국토가 시멘트 천국으로 변한데에는 일본에서 받은 일본식 개화교육, 그리고 이와 합쳐진 국가와 기업의 성장주의의 탓이 더 크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화뿐만 아니라, 책도 이렇게 화자가 일인칭으로 혼자 다니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더 좋다.  무엇인가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살짝 고독함을 느끼게도 해주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래왔다.  쿠스미 마사유키와 타니구치 지로 협작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보았지만, '고독한 미식가'와 이 책이 한국에 출판된 전부이다.  타니구치 지로의 다른 만화들은 몇 편 더 들어와 있다만, 내가 본 그의 작품은 쿠스미 마사유키와의 협작으로 지금은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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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2-2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하면서도 깊은 식견을 가지신 트란님 페이퍼는 늘 좋습니다.
1인칭 화자가 혼자 다니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저도 좋아해요.
이곳은 다소 흐리지만 좋은 아침이에요. 화사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3-02-20 10:22   좋아요 0 | URL
식견이라니요, 허접에 가깝죠..ㅎㅎ 프레이야님의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네, 이런 화법은 고독이 고독이 아닌, 다른 깊은 재미를 유발하는 것 같네요. 이곳도 비가 막 와요. 덕분에 오후 스케줄은 다 날리고, 그냥 집에와서 와인을 홀짝이면서 'birth of the cool'을 듣고 있어요..ㅎ 남은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연휴의 월요일을 오전의 운동으로 시작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한 후, 간만에 산타크루즈 다운타운의 logos에 가게 되었다.  버릇처럼 일주일에 한번 정도 휙 둘러보고, 늘 찾아보게 되는 작가들인 아시모프, 붓쳐, 피츠제럴드, 만, 스타인벡, 오스터 등의 섹션을 건질만한 책이 들어왔는지 뜯어본 후, 마지막으로 재즈와 클래식 CD 섹션과 가죽으로 제본된 Easton Press나 Franklin Library책들을 보게 된다.  가죽장정본이야 값이 워낙 뻔해서 주머니가 넉넉할 때면 한 권씩 장만하는 편이지만, CD들은 대개 5-6불 선이라서 손쉽게 몇 개씩 들고 나오곤 한다.  비록 중고본이지만 디지털의 장점이라는게 외관이 크게 상하지 않았다면 소리내는데엔 큰 문제가 없다는 것. 

 

오늘도 그렇게 휴일을 보내다가 꽤나 좋은 물건을 건지게 되어 이렇게 남겨 본다.

 

재즈의 황제라는 Miles Davis의 기념비적인 음반이라고 하는데, 들어보니 과연 그런듯.  내가 들어본 그의 음반들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늘 말하지만, 재즈의 전문가는 커녕 팬 정도의 지식도 갖추지 못한 나는, 그저 내 귀에 즐겁에 잘 들리는 소리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좋은 음반이나 명인의 연주를 들으면 확실히 일반 연주보다 훨씬 더 마음에 무엇인가 울려 퍼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요즘 아이들은 iPAD를 손에 들고 나온다지만, 이런 교육도 좋겠다.  클래식과 재즈, 책을 아이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에 배치해 놓고 자연스럽게 익혀가도록 하는 그런 교육 말이다.  지금의 국민교육보다는 좀더 차원이 놓은 그런 개별적이고 인문학적인 교육이 더 낮은 곳으로 널리 퍼질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여러 면에서 조금 더 부유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더 말이 필요없는 거장의 연주.  여러 곳에서 언급된 것을 기억하여 여러 번 찾아보았지만 신품 외에는 찾을 수 없었는데, 오늘 Bach 섹션에서 대박을 맞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처음으로 그의 연주를 들었는데...완전 대박!  피아노를 어떻게 이렇게 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협주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곡들을 이렇게 피아노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별 생각을 다 했다.  사실 피아노 하나의 구현이 협주같은 힘과 구성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으니까, 역시 거장의 연주를 듣는 것은 나같은 novice에게도 눈이 확 떠지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여기서는 검색이 되지 않지만, 기타의 명인, 세고비아의 CD 두 장을 건졌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레코드 판으로 먼저 그의 음악을 들은 탓인지, CD음악은 무엇인가 무미건조한 느낌을 준다.  역시 음악이나 책은 아날로그가 최고인 듯.  

 

지금 사는 아파트 근처에도 크고 오래된 중고 음반 가게가 있다.  최근에 점포를 이 부근에 열었는데, 요즘 같은 시절에도 이런 가게가 신규오픈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 유명한 라스푸친 레코드의 분점이다.  물론 제정 러시아 말기의 괴승 라스푸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의 이름과 얼굴만 가져다가 쓸 뿐이다.  그런데, 이곳의 분위기는 음반을 전문으로 취급해서 그런지 상당히 하드코어하다.  점원들은 대개 한 두 군데를 뚫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상도 많이 있으며 몸을 캔버스로 삼은 이도 여럿 보인다.  한 마디로 좀 지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잘 안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무엇인가 숨겨진 보물이 있을지 모르니 조만간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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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2-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는 그 음반가게 이야기도 올려 보셔요.
겉모습이 그러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마음을 트고 이야기를 나누면
사뭇 다르겠지요.

transient-guest 2013-02-19 23:52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렇겠지요?ㅎㅎ
 

같은 책인데, 색이 유치하게 화려한 본이 내가 가진 초기본이고 좀더 심플하게 디자인 된 옆의 것이 다음에 나온 본이다.  지금은 둘 다 절판되었고, 나 역시 이 시리즈는 중고로 구매해서 읽었다.

 

어제부터 조금 한가했어야 하는것을, 별로 영양가 없는 미팅때문에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잠깐 나왔어야 했다.  그 덕분에, 주말이 짧아진 것을 President's Day 연휴로 살짝 땜질이 되어, 오늘은 본가에 돌아와서, 아파트에서 들고온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고 있다.  연초부터 한 동안 소설을, 그것도 현대소설을 위주로 책을 읽었더니 슬슬 조금 지겹기도 하고 - 같은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덧 아무리 잘 읽던 것도 조금 물리기 마련이다 - 해서, 비판적인 읽기랄까,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 그간 모아놓은 장정일의 독서후기를 꺼내어 놓았다. 

 

새삼 느끼지만, 참으로 많은 책을 무지막지하게 읽어 내려간 흔적이거니와, 비교적 세심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자기의 평과 느낌을 갈겨내려간 기록은 '독서일기' 일곱 권, '빌린책...' 두 권, 그리고 '공부' 한 권 이렇게 모여있다.  다뤄진 책만 해도 필경 천 권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은 그 모든 것들의 시작인 93년도에 처음 나온 장정일의 첫 독후감 모음집인 셈.

 

그의 신랄한 비판이나 찬사를 받은 수 많은 책들 중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좀 신경쓰이게 한다.  단순히 내 독서가 좁다 넓다를 떠나 출판되고 나서 이십 년을 채 살아남지 못하는 책들이 이렇게 많은가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상당히 많은, 장정일이 93년을 전후하여 읽은 책들 중, 90년대 초반에 나온 책들을 보면, 제목은 커녕 저자조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내 독서력의 한계도 분명하지만, 그 이상, 한 권의 책, 또는 하나의 작가가 timeless classic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사실, 책에 대한 생각을 쓰려고 여기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오늘은, 이번에는.  예전에도 다른 곳에서 본 내용을 이 책에서 다시 보게 되면서 서재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보니, 그 전에 한번 페이퍼에 쓴 적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만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애시당초 페이퍼나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것이 읽은 것을 덜 까먹기 위해서였는데, 이제는 그것도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소개하려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츠바이크의 '어떤 정치적 인간의 초상'의 후기를 보고 좀 짧게 고쳐 올린 것이다.  즉 내가 정리한 글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 시절에 요제프 푸셰라는 인간이 있었더랬다.  1759년에 낭트란 도시에서, 한 잡화상의 아들로 태어났던 그는, 수도원 부속학교의 교사로 전전하다가 "이런 저런 기만"으로 구민들을 속여 32세의 나이에 프랑스 혁명의 권력중추였던 국민회의의 대의원이 된다.  처음의 소속은 온건파였지만, 로베스 피에르의 급진파가 권력을 잡자, 바로 (1) 급진파로 변신한다.  그 후, 로베스 피에르의 실각 후에는 (2) 5인 집정내각을 조종하여 (3) 나폴레옹에게 권력을 내준다.  나폴레옹이 제정을 부활시킨 후 푸셰는 (4) 오토라토 공작에 봉해지는데,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연패하자, (5) 다시 나폴레옹을 실각시키는 음모로 그를 밀어낸다.  그 후 (6) 과도정부의 수반이 되었다가, 다시 루이 18세 (푸셰가 포함된 400인 투표로 목이 잘린 루이 16세의 동생) 에게 프랑스를 넘긴다.  

 

장정일은 이 책의 후기를 쓰면서 푸셰만큼이나 다양한 정치행보와 변신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늘리고 종국에는 갓 싹이 트던 한국의 민주주의를 밟고 18년간의 왕정을 이어간 다카키 마사오의 커리어를 오버랩 시킨다.  이 책을 쓰던 93년 당시는 이인제가 김영삼 정부의 첫 노동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인데, 88년에 통일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으로 데뷔한 그의 정치적 행보와 변신이 원조격인 푸셰를 능가하게 될 줄은 장정일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로, 지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쓴다면, 장정일은, 아니 나라면, 마사오 보다는 이인제의 - 심지어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의 정치력 - 변화무쌍함이 푸셰의 그것과 더 오버랩 시키게 될 것이다. (이 책도 품절이다. 아무튼 책이 마구 나왔다가 빨리 사라지는 한국의 출판문화는 내 큰 불만의 대상이다) 

 

이인제의 연표는 (1) 통일민주당, (2) 민주자유당, (3) 신한국당, (4) 국민신당, (5) 새정치국민회의, (6) 새천년민주당, (7) 자유민주연합, (8) 국민중심당, (9) 새천년민주당, (10) 통합민주당, (11) 무소속, (12) 자유선진당, (13) 선진통일당, 그리고 (14) 새누리당인데, 그야말로 돌고 돌아 제자리라는 말이 딱 이인제를 두고 한 말 같다.  이놈의 지분정치...

 

언제나 '승자'의 편에 있지는 않았고, 시대를 쫓아가는 기민함도 떨어지지만, 이인제를 비롯한 이런 '정치적 인간'들에게는 '이념'이라는 것이 없다고 츠바이크는 말한다.  매우 공감하게 되는 촌철살인의 분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을때 여러 가지 이유로 밑줄을 긋지 못한 부분들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표시해 놓으리라 했건만.  어떻게, 지난번과 똑같은 부분을 똑같은 이유로 놓치게 되는 것일까?  예컨대, 자 혹은 자를 대체할 책갈피가 없다던가, 화장실 변기 혹은 gym의 자전거에 앉아있을때에만, 밑줄 긋고 싶은 페이지와 글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딱, 그때와 같은 그 부분들, 한 두 개도 아닌 그 부분들을 읽을 때,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렇게 무엇인가 모자랐더랬다.  여전히 줄을 긋지 못하고 보내버린 것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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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2-1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셰 저 사나이 결국 권력 줄타기하다가 마지막에 줄에서 떨어지죠.워낙 적이 많아서 늘 견제당하기도 했고요.술수로 흥한 자 술수로 망하죠.

transient-guest 2013-02-19 23:5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지금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하네요. 계속 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