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월요일을 오전의 운동으로 시작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한 후, 간만에 산타크루즈 다운타운의 logos에 가게 되었다.  버릇처럼 일주일에 한번 정도 휙 둘러보고, 늘 찾아보게 되는 작가들인 아시모프, 붓쳐, 피츠제럴드, 만, 스타인벡, 오스터 등의 섹션을 건질만한 책이 들어왔는지 뜯어본 후, 마지막으로 재즈와 클래식 CD 섹션과 가죽으로 제본된 Easton Press나 Franklin Library책들을 보게 된다.  가죽장정본이야 값이 워낙 뻔해서 주머니가 넉넉할 때면 한 권씩 장만하는 편이지만, CD들은 대개 5-6불 선이라서 손쉽게 몇 개씩 들고 나오곤 한다.  비록 중고본이지만 디지털의 장점이라는게 외관이 크게 상하지 않았다면 소리내는데엔 큰 문제가 없다는 것. 

 

오늘도 그렇게 휴일을 보내다가 꽤나 좋은 물건을 건지게 되어 이렇게 남겨 본다.

 

재즈의 황제라는 Miles Davis의 기념비적인 음반이라고 하는데, 들어보니 과연 그런듯.  내가 들어본 그의 음반들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늘 말하지만, 재즈의 전문가는 커녕 팬 정도의 지식도 갖추지 못한 나는, 그저 내 귀에 즐겁에 잘 들리는 소리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좋은 음반이나 명인의 연주를 들으면 확실히 일반 연주보다 훨씬 더 마음에 무엇인가 울려 퍼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요즘 아이들은 iPAD를 손에 들고 나온다지만, 이런 교육도 좋겠다.  클래식과 재즈, 책을 아이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에 배치해 놓고 자연스럽게 익혀가도록 하는 그런 교육 말이다.  지금의 국민교육보다는 좀더 차원이 놓은 그런 개별적이고 인문학적인 교육이 더 낮은 곳으로 널리 퍼질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여러 면에서 조금 더 부유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더 말이 필요없는 거장의 연주.  여러 곳에서 언급된 것을 기억하여 여러 번 찾아보았지만 신품 외에는 찾을 수 없었는데, 오늘 Bach 섹션에서 대박을 맞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처음으로 그의 연주를 들었는데...완전 대박!  피아노를 어떻게 이렇게 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협주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곡들을 이렇게 피아노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별 생각을 다 했다.  사실 피아노 하나의 구현이 협주같은 힘과 구성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으니까, 역시 거장의 연주를 듣는 것은 나같은 novice에게도 눈이 확 떠지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여기서는 검색이 되지 않지만, 기타의 명인, 세고비아의 CD 두 장을 건졌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레코드 판으로 먼저 그의 음악을 들은 탓인지, CD음악은 무엇인가 무미건조한 느낌을 준다.  역시 음악이나 책은 아날로그가 최고인 듯.  

 

지금 사는 아파트 근처에도 크고 오래된 중고 음반 가게가 있다.  최근에 점포를 이 부근에 열었는데, 요즘 같은 시절에도 이런 가게가 신규오픈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 유명한 라스푸친 레코드의 분점이다.  물론 제정 러시아 말기의 괴승 라스푸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의 이름과 얼굴만 가져다가 쓸 뿐이다.  그런데, 이곳의 분위기는 음반을 전문으로 취급해서 그런지 상당히 하드코어하다.  점원들은 대개 한 두 군데를 뚫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상도 많이 있으며 몸을 캔버스로 삼은 이도 여럿 보인다.  한 마디로 좀 지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잘 안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무엇인가 숨겨진 보물이 있을지 모르니 조만간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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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2-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는 그 음반가게 이야기도 올려 보셔요.
겉모습이 그러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마음을 트고 이야기를 나누면
사뭇 다르겠지요.

transient-guest 2013-02-19 23:52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렇겠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