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다치 미츠루의 걸작들이다.  모두 공통적으로 야구를, 그것도 일본의 많은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고교야구 - 갑자원으로 포장한 청춘만화들이다.  스토리나 구성에 대한 이야기는 google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을만큼 많다.  그저,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렇게나마 그려 볼 수 있는 청춘 이야기라는 점.  꿈과 희망을 주고, 덤으로 아련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H2난 Touch는 좀 예전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더욱.  

 

이 작품들에 비하면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진격의 거인'은 대단한 만화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좋은 만화는 아닌 듯.  적어도 지금까지는, '진격의 거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절망과 공포일 뿐이다.  인간종에게는 상위종이 없다.  그런데, '진격의 거인'에서는 거인이, 아무런 목적과 이유도 없이 그저 인간종을 보는 족족 잡아먹는데, 이에 대항할 방법이 거의 없다.  아무리 용감한 전사라고 해도, 전과가 혁혁한 역전의 고수도, 한 순간, 끈을 놓치면 잡아 먹힌다.  일대일로는 전혀 승산이 없는 이 절대공포에서 오는 절망을, 만화를 보고 나서도 2-3일 간 나도 모르게 느꼈다.  그만큼 강한 impact를 주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난 꿈을 주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유쾌한 청춘만화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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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6-1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리 선을 그어 버리는 법이거든. 진정한 자신의 한계보다 앞에. 그 한발자국 앞에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불완전 연소밖에 못하거든, 저 녀석은. 자신의 잠재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모르는 채 여기까지 왔어. 재능이라면 히로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면서. 저 녀석이 자신의 껍질을 깰 찬스야.

기억에 남는 히까리의 대사였습니다. 일본 만화가 중에 아다치는 최고의 작가죠. 아다치 만화는 단편선가지 다 찾아봤었지요. 요즘 일본 만화 중에는 이런 만화가 거의 없고 대부분 잔인하게 때려 부수다 끝이 나지요. 중간 중간에 어쨌든 이것은 고교 야구만화입니다라는 안내 문구에 소소한 웃음을...

transient-guest 2013-06-13 01:22   좋아요 0 | URL
저는 히로가 엄청난 투구를 보이면서 승리하던 날은 모두 히까리의 생일이었다는 부분이 좀 뭐랄까 멋지더군요. 청춘드라마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이에요.ㅎㅎ 아다치 미츠루가 자기 PR을 많이 하긴 하더군요.

알케 2013-06-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H2에 집중할 수 없을까요? 몇번 들었다가 포기.. ㅎㅎㅎ

transient-guest 2013-06-13 01:22   좋아요 0 | URL
스토리 전개가 다소 느리지만, 처음보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이라서 끈기있게 잡고 읽었더니 정말 재밌더라구요.ㅎ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딱 그 만큼의 게으름이었을까?  책읽기는 밥먹는거 이상 거르지 않고 있지만, 한 동안은 후기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한 탓은 언제나 하는 것이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여전히 마찬가지.  더 이상 어떤 이유를 대기 어려울 정도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저 글을 읽고 남기는 것이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월초의 무지막지한 지름으로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읽을거리들을 확보한 상태인데, 영어책까지 합하면 도대체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가끔씩 불안하기도 하다.  

 

또한, 독서 불감증까지는 아니지만, 간혹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가 하는, 다소 유치하다고까지 생각하는 성공독서나 성공학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도 요즘 느낄때가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서 그저 그렇게 평하기는 했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해서 책을 읽기도 한다.  순수문학을 그런 의도로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장이나 개발을 위한 좋은 책을 찾아서 읽는 것은 분명히 개인의 특정한 상황 타개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나도 무엇인가 다른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그런 마음에 사무실 한켠에 겹겹히 꽂혀 있었던 온갖 자기개발서적을 정리하여 대략 세 박스 분량은 한 쪽에 쌓아 놓았다.  사실상 다시 읽을 가능성이 적은 녀석들은, 그렇게 묻고,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좋은 책이라도 생각되는 것들은 다시 읽기위해서 챙겨 놓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손가락을 놀리니, 막혀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튀어 나온다.  애초에 페이퍼를 열었을 때에는 간단하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만 적으려고 했었는데 말이다.

 

 

 

 

 

 

 

 

 

 

 

 

 

 

 

 

 

 

 

 

원제는 일본스럽기도 하고, 중국스럽기도 한 '남극요리인'인데, 남극의 셰프가 훨씬 산뜻한 느낌을 준다.  남극요리인이라고 하면, 백곰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인육요리라도 할 것 같은 기세니까...

니시무라 준이라는 사람이 두 차례나 일본의 남극기지에 파견되었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인데, 얼마 전에 영화로 먼저 보고 흥미를 느껴 읽어 본 책이다.  내가 히키코모리 성향이라도 있는 것인지, 나는 가끔씩 저렇게 먼 곳에 파견되어 한 동안 사회와 떨어져 생활해보고 싶은 요망을 갖고 있다.  산속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남의 돈'으로 남극에 파견되어 소수의 팀원과 규칙적인 공동체 생활을 해보고 싶다.  책으로 볼 때는 훨씬 더 고생스럽게 느꼈지만, 영화속의 그들은 아무튼 유쾌해 보였으니까. 

http://kosap.tistory.com/550 요기에 가면 남극세종기지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 니시무라 준이 파견되었던 곳은 이곳보다 훨씬 더 깊숙히 들어간 남극의 오지 같은, 세균도 살 수 없다는 곳이었고, 인터넷이나 무선전화기술이 발달하기 전인 1997년, 그리고 그 이전의 일이었으니까, 지금은 그래도 살만하지 않을까?  기압이 높고, 대기가 희박하여 조금만 무엇을 해도 헉헉거리고, 사방이 얼어붙은 물로 가득하지만, 어쨌든 물은 만들어야하며, 화장실과 목욕이 불편한 곳.  막상 가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생떼를 쓸지도 모를 노릇이지만, 어쨌든, 일상을 떠나, 책과 미디어를 조금만 챙겨들고 그렇게 떠나보고 싶다.  영화는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영화수집은 멈춘지 꽤 되어 그렇게 많이 아쉽지는 않다.  어쨌든 책보다는 영화의 스토리 구현이 훨씬 돋보였다는게 내 결론.

 

SF와 판타지의 여왕같은 존재.  퍼언시리즈로 잘 알려진 어슐러 르귄의 작품.  작가의 이름은 정확히 Ursula인데, 이를 어슐러로 번역하는 것은 우르술라라고 번역하는 것만도 못한 것 같다.  대충 울술라 정도가 발음에 가까운데, 쉬운 이름은 아니다.  80-90년대의 책들에서는 이 이름을 우르술라라고 쓴 용례를 많이 본 기억이 난다. 

 

현대의 SF나 판타지에 많은 영향을 준 작가인데, 이 작품에서도 현대의 많은 모티브들의 원형을 본다.  먼 행성에 내려서 현지인과 동화하지는 못한 지구인.  그 지구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면서, 섞이는 것은 엄격하게 금하는 현지인류, 그리고 정체가 들어나지 않은 무지막지한, 마치 로마제국 말기의 게르만 족 같은 야만족.  

 

재미있는 것은, 현지의 문명발달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과학사용의 제한을 둔 일종의 은하연맹 법이라는 개념.  예를 들어, 우리가 남미 오지에 갔다고 하면, 현지인 이상의 과학기술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인 셈이다.  이렇게 하여, 이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류는, 그러나 후발대가 없이, 그대로 현지에서 살게 되는데, 과학기술의 사용을 금하는 법을 지키는 바람에, 수 백년이 흘러 그들 자신도 과학기술의 상당부분을 잊게 되었다는 설정이 전체 스토리 진행이 무리없이 넘어가는 논리를 제공한다.  이 작가의 책은 절판되기 전에 SF팬이라면 그저 사들이는 것이 좋겠다.  영세한 국내 출판계의 사정도 그렇지만, SF를 비롯한 장르가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못하는 점은 여전한 한국에서는 특히 절판이 빠를 것 같다.  논술이 수능에 들어가면서 부터 더욱 심화된 차별...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나름 심도있게 따져본 책이다.  오타쿠 답게 해박한 만화지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왜?를 반복하면서 따지다보면 악당이 되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일견 1-2차원적인 옛 시절 만화들의 악당론을 3차원적으로 파고들면, 결론은 세계정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이렇게 보면, 세계정복이라는 단순한 관점, 그리고 인간이 로보트를 조종한다는 지극히 평면적인 세계관을 끝내버린 에반게리온은 그 말 그대로 신세기를 열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레진이라는 필명의 번역가도 특이한 사람인데, 딴지라디오에서 요즘 대성황인 '아부나이 니홍고'의 마사오 님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다루지만, 70년대의 악당관의 맹점을 잘 그린 영화가 바로 Austin Powers시리즈가 되겠다.  특히 2편에서 (한국에서는 이것을 1편으로 소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현재로 돌아온 Dr. Evil가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딱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수 많은 예전 시절의 악당관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해학적이다.  생각만큼 재미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러니까, 너무도 진지한 내용의 책이었지만, 색다른 관점으로 어쩌면 흑백논리에 익숙한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법을 깨뜨려 줄 수도 있는 책이다.  물론 이런게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여전히 미스터리.

 

조만간에 리스트를 만들고 좀더 다른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문학을 비롯하여 즐기는 독서는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안주하는 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서를 해 볼 생각이다.  어떤 mission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처럼 치열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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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앞으로의 더 치열해질 독서계획이 기대됩니다. 궁금하기도 하구요. 잘 이루시길요. 전 영화 남극의셰프 찾아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3-06-12 12:19   좋아요 0 | URL
격려 감사해요. 남극의 셰프는 일본 영화답게, 대사나 이런 것들보다는 장면으로 승부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다른 배우들은 잘 모르겠고, 주인공하고 의사양반은 좀 알아보겠더라구요. ㅎㅎ 20권을 선정해서 내일부터 하루에 한 권씩 볼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책들도 조금씩 보는것이지만...

댈러웨이 2013-06-1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 기대되요! 어떤 독서를 하시려는 건지! 안그래도 트란님 안보이셔서 궁금했었는데, 서재도 새단장하시고 딱 나타나셨네요. :)

저 질문할 거에요, 트란님. 질문 8, 아니 질문 9인가;;, 미국의 인종차별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이곳에서 저나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들이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었거든요. 백호주의라는 선입견이 오히려 그런 관점을 더 강화시킨다고 생각했구요. 미국 현지는 어떤지, 트란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요즘뿐만이 아니긴 하지만, 이곳 레이시즘 이슈가 끊이질 않네요.

서재 단장하신 이 느낌 좋아요. 전에는 너무 어두웠어요. 심기일전, 파이팅! ('파'는 폰트 100으로 키워서에요. :))

아, 그리고 쩌기 밑에, 제가 민망해서 지운 댓글에 답댓글 달아주시면 어떡해요? ㅋㅋㅋ

transient-guest 2013-06-13 01:26   좋아요 0 | URL
일단 20권을 선발해서 하루에 한 권씩 보는건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이 녀석들은 inspiration을 위해서 보려는 것이구요. 그다지 내키는 독서가 아니지만, 분명 이런 책들도 필요하다 싶을때가 있는거죠.

미국도 인종차별 문제가 늘 있죠. 하지만, 이민자의 국가이고 국가기본이념, 그리고 인권운동을 통해 적어도 연방차원에서는 인종범죄는 크게 다루고, 차별은 역시 큰 법적 penalty가 따릅니다. 유럽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광하고 와서, 미국을 은근히 깔보는데, 사실 외국인이 살기에 미국만큼 좋은 나라도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워낙 이민이 많아서 덜하지만, 예전엔 참 친절했구요 사람들도. 호주나 유럽은 방문객에게는 친절하지만, 막상 유색인종 이민자에게는 그렇지 못한 면이 많은 듯해요.

좀 밝게 지내야죠.ㅎㅎ 글구 어떤 댓글인지..

2013-06-1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6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김없이 월초가 돌아와서 이렇게 쿠폰이 나왔네요.

 

ZEKF-31AD-0D51

 

가져가시면 댓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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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모처럼 아침에 접속하니 이런 행운이 있네요. 잘 쓸게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6-05 02:29   좋아요 0 | URL
재밌게 보세요. ㅎㅎ
 

일을 하면서 틈틈히 온라인으로 뉴스도 보고, 소식도 찾고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구본형씨가 돌아가신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한창 자기개발, 부동산, 멘토링 등등의 책들을 많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면허 취득하고 남의 밑에서 일하면서 그야말로 여러 가지 이유들로 - 경영철학, 대인관계, 인생관, 등등 - 대표가 보기 싫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은 하루를 견뎌내면서 자기를 단련하는 시간처럼 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책들은 읽고나면 다시 볼 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어떤 저자들 - 예컨데, 예병일, 아니 공병호 같은 경우 더더욱 - 과는 철학이 맞지 않아서 쉽게 공감하지 못할때가 많았으나, 그래도 이나모리 가즈오와 구본형씨의 책은 배울 점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멘토링으로 성공하여 멘토링 자체가 business가 된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 - 오늘의 주제는 구본형씨니까 - 구본형씨의 경우 어느 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후 마흔 셋의 나이에 무엇인가를 느낀바 있어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책의 내용도 상당히 중도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덜 느끼게 했다.  또한, 그의 지도하에 태어난 젊은이들 중 일부는 2세대, 3세대 리더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을 볼 때, 역시 그의 이른 소천은 아쉽기만 하다.  이미 49재가 가까워 오는데, 이런 뒷북이 공연히 미안하게 느껴진다.  부디 소망하신 바를 다 이루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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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3-05-3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EBS <고전읽기>를 듣고 구본형 씨와 정이 많이 들었어요. 겉핥기 식이 아니라 이 사람은 정말 제대로 무언가를 알고 사람들에게 풀어내 주려고 애쓰는구나, 싶어서 저도 모르게 점점 팬이 되더라고요. 공동 진행자였던 개그맨 이희구씨의 의견이나 해석도 존중하고 격려해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좋았고요. 그런데 그 때가 이미 병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고 하는 후일담을 듣고 더욱 놀랐어요. 거의 돌아가시기 전까지 밝은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고전 이야기를 해 주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떠난 후에야 그렇게 아픈데도 최선을 다했던 마지막이 뭉클했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5-30 19:58   좋아요 0 | URL
한국에 있지 않기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것도 많아요, 저는. 목소리가 참 안정적이라는 생각과, 섣불리 예측하거나 역설하는 것이 아닌 성찰에서 나온 글이란 생각을 하면서 이분의 책을 봤어요. 60세도 못 채우시고 돌아가셨으니 참 아깝네요. 물론 같은 나이의 보통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셨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아~ 역시 암은 무서워요...

2013-05-3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30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동안 잘 읽히지 않던 책이 다시 술술 읽히기 시작한다.  reading에도 슬럼프가 온다고는 하는데, 과연 지난 3-4월에 나는 슬럼프를 겪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다만, 눈에 보이는 최근과의 차이는 스케줄인데, 4월까지는 정신없이 돌아가던 회사가 5월에는 갑자기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면 내가 practice하는 분야의 legal service market이 돌연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들이 일순간 정지해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야심차게 계획하던 몇 가지를 일단 stop시켜놓고, 내심 초조하게 business가 pickpu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3-4주간의 시간을 보내고 났더니, 그간 꽉 조여져있던 머리가 다소 풀리기라도 했는지, 지난 주말부터는 독서의 많은 부분이 보통때의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해도, 몰입도,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지난 주중에 시작해서 warm up을 하는 자전거 위에서 틈틈히 읽은 책이다.  신경숙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처음으로 접하는 문체답지 않게 착착 마음에 감겨 와 닿는다.  이전에 김탁환이 같은 주제에 대해 쓴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과 같은 소재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소설과 신경숙의 소설과는 소재의 동일함, 일정한 timeline의 겹침외에는 그리 닮은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리진을 읽으면서 리심을 떠올린 적이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그저, 왜 비슷한 시기에 문헌상에는 아주 조금만 남아있는, 파리에 처음으로 가본 구한말의 조선 궁녀의 이야기를 두 명의 유명한, 하지만, 꽤나 다른 대착점에 서 있는 두 작가가 풀어볼 생각을 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은 중간중간 들었다.

 

김탁환의 리심은 소설 같다.  굉장히 빠르고, 여러 플롯들이 함께 전개되어 재미있는 한 편의 극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신경숙의 리진은 차분하다.  인물과 플롯을 엮어 극화화 했다기 보다는, 리진을 중심으로, 한 명의 여자의 눈에 비친, 한 시대의 종말, 새로운 문물, 그 속에서 느끼는 고독, 한계, 이런 것들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여기에는 구한말 조선을 둘러싼 정세속에서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 political maneuvering은 별로 없다.  그저 담담한 한 여자의 이야기가 마치 그 당시 조선의 운명처럼 잔잔하게, 그리고 애잔하게 그려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탁환의 리진보다는 신경숙의 리진이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표지의 느낌도 비슷하고 그림체도 비슷하지만, 그 밖의 모든 것들이 다른 김탁환의 책도 여기에 소개하고 싶다.  그의 책들도 절판된 것들이 많아서 못 구하는데, 박지원의 이야기를 다룬 압록강이 여기에 속한다.  다행스럽게도 예전에 한국책이 다수 보유되어있던 모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 차례 읽은 적은 있으나, 글로 남기지는 못했기에, 기회가 되면 다시 구해서 읽어볼 책들 중 하나이다.

 

조금 slow하게 남은 5월의 한 주를 보내고, 다가오는 6월부터는 모든 것이 또다시 차차 정상궤도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한 초도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다.  그저 남아있는 동안,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심신을 단련하면서, 그렇게 족적을 남김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PS 책이 술술 읽힌다고 했을때 쓰려던 이야기를 막상 글을 쓰던 순간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폴 오스커의 '달의 궁전'을 또한 읽고 있는데, 잘 읽힌다.  그전에 본 뉴욕 3부작은 막히던 부분도 있었는데 말이다.  달의 궁전은 곧 다 끝낼 듯.  그나저나 고전문학과 영어책을 더 읽어야 하겠는데, 잘 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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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5-2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탁환 씨 소설이 참 재밌습니다.추리기법을 능숙하게 구사하기도 하고요.
<압록강 >이야긴데...이건 광해군의 밀명을 받고 후금에 항복한 강홍립 장군을 다룬 작품입니다.박지원 등 실학파가 나오는 소설은 백탑파 시리즈에 있는 <방각본 살인사건>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5-29 23:28   좋아요 0 | URL
김탁환 소설은 저도 참 재미있게 여러 가지를 읽었어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압록강은 제가 착각했네요. 강홍립 장군 이야기를 하시니까, 압록강 내용이 확 다시 떠오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