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책읽기를 게을리한 건 아니다. 그저 어쩌다 보니 페이퍼를 쓸 시간이나 개인의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사실 글이 밀린 것보다 더 나쁜 건 미루면 미룰수록 더 안 하게 된다는 점인데, 운동이나 독서나 무엇이나 이렇게 조금씩 미루다 보면 더 안 하게 된다. 늘 알면서도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
간만에 글을 쓰자니 원래도 못 쓰는 걸 정말 쓰기 어렵게 느낀다. 재미있는 걸 쓰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생각한 걸 남기자고 시작한 것이 이만큼 지나고 나니 참 쉽지가 않다. 다들 어떻게 그리 잘들 쓰시는 건지.
어제와 오늘 열심히 일한 끝에 남은 오후는 금요일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그냥 혼자 있는 것이 이상해서 사방에 뭘 틀어놓고, 이렇게 끼적거려 본다.
추미애의원이 법무장관으로 윤씨의 검찰과 일전을 벌일 모양이다. 지금 하는 꼴을 보니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려고 온갖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이 김에 싹 잘라버렸으면 좋겠다. 지들 하는대로 뒤지면 온갖 특혜와 비위사실이 다 나올 것이니 아예 특수감찰 같은 걸 동원해서라도 변호사짓도 해먹지 못하게 박살을 내버렸으면 한다. 당장 윤씨만 해도 마누라를 정경심교수를 뒤진 만큼 파면 장담하건데 구린내 나는 것들이 잔뜩 있을 것이다. 검찰이 정치와 경제, 사회의 모든 걸 좌지우지 하는 꼴이라니. 일전에 뒤를 봐주는 댓가로 삥을 뜯고 이를 내부자거래에 사용해 수십억을 챙긴 검사가 '친구'사이로써 '댓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나온 걸로 기억한다. 그런 수준인게다.
구해놓고서 순서에 구애 받지 않고 심심할 때 하나씩 읽는 잔잔한 에세이 시리즈. 김유진 작가란 분이 아이오와 대학에 2.5개월 동안 머물면서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 김영하 작가도 비슷한 걸 한 적도 있는 걸로 보아서 아이오와 대학의 이 프로그램은 나름 유명한 듯. 무슨 국제창작프로그램 (IWP)라고 하는데 난 아예 모르는 학교, 모르는 지역이지만 문학, 수사학, 자연과학 등이 유명한 학교이고, 이 대학이 위치한 아이오와씨티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학의 도시라고 한다. 다만 중서부는 내가 원래 큰 관심이 없고 그저 4년에 한번 대통령을 뽑을 때 swing state들 중 하나로 알고 있는 낙후된 지역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좋은 매력도 가득할 것이지만 최근 트럼프에게 3년간 시달리고 나니 red state보다 (공화당) 더 싫은 것이 swing state이라서...
외국생활이 한국생활의 두 배가 다 되어가는 나는 작가가 겪고 느낀 많은 것들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처음 가는 곳이라면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고 여행시간이 긴 만큼 고생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리도 두 달 반, 비용지원을 받고 본인이 선택한 생활이 읽는 사람마저도 피곤하게 느껴질만큼 머리가 아픈 날이 많았을까. 워낙 작가의 글을 모르는 터라 뭐라 말할 수는 없으나 이 잔잔한 시리즈를 읽는 것이 세 권째인데 무척 고단했던 걸 보면, 일단 작가의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된 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 원래 관심이 별로 없는 지역인데 더욱 관심이 가지 않는다.
군국주의 일제시절을 넘어온 사람의 글이라서 그런지 나이가 많은 사람의 글이라서 그런지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좋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읽었다. 이런 저런 뭔가를 해라, 또는 이것이 좋다는 식의 글엔 이제 특히나 공감하지 못하는데 분명히 fundamentally 중요한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방법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저자가 말하는 여러 가지는 그저 참고하면 좋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구한지 4년 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받은 첫 날과 다음 날 모두 읽었다. '임사체험' 하권은 상권에서 이어지는 사례와 연구를 분석하고 나아가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직접 시도하면서 느낀 것들을 다뤘는데 임사체험과 유체이탈, 그리고 뇌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박이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과학적인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증명할 수는 없으나 모든 사례를 두뇌의 이상작용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특이한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된다. 뇌를 스캔해서 디지털로 업로드하고 이를 보관해서 다른 육체에 다운로드하는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설사 과학기술이 그 정도로 발전한다고 해도 여전히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이 될 것 같다. '에게 - 영원회귀의 바다'는 그 옛날 82년 무렵 저자가 사진작가와 함께 에게 해 일대의 유적지를 종횡무진했던 기록이다. 책은 훨씬 이후에 나왔기 때문에 많은 여건이 바뀌었고 지금은 그렇게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기엔 2001년 이래 19년째 겁이 나는 면이 많은 세상이다. 그저 에게 해 라는 말에서 오는 고대의 고대와도 같은 아련하 향수와 동경을 느낄 뿐. 예전에 밤배로 넘어가던 아드리아 해, 그때 느낀 역사와의 조우와도 같은 그런 느낌.
노년이 되어도 젊은이처럼 모험을 하게 되는 운명의 우트레드. 이젠 회복한 자신의 영지 베벤버그에서 늙어가도 좋을텐데. 과거의 oath가 무언지 과거의 맹세에 따라 위험천만의 길을 떠나야 한다. 어떤 식으로 왕관의 향방이 바뀌든 베벤버그엔 특별히 좋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12권이 나온 이 시리즈도 슬슬 끝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더는 젊지 않은 늙은 우트레드가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사실 이번에 읽는 내내 그가 죽을 것만 같아서 가슴을 졸였지만 그와 충직한 친구인 피낸은 살아남았다.
드라마의 시즌 4가 기다려지면서도 책보다는 훨씬 작은 스케일임을 알기에 맘이 급하진 않다.
아마 지난 주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읽은 것 같은데 'S.T.E.P.'은 아주 즐겁게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리며 읽었고 '책이여, 안녕!'은 뭔소린지 계속 이해하려고 머리를 쓰면서 읽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사소설성은 익히 알고 있으나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이런 독서는 종종 많이 불만스럽다.
여전히 즐겁다. 애니메이션도 책도 언제 꺼내봐도 즐겁게 16비트 게임기시대를 추억하게 만든다. 도스게임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오락실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라잡느냐가 관건이었던, 소프트가 귀했기 때문에 하나를 사면 뽕을 빼던 그 시절, 어린 내가 그립다.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그런 옛날 게임들을 다시 꺼내서 돌려보고 싶어진다.
어쩌해서 일단 밀린 정리를 끝냈다. 당분간은 이렇게 되는대로 끼적거리는 한이 있어도 밀리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