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 권 끝까지 읽는 것이 힘든 요즘이다. 강박도 있었고 불만도 가졌지만 이것도 계속되니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어진다. 80세까지 산다면 40부터 만 권을 읽어보자는 취지로 연 250권 정도를 읽으려고 노력해왔으나 이번 해의 성적이 워낙 저조하여 몇 년은 더 건강하게 살아야 가능할 것 같다. 속도가 빨라지는 날도 올테니 막연하지만 그런 시기에는 좀더 많이 읽어서 목적한 숫자를 달성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예 기록을 위해 짧은 책을 읽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권에 800-1000페이지는 쉽게 넘어가는 영미권 장편시리즈는 한 주에 한 권을 읽는 것도 무척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저런 책을 섞어서 읽어야 간신히 목표한 양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봐도 10월, 아니 11월이 온전히 지나가야 매우 바쁜 지금의 상황들이 조금 정리가 될 것 같은데 막상 일을 해보면 아니 바쁘면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자영업이라서, 그리고 다행히 새롭게 시작되는 라운드의 일이 예정이 되어 있으니까 하루도 대충 보내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해야만 모임으로 바쁜 연말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이번 주에는 진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데 환송연도 있고 오전에 정말 쓸데없지만 만나야만 하는 미팅도 잡혀있고. 불러줘서 좋은데 거의 매주 뭔가가 있으니 혼자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무척 피곤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미팅을 선호하지 않은 건 딱 한 가지 이유에서다. 전화로 하면 5분이면 끝날 것을 만나면 30분은 시간을 써도 모자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미팅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사람을 만나야 일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애초에 그런 방식보다는 안 만나고 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COVID-19 봉쇄기간에 이런 방식이 많이 자리를 잡아서 생각보다 사람들의 거부감이 없어서 90%이상의 클라이언트는 대면미팅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다. 


사람을 모아서 회사를 키우는 건 워낙 소질이 없었던 탓에 아마 마지막까지 혼자 일하다가 은퇴할 것이 120% 확실하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연으로 공적인 모임이나 자리에도 많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만한 나이가 되기는 했다. 즉 뭔가 그런 것을 지향하지는 않았으나 우연이 겹치고 한 분야에서 오래 일을 해온 덕분에 한 단체나 기관에서 한번씩만 일이 있어도 한 달이면 수 차례 사람을 만나거나 행사에 참여할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책 한 권을 겨우 읽고 실로 오랫만에 페이퍼를 써봤다. 정치얘기도 귀찮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냥 이런 모습으로 매일을 반복하고 있다. 


Prequel은 본편보다 조금 덜 치밀하다. 게다가 본편 1권에서 아무리 못해도 18-20년 전의 일을 다루고 있으니 읽지 않아도 본편을 즐기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 팬심이라서 이번에 이 시리즈를 끝까지 달려보자는 마음에 첫 권보다 먼저 일어난 일을 다룬 prequel을 읽었다. 그런데 아마존 프라임의 영향일까 첫 세 권이 떡하니 번역되어 나와있는 것을 발견했으니까. 이걸 끝까지 번역해줄까 의문이고 그만큼 많이 팔릴 수 있나 싶기는 하다만 나도 일단 구해보려고 한다.




이번 주, 그리고 다음 주까지 일단 목표한 일들을 정리해보자. 조금 숨을 쉴 수 있게 될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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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10-21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분야에 오래 일을 해오고...그 일이 전통적일 경우 경력이 차면 의도치 않게 여러 단체에 가입되게 되죠. 저는 혼자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데, 여전히 조직인이라 좀 안맞긴 합니다만...그래서 작업활동이 어느 정도 숨통을 튀워주어 그럭저럭 조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나 봅니다.

한 해 250권이면 정말 엄청난 양입니다. 1년 100권 읽기 목표...달성한 해는 딱 두 해 밖에 없습니다. 읽는 책에 따라 다르긴 한데...데니얼 데닛 1000페이지 짜리 책은 절대 하루에 다 못 읽습니다. 10시간씩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고 읽으려면 저같은 경우 5일 이상 걸립니다. 철학 원전 잡는 순간 250권은 물 건너 가는 거죠. 목표 권수 보다는 모아 놓은 책을 잘 활용하는 독서법이 좋은 듯합니다. 예를 들어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을 전에 읽었다면 1장을 다시 읽고 관련 책들(여타 이미지 관련 책들 및 지각 심리 분야 책들)을 읽은 후 비슷한 주제의 문학 책을 읽으면 확장성 면에서 공부가 되는 듯한 독서법이라 목표 권수를 이제는 버렸습니다..ㅎㅎ 가지고 있는 책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주의..^^

transient-guest 2025-10-22 01:19   좋아요 1 | URL
저도 딱히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을 잘 하지는 못해요.ㅎ 이 단체들은 뭐랄까 일로 만난 사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연결이 되어서 credential엔 많이 도움이 되긴 하네요. 워낙 집중력이나 이해력이 좀 낮아서 갯수로 잡았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바쁜것도 있고 사르트르를 잡고서 진도가 안 나가더니 그게 모든 독서의 발목을 잡은 것 같아요. 저도 연 100권 정도로 잡고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당분간의 최선이라고 봅니다. 트럼프놈 관세때문에 한국에서 책주문을 못 하고 주문해서 한국의 친구집에 쌓아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책이 넘치니 다행이면서도 그간 책을 많이 사고 적게 읽었구나 싶네요.ㅎㅎㅎ

blanca 2025-10-21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만나는 데 에너지가 쓰이고 그 에너지가 또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저도 되도록 안 만나고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아하게 됐네요. 노안이 와서 독서도 예전 같지 않고요. 써놓고 보니까 슬프네요.

transient-guest 2025-10-22 01:21   좋아요 0 | URL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나이잖아요. 일속도가 빨라졌는데 시간은 더 모자란게 이상해요. 그렇게 사람 만나는 시간까지 하면 제 시간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책이든 운동이든 건강이 중요합니다. 전 맨발 걷기를 하면서 일단 간이 좋아지는지 술 마신 다음 날 빨리 정상화가 되고 아마 그래서인지 눈도 좀 좋아지는 것 같아요.ㅎㅎ

잉크냄새 2025-10-21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알라딘에서 어느 날 <독서 만권 달성> 이라는 길손님의 페이퍼를 볼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너무 늙었을라나요.ㅎㅎ
전 여전히 일주일 한 권 목표를 잡습니다. 코로나 이후 계속 달성하고는 있지만 목표를 재설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중입니다.

transient-guest 2025-10-22 01:24   좋아요 1 | URL
일단 당분간은 좀 천천히 갈 것 같습니다. soft retirement phase에 들어가면 한 동안은 또 미친 듯이 책을 읽을 것 같네요.ㅎㅎ 감사합니다. 일주일 한 권도 좋고 요즘 같은 세상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갈수록 소중해지니 주변에 책 읽는 사람 한 명을 만나기가 어렵네요. 오죽하면 여기서 맨토링모임 만든 누가 책도 같이 읽는다고 하더라구요. 혼자 읽이 힘들어서. 근데 정작 읽는 책이 그냥 자계서들...-_- 역시 재야의 고수(?)는 외롭지만 같이 섞이지는 못하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