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초에 주문한 책을 넘겨 받았다. 갑자기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들 중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책들을 모아들여야겠다는 강박증(?) 같은 것으로 인한 충동구매였는데, 결과적으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새로 나온 것이 없어서 몇 권 못 사고 나머지는 '박람강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나온 북스피어의 책 몇 권과 이런 저런 책에 관한 책들, 그리고 마태우스님의 추천으로 산 '사십사'였다. 그런데,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음의 두 권이 문제였다.
그냥 제목을 보면, 다른 책이다. 제목만 보면.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제외하면 그러나 이 둘은 완전히 같은 책이다. 나오기로는 '청춘...'이 2011년 12월로 먼저였고, '스무 살...'은 2012년에 나왔다. 나온 시기를 보면 왜 '청춘...'이 제목으로 먼저 쓰였고, 원제로 추정되는 '스무 살...'로 바뀐 것인지 감이 온다. 물론 이건 순전히 추리이고, 사실 정확한 원제도 그렇고, 내가 말하는 것은 어떤 확실한 물증을 갖고 그러는 것이 아님은 분명히 해둔다. 어쨌든. 그렇게 '제목'장사에 놀아난 꼴이 되었다. 그것도 제목에 낚인 것도 아닌,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모두 소장하고 읽어보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제대로 걸린 것이다. 심지어는 같은 출판사에 같은 역자이니, 이건 완전히 당시 유행하던 '청춘 거시기'에 편승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화도 나지 않고, 그냥 허탈하고 황당한 이 맘이라니. 다치바나 다카시와 나의 독서노선이나 철학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의 책사랑을 존경하고 특히 건물을 짓고 책을 모아들여 작업실로 쓰는 부분은 부럽기 그지 없다. 김갑수의 July Hall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생각되어도, 기실 음악이나 커피보다는 책에 더 꽂힌 나 같은 이에게는 '고양이 빌딩'이야말로 천국 그 자체가 아닐까? 참고로 내가 갖고 있는, 그러니까 읽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뇌를 단련하다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멸망하는 국가 - 다치바나 다카시의 일본 사회 진단과 전망
|
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
우주로부터의 귀환
|
임사체험 (상)
|
지식의 단련법 - 다치바나 식 지적 생산의 기술
|
천황과 도쿄대 1 - 현대 일본을 형성한 두 개의 중심축
|
천황과 도쿄대 2 - 현대 일본을 형성한 두 개의 중심축
|
청춘표류
|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
읽기의 힘, 듣기의 힘
|
청춘은 길어도 아프지 않다 - 다치바나 다카시와 혁신 리더 16인의 청춘 콘서트
|
스무 살, 젊은이에게 고함 - 다치바나 다카시와 일본 지식인 16명의 스무 살 인터뷰
|
지의 정원
|
'임사체험'은 황당하게도 '하'편이 절판이라서 도무지 구할 수 없게 되어 버렸는데, 출판사로써 좀 무책임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를 포함하여 너무 읽고 싶은데 절판이 되어 고가의 회원중고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아무튼 졸지에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집가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아무렴 판본이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니고, 원본을 복각한 표지 디자인도 아닌, 순전히 장사치의 '제목'장난 때문에 고작 일년 사이에 새로 나온 판본을 초본과 함께 사게 된 것은 정말 장난질에 놀아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모두들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