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속도가 문제인지 전반적으로 느리게 사고하기 시작한 뇌가 문제인지 책을 매우 천천히 적게 읽고 있다. 조금 지친 탓도 있고 계엄 이후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혼란과 때를 만난 것처럼 곳곳에서 기어나오는 바퀴벌레와도 같은 인간들의 모습에 구역질이 나서 그런 면도 있다. 특히 시대가 개차반같다보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음을 기대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머리가 쉴 틈이 없다. 조금 더 희망이 가득한 날들을 맞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건만. 


그래서일까 '잊혀진 책들의 공동묘지'시리즈를 읽는 내내 재미가 주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끊임없이 공안정치시대의 한국을 떠올려야 했다. 그 시대로 회귀하려는 지금의 미국과, 비록 일단 막아내기는 했지만 계엄령을 통해 이를 시도한 어떤 못된 놈과 그 처단과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사회 곳곳에 알박기되어 있는 부류의 인간들을과 소설이 오버랩되어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추리소설로써의 재미도 훌륭했고 개성만점에 매력까지 겹한 등장인물들의 서사도 좋았지만 이번 첫 번째 독서에서 이 시리즈는 프랑코시대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까지 이어지는 한국과의 공안정치라는 접점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강렬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어쩌니 화가 나던지. 


책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 거기에 잊혀진 책들로 가득한, 도시 지하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책의 묘지라니. 바르셀로나라는 고도가 품은 역사와 함께 너무도 매력적인 소설이었는데 난 어쩌다 보니 이 소설을 아주 최근에 알게 되어 읽어버리게 된 것일까. 분명히 내 레이더망에 일찍 들어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소설의 시간연대순서가 좀 왔다갔다 하지만 스토리에는 지장이 전혀 없다. '천국의 수인'으로 중간에 빠진 이야기를 보충한 것은 그야 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작가가 타계하여 더 소설이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번역된 것들은 모두 주문했다.
















유횽준선생의 책 외 두 권의 저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유럽을 가다 1'은 아마 '유럽을 가다 2'를 구상하고 출판되었을텐데 어찌될까. 유홍준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무척 낭만적인 시절을 살았구나 싶어 부러웠다. 주변의 다양한 문인들과 열사들을 벗과 스승으로 두었으니 어렵고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오늘부터는 다시 열일, 열독, 열운동의 모드로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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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4-1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재를 하시는 분들이 떠나면 많이 난감해질 것 같네요.
전 얼음과 불의 노래의 마틴 옹께서 장수하길 손꼽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70이 넘으신 분이 5부이후 15년째 6부를 간만 보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