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술 마실 일이 종종 있을만큼 networking이 되고 있다. 마치 지난 5-6년의 networking을 한번에 하는 것처럼 우연한 초대를 통해 만난 분들과 그렇게 가끔 만나서 술자리를 갖고 있다. 


운동은 나이의 탓도 있겠지만 지난 달부터 언젠가 오른쪽 삼두, 거기서 어깨로 해서 뒤의 날갯죽기까지 골고루 pain spot이 생긴 탓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무리하게 try를 하다가 이번 주 월요일의 맨몸운동 후 상체는 쉬고 있다. 어제도 가볍게 하체를 했고 내일은 상태를 봐서 당기는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다시 하체를 해주는 것으로 상체를 더 쉬게 해줄 생각이다.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전체적인 운동의 패턴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들고 걷기만 하니 몸이 굳는 것 같기도 하고. 내년에는 진짜 뭐 하나를 찾아서 기능성 운동을 해야할 것 같다. 


책은 이번 달 들어서는 정말 성적이 참담하다. 딱 두 권을 완독했으니까. 


세상을 살아버리고 나면 살면서 겪은 많은 것들, 경험, 배움 등으로 해서 행간을 읽는 독서가 가능해진다. 물론 젊은 시절의 스펀지 같은 독서는 그대로의 매력이 있고 특히 읽고 나서도 내용이 사라지지 않는 엄청난 이점이 있기에 굳이 선택을 한다면 젊은 시절의 독서가 더 맘이 간다만, 나이를 먹은 사람의 독서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주게 된다. 책에서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듯이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으로 context를 더해줄 수도 있고 경험에서 온 비판적인 시각으로 책의 이야기를 곱씹어볼 수도 있다. 독서에 정답이란 것은 없거니와 나이을 먹은만큼의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고 말고를 떠나 어떤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운명일게다. 지금 나이에 와서 읽는 GTO가 어린 시절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에서 읽던 GTO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잊고 추리소설이나 만화에 푹 빠져드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아마 고전문학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이런 나이든 이의 독서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이제 몇 년 있으면 반 세기를 꾸역꾸역 살아낸 인간이 되어 있을 그 무렵엔 더욱 이런 경향이 강해질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뭐 복잡한 마음이다. 유쾌한 술자리에서 나를 보면 그냥 어릴 때의 내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게 적당히 잘 망가지고 즐겁게 개소리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다소 설득력이 없는 살인의 방식이지만 일단 그 방식이 먹혀들 수 있었다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나면 신선하고 천재적인 발상이라고도 인정해줄 수 있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성서의 말씀이 연상되는 매그레 경감의 homecoming. 모든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향에서 그는 경감이면서도 그때 그 아이로 약간은 당시의 신분에 따른 대접을 받는 듯한 경우가 있고 자신도 과거의 기억과 현실이 섞여 당혹스러워 한다. 


살인의 동기도 좀 별로였고 진범이 밝혀지는 과정도 그다시 설득력은 없다. 어쩌면 진짜 사건이란 건 이런 모습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딱 두 권. 참으로 초라한 성적인데 머리가 복잡한 날도 있고 일을 많이 한 날도 그렇고 책을 매일 꾸준히 읽고는 있지만 한 권을 진득하지 잡고 즐기지 못하는 날이 계속 되고 있다. 


이번 사무실로 입주한 것이 2019년인데 그때 와서 개발새발 같은 자계서를 많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꾸준히 사들인 책으로 인해 현재 대략 8000여 권의 책을 갖게 되었으니 늘어나는 행복과 함께 고민의 덩치도 계속 커지는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사고 읽는 건 어떤 카르마 때문일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8-13 0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사무실의 책 8000권에 깜놀합니다. ㅎㅎ 제 직장 책상에는 지금 보고ㅠ있는 책 1~2권에 자료책 4~5권이 다인데 말이죠. ㅎㅎ 아 그러고보니 몇만권의 책이 있는 도서실이 바로 옆에 있긴 하네요. ㅎㅎ

transient-guest 2022-08-13 12:13   좋아요 2 | URL
달리 둘 곳도 없고 해서 사무실을 서재처럼 쓰고 있습니다 많아서 좋기는 한데 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그냥 계속 읽고 모으다가 이담에 은퇴해서 보려고 합니다

박균호 2022-08-13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천권이라뇨 !! 대단하십니다. 저는 이제 1천권이나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운동하는 지식인이세요. 제 책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22-08-15 00:22   좋아요 1 | URL
8천개의 고민이자 행복이죠. 권수가 중요하진 않지만 어쨌든 안 버리고 잘 버티고 있으니 만족합니다. 늘 좋은 책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고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