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추종하는 공화당의 막가파식 행보와 무능하고 분열된 민주당의 원 투 펀치로 이미 방향을 잃기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 거기에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류비의 급상승, 그리고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시작된 이자율 상향조정으로 인해 나락으로 가버린 주가. 


대부분의 연금이나 기금이 주식시작에 들어있는 미국의 특성상 이는 단지 주식을 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닌 은퇴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 은퇴에 가까운 나이의 사람들, 그리고 성실하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적립해온 사람들까지 난리가 난 상황. 고유가와 이미 조정시기를 한참 놓친 부동산시장, 거기에 물가는 30%가 올라버렸고 이젠 주식은 떡락을 거쳐 Bear마켓으로 진입했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대략 일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란 것을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난리도 이런 생난리가 없다. 


생활을 건강하게 가져가는 것으로 그간 단련을 잘 해온 덕분에 여러 모로 생활비를 줄일 수 있었기에 30%이상 거의 모든 것이 오른 지금 코로나 이전의 생활비로 모든 걸 해결하면서도 더 나은 환경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시작부터 2/4분기 초입까지는 괜찮았으니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상황이 나빠지면 결국 모든 비즈니스가 다시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이미 client들을 통해 이런 저런 소식을 들어보면 중소상공인들은 다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실 작년에 구제금융의 힘이 남아있을때 바이든 행정부의 Build Back America가 제대로 실현을 됐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수박들이 일을 망치는 건 매한가지인 듯. 어렵게 다수당을 만들어 준 유권자들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게도 상원의 수박 두 마리가 번번히 개혁의 발목을 잡은 끝에 이미 행정부 2년차로 들어온 지금 급작스러운 경제위기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힘은 거의 다 빠진 것 같다. 11월의 총선에서 압도적인 공화당의 지지세가 거의 확실시되느니만큼 총선 후에는 더더욱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손발을 꽁꽁 묶어두고 이를 다시 2년 후 대선을 위한 포석으로 사용하려는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 밑에서 헤롱거리고 있고 민주당 또한 급진파가 아니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꼴이니 희망이 없다. 그저 남은 10-15년 열심히 아끼고 투자해서 이 무간지옥인지 나선미궁인지 모를 곳을 떠나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버린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뭔가 서글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것이 표현이 안 된다. 


판형의 크기나 두께가 딱 옛날 계림사 문고에서 부록으로 받은 셜록 홈즈 모음집의 낱 권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방송작가로도 일한 경력이 있는 작가가 쓴 수 많은 셜록 홈즈의 팬소설. 최대한 어투와 구성을 원전에 가깝게 해준 덕분에 읽으면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고 약각은 엉성한 추리까지도 전형적인 홈즈의 소설 그대로의 맛이 있다. 작품도 많고 어떤 건 구할 수 없지만 종종 몇 권씩 주문해서 심심할 때다가 하나씩 읽으면 좋겠지 싶다. 브람 스토커를 모방한 살인사건에서의 의외성은 나름 기발했고 완전범죄를 꿈꾸던 사기꾼이 홈즈가 나타났음에도 대담하게 일을 꾸미다가 탈탈 털리는 Yule-Tide 미스테리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이 이 괴짜 아재를 젊은 시절부터 영국에 빠져들게 했을까. 젊을 때 영국으로 와서 일을 하며 살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늙어서 다시 영국으로 이주를 해버린 그가 보고 느낀 영국의 모든 걸 그의 인생에서 시간차를 두고 변한 모습에 대한 추억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 영국이라고 하면 펍, 축구, 홈즈, 여왕, 처칠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 고작인 나에게는 빌 브라이슨처럼 여행을 많이 하고 많이 보고 걷고 들어본 사람의 삶은 부러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늘 책 바깥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서재활동을 기준으로 해도 벌써 십 년이 넘도록 그런 점에서 나의 삶은 변한 것이 없다. 그야말로 Mr. Homeostasis와도 같은 이런 건 언제 바뀌려나. 목표에 조금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 그 순간 다시 멀찌감이 골대의 위치가 바뀌어 버리는 듯한 것이 요즘의 일상이라서.
















*서경식 선생의 방황은 여전히 진행 중인 듯, 내가 한참 그의 책을 구해 읽던 시기에서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재일조선인이라는, 대한민국도 아닌 인공도 아닌,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어디에도 속한다고 볼 수 없고 '국가'라는 틀 안에 규정되지 못하는 그 모습 그대로 예술과 인문을 이야기한다.

 

*MAUS에서 보여준 작화기법과 스토리텔링은 아픔이나 비극만을 강조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트라우마가 뭔지도 모르고 평생 사로잡혀 살았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세운 국가에서 이것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 비극이고 아이러니.


*중남미의 친미극우정권에서 자행된 공안정치는 한국에서 21세기형 검사정치로 진화한 지금의 모습은 또 언제 어떻게 누군가에 의해 회고될까.


두 권의 책 모두 매우 흡족하게, 돈이 전혀 아깝지 않게, 심지어 양질의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대단함이 있다. 헤세의 책에서는 모두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오래된 책이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도 될만큼 세련됐다는 점에서도 놀랐고, 독서라는 외로운 행위에 대해 다시 반추해볼 수 있어 좋았다.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에선 책에 밑줄을 긋거나 색칠을 하거나 글을 남기는 걸 싫어하던데, 그건 아무래도 헌책으로 먹고 사는 저자의 직업 때문일 것 같다. 정답은 없으나, 아니 정답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꾸준히 이런 저런 독서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여전히 찾아다니게 된다. 그 와중에 잘 만나기도 하고 이상한 걸 만나서 15000-20000원을 날리기도 하면서 살고 있다.































소설 한 무더기. 그냥 재미로 소소하게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이 머리에 마사지를 받는 기분으로 읽으면서 그대로 그 맛을 음미한 수 많은 이야기들. 심농의 책은 이제 다섯 권째를 읽고 있는데 과거 시리즈를 구해서 읽은 캐드파엘 처럼 일단 완주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고 있다. 뤼팽, 홈즈, 크리스티, 캐드파엘, 엘러리 퀸 등 언제든 다시 꺼내 읽어도 좋을 시리즈들을 갖고 있다는 건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요코미조 세이시나 마쓰모토 세이초, 에도가와 란포도 있으니 언젠가는 추리소설만으로도 한 가득 벽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한가한 날, 건성으로 잡무를 처리하면서 이런 날이 늘 그런 것처럼 의욕도 떨어졌기에 운동도 제끼고 앉아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퇴근할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언제 발을 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하루를 허비한 것 같아서 게으르게 보낸 날엔 이 시간 즈음이면 늘 후회를 한다. 운동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을. 


6월도 이제 반이 벌써 지나가버렸으니 매년 빨라지는 시간의 흐름, 정확하게는 갈수록 빠르게 느껴지는 aging이 참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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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6-16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ransient님 스톼일~~을 딱 뭐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이 페이퍼야말로 님의 스톼일~~ 느낌 멋지게 보여주는 글입니다.

미국의 상황이 그러하군요...이미 어려웠던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더 고단해질까요....잘 버텨오던 사람들도 힘들어지는데

transient-guest 2022-06-17 05:14   좋아요 1 | URL
방식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두서없고 난삽하기도 한 제 감정과 감성을 표현이죠 뭐. 늘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너무 심해지고 있고 양차대전 이후 발전된 국가들에선 큰 전쟁도 없었던 덕분에 체제가 더욱 공고화되었으니 1차대전 이전의 세계의 모습도 있고 2차대전 직전의 분열과 무력함도 보이네요.

책읽기.com글쓰기 2022-06-16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죠...저도 며칠 계속 기준금리인상만
눈빠지게 봤었는데..결국..서평이란 이렇게 써야 하는군요. 또 노력해볼랍니다.^^

transient-guest 2022-06-17 05:16   좋아요 2 | URL
앞으로도 더 인상한다고 하니 한국은 정말 어려워질겁니다. 대책을 마련해도 어려울 지경인데. 글을 잘 쓰는 분들은 정말 많습니다. 저의 경우 서평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읽은 흔적을 제 일상과 함께 남기는 정도입니다. 잘 쓰인 서평이라면 아무래도 긴축/요약을 거쳐 적절한 줄거리의 정리가 곁들여져야 하는 것 같은데 전 자꾸 잊어버리니 어렵네요.

책읽기.com글쓰기 2022-06-17 0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어려운데 서서히 혹은 급격히 더 어려워 지겠군요..책을 읽고 요약을 한다는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자꾸 저는 제 감상대로 흘러가서 독후감이 되어버리는 지경인데 계속 연습해봐야죠^^

transient-guest 2022-06-17 05:57   좋아요 2 | URL
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ㅎㅎ 줄거리는 읽고서 금방 잊어버리는 걸 개선할 방법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