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관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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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추리소설가인 크리스티이지만, 물론 단점도 없을리 없다. 바로 난데없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는 점이다. 추리소설이 독자와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크리스티는 공정한 플레이어로 손꼽힐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바닥에 A페어를 깔아놓은 채로 10원페어를 들고 징징대는 사람처럼 보일때가 있다. (그리고 꼭 히든은 에이스를 받는다. 상대는 그녀가 풀하우스를 쥐었다는 걸 알 도리가 없다) 그렇게 그녀는 사건의 열쇠를 혼자만 간직하고, 가짜 범인이나 사소한 증거들을 넘칠만큼 뿌려놓는다. 다 즈려밟고 가시라고. 가시다가 꼭 미끄러지시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꺼내놓는 세 장의 에이스를 황당한 심정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아주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에서 세 장의 에이스의 단서를 포착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소한 사실이 그렇게 거창하게 발전할 줄은 그녀만이 알고 있을 때가 있다.

[삼나무 관]은 법정물이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법정물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은 아니다. 법정에서 크리스티는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고 가짜 증거들과 사람들에 대한 로맨틱한 서술을 늘어놓기에 바쁘며, 사건은 법정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진행된다. 사실 이 작품에서 법정은 포와로가 자신의 멋진 추리를 펼쳐놓는 또 다른 무대로 활용될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열 장을 읽기 전에, 우리는 누가 범인인지 절대 알 수 없다. (물론 순전 감으로 찍을 수는 있다. 크리스티의 성향으로 보아 범인이 절대 아닐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다.)

앞에서 장황히 말했듯이, 이 작품에서 크리스티가 쥐고 있는 세장의 에이스는 너무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게임에 능하지 못한 나의 투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감상을 솔직히 말하자면, 납득은 하되 이해는 할 수 없고, 범인이 누군지는 찍었되 그 사람이 왜 범인이 되었는지는 떠 주는 대로 받아 먹어야 되는 상황에 처했달까. 그리하여 포와로 영감이 탐정이라기 보다는 커플 매니저가 아닌가, 크리스티가 쓴 것이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 하고 쓰잘데 없이 툴툴 거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공정성이고 세 장의 에이스고 간에, 소설이 재미있었다는 사실에 심술이 나는 것이다.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으니. 결론은 이거다. 그리하여 나는 어쩔 수 없이 크리스티의 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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