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매년 이맘때면 어디서나 한해를 정리하고 공과를 평가하기 마련이다. 어제는 영평상 시상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도 있었다. 상이란 받는 사람에겐 영광이고, 주변 사람들은 축하와 격려로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태는 매개체가 되어야 할텐데 어찌 대종상 영화제는 늘 잡음만 들끓는 것 같다. 이번에는 아예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니 이쯤되면 영화제의 권위는 제로다.

 

상이란 것은 돌려먹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이 공감하는 공정성은  축제 자체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키는 낭떠러지다. 무슨 개근상도 아니고 이른 바 '참가상'이란 것은 있을 수도 없는 발상이다. 이렇게 막가파식 시상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도 영광의 흔적도 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받은 종잇장과 트로피들은 액자나 진열장 말고 쓰레기통에나 어울린다.

 

오늘 소개할 포스터들은 '어워드 스타일(award style)'의 범주안에 묶었다. 이렇게 자랑거리가 되는 전통을 만든 해외 영화제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포스팅을 시작한다.

 

 

 

[플래툰, 1986]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노골적인 어워드 스타일이다. 1987년 열린 제59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렇게 오스카만 전면에 내세우다니, 그만큼 권위와 신뢰가 느껴지는 포스터다.

 

 

 

[디어 헌터, 1978]

 

 

 

1979년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디어 헌터]는 영화속 러시안 룰렛 게임 논란으로 한때 홍역을 치렀지만 영화 자체의 감동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베트남 전쟁 후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연기로 오스카를 거머쥔 크리스토퍼 월켄의 초점 잃은 눈동자 연기는 압권이었다.

 

 

 

[귀향, 1978]

 

 

[디어 헌터]와 같은 해 경합을 벌였던 또 하나의 베트남전 소재 영화 [귀향]은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할 애쉬비 감독은 [디어 헌터]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약간 다른 관점에서 베트남전을 바라봤는데, 상이군인과 남겨진 가족의 비극 극복 과정을 잔잔하게 다루어 큰 호평을 받았다.


 

 

[헨리 2세와 엘리노 여왕, 1968]

 

 

 

1969년 아카데미상과 뉴욕비평가협회 상 수상 경력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의 원제는 [겨울의 사자]이다. 잠깐 스토리를 보고 가자.

전 유럽이 영토를 노린 정략결혼과 정치적 음모로 이합집산을 거듭한 1183년, 스코틀랜드에서 피레네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던 잉글랜드 왕 헨리 2세는 말년에 접어들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왕위 계승자를 정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을 궁정으로 불러들인다. 두 왕자를 앞세워 아버지에 대한 반역을 주도한 죄로 10년째 성에 갇혀 지내던 그의 아내 엘리노 왕비와 호시탐탐 영토의 반환을 노리는 프랑스 왕 필리프 2세, 프랑스 왕의 여동생이며 헨리 2세의 정부가 되어버린 알레 공주, 정치적 야망이 가장 크고 용감한 셋째 리처드 왕자,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천박하기만 한 둘째 제프리 왕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만 무기력하고 불운한 막내 존 왕자가 모여든 궁정에서 또 한 번 왕권을 노린 음모가 싹튼다. 후대인들로부터 12세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으로 손꼽히는 엘리노 왕비의 탁월한 계략으로 반목을 거듭하던 왕자들이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고 아버지 왕을 처단할 계획을 세우면서 잉글랜드 왕가와 나라는 파멸 위기에 놓인다. 헨리 2세는 그들에 맞서기 위해 냉혹한 결정을 내리고 피비린내 나는 가족 간의 왕권 다툼은 골이 깊어진다.  

다음 영화

 

 

 

[세가지 색 ; 블루, 1993]

 

 

폴란드의 명감독 키에슬로브스키의 '세가지 색' 시리즈 중 첫 번째 영화인 [블루]는 1993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뽕네프의 연인들] 부터 눈여겨 봤었던 줄리엣트 비노쉬의 아름다운 모습이 푸른색 톤의 서정적인 화면과 함께 오래 기억되던 영화다.

 

 

 

[이지 라이더, 1969]

 

 

반문화 영화의 대표가 되어버린 [이지 라이더]는 배우이자 감독인 데니스 호퍼에게 칸 영화제 신인감독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노란색 종이에 가는 펜으로 그린 포스터의 분위기가 황량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국(꿈)을 찾아 나선 젊은이, 그러나 어느 곳에서 미국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문구와 딱 어울린다.

 

 

 

[달콤 쌉사름한 초콜렛, 1992]

 

 

이 멕시코 영화는 무려 10개 이상의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멕시코의 문화를 전파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로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자랑이 되기도 한다.

 

 

[초콜렛, 2000]

 

 

[재키 브라운, 1997]

 

 

 

오늘 소개한 포스터들 말고도 수없이 많은 영화들이 특정 영화제의 상을 수상하면 메인포스터와는 별도로 어워드 스타일의 포스터를 만든다. 재개봉 할 때의 중요 홍보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흥행에도 영향을 준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종상 영화제는 그런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나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데... 영화인들, 각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가 되어 버린 대종상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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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현대소설
요아힘 숄 지음, 박영구 옮김 / 해냄 / 2002년 4월
평점 :


해냄 출판사의 클라시커 50 시리즈를 좋아한다. 처음 [신화]를 접한 후로 [성서], [영화], [건축] 그리고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총 5권을 가지고 있다. 각 주제별로 50가지 이야기를 사진, 그림, 평가 등을 곁들인 편집때문에 읽으면서 보는 재미를 준다. 다만 이번 [현대소설] 편은 독일인의 기준으로 50가지를 선정하다보니 다소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낯선 독일 작가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아시아, 아프리카 작품은 제외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몇가지 결점은 이 책의 장점 앞에 그다지 큰 흠은 아니다. 저자는 나름의 기준으로 책을 선정하고 해당 작가가 책을 쓸 당시의 상황, 배경을 간략하게 요약한 다음, 소설의 줄거리 및 소설이 끼친 영향, 동료 작가나 비평가들의 반응 그리고 다양한 시각 자료들을 잘 버무려 독자들의 이해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노력을 한다. 마치 백과사전을 펼친 것 같이 관련 지식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앞서가지 않는다. 딱 해당 작품에 관심을 가질 만큼만 보여준다. 그 이상은 작품을 직접 읽어보는데서 성취해야 함을 잊지 않는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20세기의 시작을 알리며 첫번째로 주목한 작품, 조셉 콘라드의 [로드 짐]이 관심을 끈다. 1964년에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침몰 위기의 배와 승객을 버리고 자신들만 탈출한 승무원들의 이야기다. 작년 대한민국을 침통의 바다로 내몰았던 세월호 사고와 겹친다. 세월호 선장과 이 책의 주인공 '로드 짐'과는 어떻게 다를까? 이 소설이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 '요하임 숄'은 "고전적인 선원 이야기로 위장한 [로드 짐]은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 들어가는 치열한 항해다. 의무란 무엇인가? 책임이란 무엇인가? 선악을 누가 결정하는가? 짐의 운명은 그러한 의문들에 대한 분명한 답변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읽고 싶은 욕망이 끓어 오른다.

 

이 밖에도 꼭 읽어보고 싶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송]. [롤리타], [가프가 본 세상] 등등, 책을 읽기 전 워밍 업 차원의 기본 배경을 충실히 전해주고 있다. 왜 이 50편의 소설이 20세기 주요 작품으로 선정되었는지, 어떤 위치에 있는 작품들인지, 소위 말하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작은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듯 해서 좋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누구나 꼭 읽어야 될 책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 책이다"라고 말했다지만, "고전 작가들의 작품 하나를 골라 읽노라면 곧 정신이 신선해지고 기분도 가벼워진다. 마음은 맑아지고 고양된다. 이것은 나그네가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하는 것과 같다."는 쇼펜하우어의 언급도 있으니 도전해 볼 일이다.

 

p.s.

1. 20세기 현대소설 50 목록

로드 짐 - 조셉 콘라드 /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토마스 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푸르스트 /충복 - 하인리히 만 /착한 병사 슈베이트의 모험 - 야로슬라프 하셰크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제노의 의식-이탈로 스베보 /사전꾼들-앙드레 지드 /소송-프란츠 카프카 /댈러웨이 부인-버지니아 울프 /위대한 개츠비-스콧 피츠제럴드 /황야의 이리-헤르만 헤세 /채털리 부인의 사랑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비를린 알렉산더 광장-알프레트 되블린 /특성 없는 남자 - 로베르트 무질 /8월의 빛-윌리엄 포크너 /북회귀선-헨리 밀러 /미혹 -엘리아스  카네티 /메피스토-클라우스 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가렛 미첼 /구토 - 장 폴 사르트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일곱 번째 십자가-안나 제거스 /이방인 - 알베르 까뮈 /삐삐 롱스타킹-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84년-조지 오웰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길위에서-잭 케루악 /호모 파버 -막스 프리쉬 /표범-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양철북-귄타 그라스/달려라, 토끼야-존 업다이크/솔라리스-스타니스와프 렘/황금 공책- 도리스 레싱/시계 태엽 달린 오렌지-엔서니 버제스/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하인리히 뵐/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알렉산드르 솔제니친/백년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거짓말쟁이 야곱-유레크 베커/ 기념일-우베 욘존/중력의 무지개 -토머스 핀천/가프가 본 세상-존 어빙/끝없는 이야기-미하엘 엔데/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한밤의 아이들-살만 루시디/향수-프트리크 쥐스킨트/x세대-더글러스 쿠플랜드 

 

2. 20세기 이전 고전소설 50 목록

가르강튀이와 팡타그뤼엘- 프랑수아 라블레/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데스 사이베드라/모험가 짐플리치시무스- 한스 야콥 크리스토프 폰 그리멜스하우젠/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마농 레스코- 아베 프레보/파멜라- 새뮤얼 리처드슨/톰 존스- 헨리 필딩/캉디드- 볼테르/트리스트럼 샌디- 로렌스 스턴/신 엘로이즈- 장 자크 루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드니 디드로/위험한 관계- 피에르 암브루이즈 프랑수아 쇼데를로 드 라클로/헤스페루스- 장 파울/푸른꽃- 노발리스/사라고사의 필사본- 얀 포토츠키/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프랑켄슈타인- 메리 셀리/수코양이 무르의 인생관- E.T.A 호프만/아이반호- 윌터 스콧/모히칸 족의 최후-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약혼자- 알렉산드로 만초니/적과 흑- 스탕달/노트르 담의 꼽추- 빅토르 위고/잃어버린 환상- 오노레 드 발자크/아서 고든 핌의 모험- 에드거 앨런 포/죽은 혼- 니콜리아 고골리/몽테 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대 뒤마)/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허영의 시장- 윌리엄 메익피스 새커리/데이비트 카퍼필드- 찰스 디킨스/백경- 허먼 멜빌/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해리엇 비쳐 스토/녹색의 하인리히- 고트프리트 켈러/보바리 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오블로모프- 이반 곤차로프/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죄와 벌- 표도르 M.도스토예프스키/전쟁과 평화- 레오 N. 톨스토이/미들마치- 조지 엘리엇/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나나- 에밀 졸라/여인의 초상- 헨리 제임스/보물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굶주림- 크누트 함순/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정글북- 러디어드 키플링/에피 브리스트- 테오도르 폰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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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기 2015-12-0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계태엽 오렌지] 구매, 탐독 중.

호서기 2016-03-1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송], [이방인], [호일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시계태엽 오렌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80일간의 세계일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프랑켄슈타인] 독파
[로빈슨 크루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죄와 벌], [백년의 고독], [향수] 등 대기중
 

[홍번구, 1996]

 

 

시작부터 주먹을 내질러서 미안하다.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인가? 뉴욕에 거주한 홍콩 이민자들과 뉴욕 마피아간의 갈등을 그린 성룡, 매염방 주연의 [홍번구]의 포스터로 문을 열었다.

 

햇볕이 따뜻한 어느날 오후, 한적한 공원 벤치에서 한가롭게 신문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장난삼아 내지른 주먹이 신문을 뚫고 나온다면 모르긴 몰라도 열이면 열, 심장이 오그라들만큼 깜짝 놀랄 것이다. 행복한 퇴근길, 한 손에 식구들을 먹일 군고구마 한 봉지를 들고 보도를 걷고 있는데, 빨간 벽돌 하나가 새로 집짓는다고 쳐둔 안전 펜스를 뚫고 내 눈앞을 휙~하고 지나간다면 아마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것이다. 오늘 바로 그런 느낌의 포스터 몇장을 모아 봤다. 붙일 적당한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가 우선 '돌출 스타일(pop-up style)'로 했다.

 

 

 

[대리형사, 1974]

 

 

70년대 초반 제작된 액션 버디무비 [대리형사]의 포스터는 대형 광고판을 비집듯이 뚫고 나온 두 형사가 마치 범인을 체포하려는 듯이 "꼼짝마!"하고 외치는 것 같다. 한 명은 경찰 뱃지를, 한 명은 총을 겨누는 것이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태세인데 제발 자중하시길, 무고한 시민이 다칠 수도 있으니... 포스터만 봐도 우리 영화 [투캅스]가 떠오르는 이 영화, 스토리를 잠깐 보고 가자.

 

케닐리(엘리어트 굴드 분)와 파렐(로버트 블레이크 분)은 냉소적이며 고집센 LA시경의 대리형사이다. 예전에 그들은 불량배로 뜨내기 생활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경찰 조직에 투신한 것이다. 그들은 콤비를 이루어 수사 활동을 전개하지만 일을 너무 크게 벌이기를 두려워하는 경찰 본부측과의 잦은 충돌을 겪는다. 한편, 암흑가 단체는 물론이며 경찰의 수뇌부들까지 마음먹은대로 뒤에서 조종할 수 있는 거물급 한 인물은 자신의 활동에 케닐리와 파렐이 눈에 가시처럼 성가심을 느끼게 되는데...

다음 영화

 

 

돌출 스타일은 드류 스트러잔이나 존 앨빈 같은 아티스트의 포스터 작품에서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 우선 드류의 작품부터 몇 장 보자.

 

 

 

[펜잔스의 해적, 1983]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먼저 명성을 얻은 [펜잔스의 해적]은 1983년에 케빈 클라인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견습 해적의 도제 생활을 아주 코믹하게 다루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21살이 된 견습 해적 프레드릭이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해적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프레드릭의 생일이 윤년의 2월 29일인 것을 발견한 해적왕이 그에게 '아직 다섯 살에 불과하니 21살이 될 때까지 계속 해적의 도제 생활을 하라'고 하는 설정이 아주 재미있다.

 

역시 포스터는 '서프라이즈!'라고 외치듯이 주요 등장인물들이 막을 뚫고 뛰쳐나온다. 꼭 공연 무대는 너무 좁으니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영화 속으로 자신들을 데려가 달라는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캐논볼, 1980]

 

 

 

[캐논볼 2, 1984]

 

 

역시 드류 스트러잔이 작업한 [캐논볼] 시리즈의 포스터도 모두 '돌출형'이다. 이 시리즈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 불법 자동차 경주대회인 '캐논볼' 대회에 참가한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코미디 액션 영화이다. 할리우드와 홍콩 골든 하베스트의 자본이 결합하였고 스턴트 맨 출신의 감독 할 니드햄이 연출하였다. 원래 스티브 맥퀸이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버트 레이놀즈에게 그 역할이 돌아갔으며 성룡의 헐리우드 단역 데뷔작이기도 하다. 쟈니 윤도 TV 토크쇼 호스트로 출연하여 이목을 끌었지만 일본인으로 나오는 바람에 국내에선 홍보 전단에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레이트 머펫 케이퍼, 1981] 

 

 

이번 포스팅을 시작할 때 언급했던 신문을 뚫고 나오는 모습의 이 포스터도 드류의 작품이다. 신문의 기사들은 자세히 보면 모두 이 영화에 대한 언급임을 알 수 있다. 신문의 판형을 활용하여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탶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정표 스타일' 편에서 한 번 언급했던 '세서미 스트리트' 짐 헨슨 감독의 두번째 머펫 영화이다.

 

 

 

[그렘린, 1984]

 

 

80년대 중고생들 마음을 어지간히 설레게 했던 피비 케이츠가 출연한 [그렘린]의 재개봉 포스터다. 원래의 포스터와 다른 점은 'WE'RE BACK'이라는 문구와 그렘린의 튀어나와 낙서하는 장면이 추가된 점이다. 이 작품은 포스터 아티스트 존 앨빈의 작품인데 영화 속에서 귀여운 모과이가 그렘린으로 변하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포스터의 구도는 정말 절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창회, 1982]

 

 

풍자 잡지로 유명한 '내셔널 램푼'의 두번째 영화 [동창회]의 포스터도 영화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작품이다. 대학노트가 있고 그것을 찢고 나오는 일단의 동창생들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었다. 각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특징이 꼴라쥬 기법의 도움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마치 학창시절 비밀노트에 은밀하게 적어두었던 친구들에 대한 메모가 생명을 얻어 의인화된 느낌이랄까? 마침 11월 28일 총동창회 소집 문자를 받았는데 오랜만에 모이는 우리의 모습들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오늘 소개한 포스터 이외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브롱코 빌리, 1980]를 비롯해 [제이 앤 사일런트 밥, 2001] 등 다수의 영화들이 같은 유형의 포스터를 가지고 있다. 요즘은 3D 영화가 아주 흔해서 웬만한 SF나 액션 영화는 아주 생생한 입체 영화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아바타] 이전만 해도 3D 영화는 흔치 않았고 3D를 표방한 몇몇 영화들도 요즘의 기술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조악한 것이었다. 비록 포스터 일랑 망정 그나마 입체감을 촌스럽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이 아마도 오늘 소개한 일명 '돌출 스타일'일 것이다. 

 

아 그러나 저러나 요즘 피비 케이츠는 뭘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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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2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논볼 오랜만이군요....그렘린도 반가워요 ^^

호서기 2015-11-20 18:36   좋아요 0 | URL
모두 추억의 영화들이죠. 근데 요즘 영화들보다 나은 것 같아요~~
 

'여행기'를 한권 선물받았다. 저자가 2014년, 환갑을 앞두고 인생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 단행한 국토종주 도보여행 후, 그 과정을 적은 [나를 찾아 떠난 국토종주, 도보여행]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안산 지역에서 30년간 경영 일선에서 잔뼈가 굵었고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하시는 분이다.

 

처음 100페이지를 후딱 읽었다. 소박한 글솜씨에 여행 중 찍은 방방곡곡의 사진이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저자뿐 아니라 그의 2세도 친분이 좀 있는 편이었지만 글을 통해 그를 만나니, 새삼 오해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알았다. 마저 읽고 저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옷매무새부터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요즘 주변에서 책 선물을 많이 해 주신다. 선물이야 다 그렇지만 특히 '책' 선물은 언제 누구에게 받아도 참 기쁜 선물이다.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또한 나도 소중한 사람과 나눔으로써 보답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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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decalcomania)를 기억하시는지?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하얀 도화지 반쪽 면에 여러 색깔의 물감을 짠 뒤 나머지 반쪽을 포개 접으면 양쪽이 똑같은 아름다운 무늬를 나타나는데 이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었다. 1936년 초현실주의 화가 오스카 도밍게즈가 이 기법을 회화에 도입하고 20세기 중엽 독일 태생의 막스 에른스트가 자신의 그림에 이 기법을 즐겨 쓴 이래로 이 회화 기법은 초등학교 미술시간의 필수 커리큘럼이 되었다.

 

좌우 또는 상하 양측의 똑같은 알록달록 형형 색색의 형상은 때론 환상적으로, 가끔은 몽환적으로 현실 너머의 경험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노렸을까? 적지 않은 영화 포스터에서도 이런 기법이 쓰였으니, 오늘 감상할 포스터 유형은 '데칼코마니 스타일(decalcomania style)'이다.

 

먼저 좌우 데칼코마니 스타일이다.

 

 

[고독한 여심, 1975]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르만 감독이 그의 페르소나이자 아내인 리브 울만과 함께 만든 일곱 번째 영화 [고독한 여심]의 포스터는 데칼코마니 유형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여자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과의 가장 은밀한 조우, 그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라는 카피가 보여 주듯이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과 직면해야만 한다. 이런 주제라면 '데칼코마니 스타일'보다 더 적합한 표현 방법이 없을 듯 하다. 

 

 

 

[노 누크, 1980]

 

 

 

1980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콘서트 영화이다. 이 필름에는 1979년 9월에 메디슨 스퀘어 가든 콘서트 실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콘서트는 잭슨 브라운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반핵 운동 단체 'MUSE(Musicians United for Safe Energy)' 를 중심으로 9월 19일부터 5일간 진행되었고 잭슨 브라운 이외에도 그레이엄 내쉬, 브루스 스프링스턴, 제임스 테일러 등이 공연했다.

 

 

다음으로 상하 데칼코마니 타입을 보자.

 

 

 

[마법사, 1978)]

 

 

이 뮤지컬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의 흑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허수아비 역에는 아직 슈퍼스타가 되기 전인 마이클 잭슨이 맡았고, 도로시 역에는 또 한명의 대스타 다이애나 로스가 맡았다. 마법사 역의 리차드 프라이어도 눈에 띤다. 다이애나 로스와 마이클 잭슨은 이 영화를 통해 가까운 친구가 되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포스터는 마치 수상도시를 연상케 한다. 

 

 

 

[콰드로피니아, 1979]

 

 

196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 록 밴드 ‘더 후(The Who)’가 1973년 발표한 록 오페라 앨범 [콰드로피니아]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좋은 옷을 입고 스쿠터를 타며 미국의 R&B 음악을 즐겨 듣는 당시 영국의 청년 문화 '모드(mod)' 스타일을 대표하기도 했던 '더 후'의 정체성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모드족'들의 생활을 담아내며 당시 청춘들의 반항적인 삶을 다루었는데, 당시 부모 세대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행동이 없었다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음'의 다른 이름은 '반항'이라는 것을 또다시 상기시킨다.

 

포스터에도 역시 '모드' 스타일로 잘 차려 입은 일단의 젊은이들이 불만 많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똑 같은 그림이 상하 대칭으로 되어 있다.

 

'더 후'는 1964년 영국 런던에서 로저 달트리(보컬, 기타, 하모니카), 존 엔트위슬(베이스, 보컬), 피트 타운센드(기타, 보컬, 키보드), 키스 문(드럼, 보컬)이 결성한 그룹으로 [토미, 1969], [후즈 넥스트, 1971] 등의 앨범을 통해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잡았으며, 비틀스, 롤링 스톤스와 함께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주도했던 밴드이다.

유니버셜 뮤직 참고

 

 

 

[토미, 1975]

 

 

 

1969년 성공을 거둔 '더 후'의 록 오페라 앨범 [토미]를 영국의 이단아 켄 러셀 감독이 뮤지컬 판타지 영화로 만들었다. 앨범이나 영화나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 '더 후'의 로저 달트리가 토미로 분했다. 이 외에도 드러머 키스 문, 에릭 클립튼, 티나 터너, 앤 마가렛, 앨튼 존 등 70년대 초 최고 스타들이 등장한다. 앤 마가렛은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를 손에 쥐었고 오스카에도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어떤 논쟁이었을지 스토리를 한 번 살펴보자.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부정을 보고는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이 된 소년이 유난히 발달한 후각을 통해 핀볼의 챔피언이 되고, 영적 경험을 겪은 후 신체 장애를 극복하고 청소년 전도단의 메시아로 군림하게 되지만 무리가 광신도 집단으로 돌변하자 홀연히 떠난다.

 다음 영화

 

우선 종교, 그것도 광신도가 등장한다면 논쟁 좀 있었을 것 같다. 게다가 어머니의 부정, 특별한 능력, 그것도 메시아의 능력이라니... 그런데, 토미가 물고 있는 저 물건은 도대체 뭘까?

 

 

 

 

지금까지 다섯 장의 포스터를 봤다. 뭔가 발견되지 않나? 첫번째 영화 [고독한 여심]을 제외하고는 모두 콘서트, 뮤지컬, 뮤지션 등 음악과 관련이 있다. 왜 그럴까? 왜 유독 소위 '음악' 영화에서 데칼코마니 형식의 포스터가 많이 등장하는 것일까? 아~~악, 궁금해 미치겠다. 

 

혹시 '몽환적'인 느낌과 관련되는 것은 아닐까? 강한 비트의 노래를 열정적으로 부르는 뮤지션의 무아지경 상태 만큼 '뿅'가는 느낌은 없을테니까.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하고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은 고양된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 '음악'만한게 또 어딨겠는가.

 

 

 

...하나 더, 상하좌우 데칼코마니로 인사를 갈음한다. 

 

 

 

[강박관념,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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