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단짝 친구 무민 그림동화 2
토베 얀손 지음,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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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너프킨은 겨울동안 남쪽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다. 무민은 친구가 떠나는 것이 슬펐지만 무민 아빠는 그런 무민을 위로했다.

- 친구를 멀리 보낼 때는 웃으면서 보내 주는 거란다. 라고-.

'봄이 되면 다시 만나자' 라는 멋진 인사를 친구에게 할 줄 아는 무민. 
겨울이 지나는 동안 봄에 다시 만날 친구를 꿈꾸며 행복한 잠에 빠져든 무민을 바라보며 나는 과연 쿨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반성해 보게 되었다. 

어린 나도 있고, 어른인 나도 있고, 심각한 나도 있고, 웃기는 나도 있고, 꿈꾸는 나도 있고, 꿈을 이루는 나도 있지만 그 여러가지 모습들이 다 함께 익어가면서 나는 언제나 배우고 또 배우며 성장하는 것 같다. 마치 무민처럼.

좋아하는 동화 속에서 좋은 인생을 배워나가는 것.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다. 무민은 분명 동화다. 철학서도 아니고 심리서도 아니다. 하지만 동화 속에도 인생이 숨겨져 있다. 아주 쉽게 풀어서 간략하게 보여진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무민은 아주 행복한 아이다. 언제나 지원해주는 가족이 있고, 성장점을 열어주는 여러 타입의 친구들이 있고, 스스로도 화두를 던지고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성실함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토베 얀손이 세상을 떠난 지금 더 이상의 무민 시리즈는 출판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이유는 무민이 머릿속에서 자박자박 걸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출판되지 않을 나와 무민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나도 무민처럼, 친구에게 이야기 해 주어야겠다. 

-친구야, 난 널 기다릴 수 있어.  라고.

좋은 친구를 찾기 이전에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함을 잠시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고마워, 무민-. 오늘도 내게 한 수 배우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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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연인 2 - 엘리자베스 1세
필리파 그레고리 지음, 윤은진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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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파 그레고리의 이번 작품은 좀 약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연인2]는 흥미로운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녀의 재미난 필체를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약하다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엘리자베스 1세와 로버트 더들리 경의 스캔들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도 잠시 잠깐씩 보여진 적이 있었다. 또한 엘리자베스 1세는 더들리 경 뿐만 아니라 평생 많은 연인들을 거느리고 살았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처녀 여왕이었지만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 자신의 즐거움을 놓치며 산 여성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역시 그 아버지의 딸 답긴 하다. 

그런 그녀를 탓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그녀의 그런 용기를 칭찬해 주고 싶기도 하다. 여자라고 해서 안 될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가장 은밀하고 재미있게 꾸며질 수 있는 그녀의 스캔들이 다른 작가들과는 차별성을 두지 않고 평범하게 그려진듯해서 좀 의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필리파 그레고리는 아주 감칠맛 나게 쓸 수 있는 작가니까. 

블러디 메리나 천일의 앤 같은 경우, 나는 정말 어느 작가가 써도 그 이상은 쓰지 못할만큼 간드러지는 로맨스 소설의 최고봉 필체를 그녀의 소설에서 발견했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퀸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더들리, 그리고 로버트의 아내 에이미 롭사르트. 더들리는 여왕에서 미쳐 있던 것일까. 여왕의 권력에 미쳐있던 것일까. 그들의 스캔들은 에이미의 죽음으로 클라이막스를 내려온다. 에이미의 죽음이 한 사람에게는 기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안도를 허락했다는 사실에 무한한 서글픔을 느끼면서....

더들리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여왕과의 결혼이 가능하다고 믿는 순간 기쁨을 느꼈을 것이나 곧 그의 기쁨은 절망으로 이어졌다. 여왕은 아내가 있던 없던 그와 결혼할 마음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면.

아내가 있을때엔 아내가 있어서, 아내가 죽고 나서는 아내를 죽인 남자라는 소문의 당신과는 결혼할 수 없다라니....

정말 로버트는 아내를 죽였을까. 아니면 엘리자베스가 죽였을까. 자살한 것일까.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에이미는 계단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정말 목이 부러져 죽었을까? 아니면 유방암이었을까? 

많은 의문을 남긴채 400년을 이어온 미스터리는 오늘날에까지 우리에게 그들의 스캔들과 함께 이야기 되어지고 있다. 이상한 것은 9월 8일에 에이미가 죽을 것을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문서화된 기록이다. 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평생을 애증의 관계로 공존해온 로버트와 엘리자베스의 사연을 뒤로 하고 죽는 순간에는 서로의 편지를 곁에 두고 죽었다고 전해지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서로가 연인이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들의 사랑은 참 복잡하다. 하지만 연인 관계는 정말 둘 밖에 모르는 것. 그 둘 정말 사랑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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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특별한 보물 무민 그림동화 1
토베 얀손 지음,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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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은 꼭 통닭을 시키면 따라오는 하얀 무 같다. 무같은 무민.
토베 얀손은 어떻게 이토록 깜찍한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일까. 

책의 첫 추천사는 놀랍게도 주한 핀란드 대사의 글이었다. 우리 나라의 어떤 동화가 외국에 소개될때 대사의 추천을 받게 될 책이 있을까. 과연. 그만큼 무민은 핀란드에서 특별대접을 받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대사에 따르면 무민 시리즈는 핀란드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또한 무민은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존중과 인정,배려를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이 어린이들의 성장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한다. 무민은 성장동화인 동시에 문화동화인 것이다. 

[무민의 특별한 보물]에서는 어느날 생각에 빠진 무민이 타인을 관찰하면서 자기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는 에피소드에서 출발한다. 남들이 하나씩은 다 가진 장점들을 자신은 한 가지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슬퍼하던 무민은 자신만의 보물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바다로 가고, 숲으로 가 좋은 물건들을 찾게 되었지만 무민은 자신보다는 남을 생각하며 물건들을 소중히 그러모았다. 숲에서 길을 잃은 무민을 찾아나선 친구들에게 하나 하나씩 선물하며 드디어 자신의 장점을 깨달은 무민.

그것은 바로 '모두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

그제서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보물을 갖게 된 무민은 행복해졌답니다...라는 해피엔딩식 무민 스토리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일부러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다정하게 우리를 좋은 마음으로 인도하는 동화.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무민의 역사는 1945년부터 시작된다. [무민 가족과 대홍수]의 출간을 시작으로 26년에 걸쳐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2001년 작가 토베 얀손이 세상을 떠나자 중단되었다. 

스머프보다 더 좋아하게 된 무민. 무민 시리즈를 세 권이나 갖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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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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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 단어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단어이지만 이 소설에는 적합하지 않다. 가볍고 통속적이며 젊은 취향의 단어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장아이링의 소설과 퀼팅하기엔 가볍다. 

대만작가 경요에 열광했던 10대를 보낸 시절이 있긴 하지만 그 외 중국 작가들은 일본 작가들만큼 작가주의에 물들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저 그 한 작품만으로 단발성 독서에 그치고 작가별로 찾아보게 만들지 못했는데, 그들이 소설에서 말하고자하는 무게감이 너무나 무거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재미난 것을 찾아 고르는 나와는 입맛이 서로 맞지 않았다. 

사상이니 사회적 이즘이니 하는 것들은 얼리어댑터적인 것에 열광하는 우리들에겐 누군가의 이야기일뿐 우리들의 이야기로 녹아내진 못하는 그런 류이니까. 

그러나 장아이링의 소설만큼은 색달랐다. 그녀는 굵직한 이야기의 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무겁거나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털처럼 가벼운 유머로 우리를 휘어감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작가고 대중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작가다. 둘 다의 균형을 잘 잡고 있으면서도 그 길이감을 계산할 줄 아는 똑똑한 작가이기도 하다. 

명문가의 영애로 태어나 전쟁 발발 속에서 나이 많은 친일파 관료와 결혼했던 장아이링. 두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다 외롭게 숨진 그녀의 고독.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영화의 러닝타임을 보며 소설의 길이가 단편 한 권 정도나 장편 한 권 정도의 길이는 되리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깜짝 놀랐다. 원작을 찾아 읽으면서 그 몇 장 안되는 짧은 길이 속에 영화 한 편의 스토리가 다 들어 있어서 놀랐고, 짧은 단편을 시나리오화 해서 영화를 만든 감독의 열정과 대담성에 또 놀랐다. 

리안 감독의 말처럼 소설은 너무나 훌륭했다. 학생이지만 국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리고 맥부인이 된 왕지아즈. 결국 타겟을 사랑하게 된 이 여인이나 아무도 믿지 못하다가 평생 유일의 지기를 만났지만 그녀를 버려야했던 한 남자의 꺾여진 사랑. 색,계는 야한 영화가 아니라 슬픈 영화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매국노였을망정 소설 속에서 이선생과 왕지아즈는 쓸쓸함이 가득 묻어나는 불쌍한 인간류였다. 

목숨을 건 무대 위, 그 속에서도 사랑은 싹트기 마련인가보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의 고독을 알아본 연민의 정을 함께 나눈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왕지아즈의 독백과 왠지 서글퍼 보이는 이선생의 미소.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무쳐져 좋은 작품이 탄생되었다. 

장아이링만의 필체. 펄벅이나 박경리 작가의 문체와 마주친 것처럼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는 그 무게감이 좋아 다음 작품도 찾아 헤매게 될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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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놀라운 팝업왕
로버트 사부다 팝업제작, 루이스 캐롤 원작, 존 테니엘 그림, 홍승수 옮김 / 넥서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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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팝업북의 재미에 푹 빠져서 이젠 팝업북이 아니며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종의 팝업 중독 현상이 온 모양인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그래도 팝업북이 좋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팝업북으로 보고 말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저자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삶에도 불구하고 동화는 수세기를 걸쳐 계속 전해지고 있다. 미드를 보며 성범죄관련 수사 드라마나 콜드케이스 같은 류의 드라마를 보면 루이스 캐럴이 과거에 죽은 사람이라 다행이다 싶다. 현존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소재가 되어 동화를 쓰다가 잡혀와 버렸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자꾸 루이스 캐럴은 그런 쪽으로 상상되게 만드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작가의 이상한 사생활에도 불구하고 동화는 추하지 않았다. 도리어 타임머신이나 어떤 기계적 장치의 언급도 없이 이상한 나라에 쑥 빠졌다가 돌아오는 앨리스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신나는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왜일까. 주인공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눈으로 본 다른 세상에 도취되어 버리게 만드는 동화. 그것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영화를 통해서 혹은 여러 출판사의 앨리스 판을 나는 두루 살펴본 바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출판사를 빼먹지 않고 보고 있는 작품이 앨리스와 캔디캔디였는데, 앨리스의 팝업북이 눈에 띄여 중독현상임을 자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구경해댔다. 

아, 영화보다 더 재미나게 꾸며진 팝업북. 앨리스가 동굴에 빠져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는 부분을 팝업북 속에서도 표현하고 있다. 마치 현미경 안을 들여다 보듯 들여다 보면 보이는 앨리스의 버둥거림. 어찌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 앨리스. 계속 웃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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