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5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위대한 판타지를 쓰면서 저자 오노 후유미는 아주 인간적인 고뇌에 빠져 있었다. 저돌적으로 자신만만하게 일필휘지했을 것만 같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상'을 '탁자'로 바꾸기도 했다가 '건물'을 그래도 '건물'로 써도 좋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의문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전지적 작가의 시점인 판타지에서 자기가 좋을 대로 써도 좋으련만 세세한 단어 하나까지 고심했다는 것에 감동 받아 버렸다. 쉽게 쓰여진 글이 아니구나! 하고.

 

이 시대, 이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세계만의 언어를 만들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그 어느 독자도 제대로 읽지 못할 듯 하여 그만 두었다는 걱정 아닌 걱정. 치열하게 속으로 갈등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토록 멋지게 쓰여졌구나 싶어진다.

 

흔히 '십이국기' 라 불린 이 작품에 실은 따로 붙인 시리즈명이 없다는 고백도 의외였다. 가장 부르기 쉽고 모두가 그렇게 부르고 있어 그냥 십이국기가 되었다는데 아직 세 국가 밖에 쓰지 않았으니 완전 참말은 아닌가 하는 진심어린 걱정까지도....나이가 많은 작가의 소소한 고백이 이토록 즐겁게 읽힐 수가 없다. 그간 진지하게 앞 권들을 읽어온 내게 이 번 5권은 여러 모로 좋은 관점에서 읽혀지고 이해되어져 갔다.

 

버려진 두 아이가 있었다. 영웅은 고난에서 태어나고 역경을 뚫어야 한다지만 '십이국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버려짐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운다. 모두 그러했다. 이번 이야기라고 다르지 않았다. 부모가 곤란해 할까봐 죽도록 버리고 간 상황을 이해하고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도, 잡은 손을 놓고 간 엄마를 찾아 걷다가 절벽에서 밀려 떨어진 아이도 어쨌든 가족에게서 버림 받았다.

 

그리고 각각 다르게 자라 효왕이 쓰러진 안주국에서 운명처럼 마주쳤다. 안국은 쇼류를 새 왕으로 맞아 처음처럼 부국한 국가인 줄 알았더니 제후의 난과 배신의 시간을 지나 안으로부터 강해진 케이스였다. 자기합리화에 강한 아츠유의 난을 평정하고 삼기육축을 구축하면서 백성이 스스로를 지키는 내실 강한 국가로 거듭났던 것이다.

 

이제껏 판타지는 서양의 그것이라고만 생각해왔던 내게 동양풍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준 '십이국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 감칠맛 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래서 얼른 다음 권을 서둘러 집어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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