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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직지와 관련이 있고 최초 전파자가 고려나 조선에서 왔다라는 의문을 던진 김진명 작가의 <직지> 1권을 읽은 후, 뒷 부분이 궁금해져 바로 펼쳐든 <직지> 2권. 교수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시작된 기연의 조사는 직지에 가닿았고 유럽으로 넘어가 몇몇 장소와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 메모 속 '카레나'라는 인물찾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2권은 예상을 뒤엎고 현시점이 아닌 과거로 돌아가 기연의 상상 속 '카레나'를 생활시키는데......
조선 세종. 신미 대사와 더불어 비밀리에 '한글창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세종대왕은 산 속 숨겨진 작업장에서 양승락 부녀를 만나게 된다. 열일곱의 은수는 아비를 도와 편안한 한글서체를 써 왕을 감탄시켰고 무사히 한글이 탄생하는듯했으나 소설 <직지>는 한글창제에 포커스가 맞춰진 소설이 아니었다. 새로운 글자를 배척하는 인물들과 중국에 빌붙은 자들에 의해 아비는 죽고 딸은 납치되어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러나 세상엔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잡혀간 곳에서도 은수는 양아비 유겸의 비호를 받게 되고 또 다시 위기에 빠졌을 땐 황족 한왕과 북경으로 파견된 베르나스 신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조선-중국-로마로 이어진 소녀 은수의 운명은 교황 앞에서 금속활자를 만드는 시연을 보임으로써 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진다.
조선에도 로마에도 글자와 책을 권력의 도구로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대량출판이 가능한 금속 활자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았는데, 조선에 세종대왕이 있듯 로마에는 쿠자누스로 불리는 철학자이자 신학자, 교수, 천문학자, 법학자.....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성직자가 있었다. 교황도 함부로 할 수 없을 만큼의 인맥과 추진력,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남자. 유럽 최고의 권력과 부를 가진 인물인 그가 은수를 위해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 재능이 무척이나 뛰어나보여서.... 추후에는 아끼는 마음으로....
은수라는 이름 대신 '카레나'라는 이름을 지어준 쿠자누스는 그녀의 뜻에 따라 금속활자를 세상에 퍼뜨리기 위해 벗 구텐베르크를 소개했고 은수에게 전수받은 방법에 자신이 고안해낸 방식들을 더해 10년 만에 1286 페이지 분량의 금속활자 성경 180부를 인쇄했지만 푸스크의 계략에 빠져 성경과 인쇄기를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엔 푸스크의 이름이 아닌 구텐베르크의 이름이 남겨진다.
한편 구텐베르크에게 금속활자 만드는 방법을 전수한 후 침참에 든 은수는 그 방에서 나온 뒤에도 25년간 묵언수행을 하다 세낭크 수도원의 라벤더 꽃밭 외출을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사실 그녀가 마지막에 내뱉은 말이 상감마마를 향한 문장이 아니라 쿠자누스를 향한 문장이길 기대했는데....이렇게 또 기대는 엇나갔다.
폴츠, 발트포겔, 율리아나 수녀원장, 에어바하.... 스쳐지나간 과거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현대로 돌아온 이야기는 기연이 독일로 날아가 펨블턴 만나면서 결말을 향해간다. 1권에서는 그토록 궁금했던 범인의 존재가 사실 이쯤되니 의미가 없어졌다. 그보다는 구텐베르크와 직지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 주목하게 됐다. 구텐베르크를 인정해야 직지의 진짜 가치가 보인다는 말이 반목을 화합으로 이끄는 열쇠가 되어주길 바라며, 아쉬움은 살짝 남았지만 가독성 만큼은 최고인 김진명 작가의 소설<직지> 두 권 읽기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