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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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경, 구텐베르크보다 80년이나 앞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고 달달 외웠을 뿐, 그 실체를 본 적도 없고 본래의 명칭이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라는 긴 이름이라는 것도 잊고 살았다. 시험에 나오는 지식은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머릿 속에서 삭제되나보다.

 

다시 되새김질 된 건 김진명 작가의 소설 <직지>를 읽으면서부터다. ‘바로 가리킨다’는 뜻의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 두 권으로 인쇄되었으나 하권만 현존하며 이마저도 타국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중이라고 한다.

 

오래 되었다는 것 외에 어떤 매력이 있어 작가를 프랑스 아비뇽까지 날아가게 만든 것인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늘 그랬듯 작가가 던진 의문은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그리듯 점점 크게 번져 ‘정말 어떤 것이 진실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이번에도 역시.

 

사회부기자인 기연에게 살인 현장이란 인이 박일 정도로 익숙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한 대학교수가 살해된 현장은 너무나 참혹했다. 그 와중에 목에 난 상처는 흡사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린 형상이라 감식반도, 강력반장도 난감하게 만들고 말았다. 누가 ‘라틴어를 해석한 교수를 살해한 것일까?’ 궁금했던 기연은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전형우 교수가 제법 최근에 만난 김정진 교수를 찾아가 어떻게 ‘직지’와 얽히게 되었는지 파악했고 파리행 비행기표를 열심히 알아보다가 살해된 점에 착안해서 파리까지 날아갔다.

 

크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1권 끝까지 범인의 윤곽은 잡히지 않았다.

아비뇽의 교황 요한 22세가 보낸 편지 속에 등장하는 ‘코룸’이 ‘고려’인지, ‘세케’가 ‘충숙왕’인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수도원에 전해지는 이야기 중 동방에서 온 승려 중 한 명이 살해되었다는 것과 이후 근처 수녀원에 바티칸의 추기경이 자주 방문했다는 점이 그녀의 흥미를 끌어냈다. 또 영국에서 만난 작가 펨블턴을 통해 범인이 ‘가톨릭 신자’일 거라는 정보를 전해 듣는다. 여러 모로 수상했던 ‘피셔 교수’.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 ‘카레나’라는 존재. 총 2권짜리 소설이라 1권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거라 예상하고 읽었건만 한 권을 다 읽는 동안 의문만 여럿 남아 버렸다. 바티칸 수장고 관리신부를 만나면 이 모든 의문이 풀리고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경찰이 아니라 기자와 교수 콤비가 쫓는 건 사실 범인이 아니라 ‘직지를 둘러싼 진실’에 더 가깝지만 2권에서는 명쾌하게 다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 범인도, 역사적 진실도.

 

처음에 직지심경이라고 기억 그대로 썼지만 책을 읽고서야 올바른 표현이 아님을 깨달았다. 불경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직지’라고 쓰든가 ‘직지심체요절’이라고 쓰는 게 맞다.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바르게 잡히지 않았을 터. 이야기의 재미에 이끌려 소설을 읽었으나 이렇듯 바른 쓰임을 알게 되는 것은 책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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