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1 - 대하역사판타지
송지나.박경수 극본, 김창규 소설 / 환타웍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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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라마의 감동이 가실 무렵 [태왕사신기]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방영당시 한 회도 빼먹지 않고 본방 사수했던 그 감동의 드라마. 거대한 스케일과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 그리고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판타지.

이 모든 것이 [태왕사신기]를 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겨우 1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소설은 드라마의 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최근 [동이]가 책과 큰 틀은 비슷하나 약간씩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태왕의 1권은 드라마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좋은 점이라면 소설을 되새김질하듯 읽으면서 그때의 감동을 고스란히 다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일테고 나쁘다면 소설만의 조금 다른 면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먼저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보나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으나 분명 같은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명작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어질고 착한 것은 모든 사람의 근본"이라는 환웅의 대사를 통해 우리는 그가 가진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게다가 북현무, 동청룡, 서백호를 두고 떠나는 그의 마음은 땅과 인간에 머물러 있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주작만이 흑주작이라는 두 개의 마음을 가졌으니 누가 그 신물을 가졌느냐에 따라 신물의 용도는 바르게 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했다. 선택과 용도에 따른 쓰임새라니. 역시 인간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던 환웅의 뜻이었을까. 

그리하여 한 신물에 두 명의 주인이 생겨났고, 그것은 곧 큰 갈등으로 이어졌다. 신물의 주인이  예나 지금이나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있으니 그들의 대립은 눈에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1권의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쥬신의 별 아래 담덕이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후.

탄생 전의 이야기는 하늘에서 내려왔던 환웅이 호족인 가진에게서 불의 신물을 빼앗아 웅족인 새오에게 전달하는 이야기다. 새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웅녀로 환웅의 아이를 낳지만 결국 환웅의 손에 제거된다. 하늘로 올라가던 환웅의 예언은 새 인물에 관한 것이었다. 

쥬신의 별이 반짝이는 날, 한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서 예언이 실행된다. 두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담덕이 태어나면서부터.

불의 신이 두 명이 되듯 쥬신의 별 아래 태어난 사내 아이도 둘. 이 둘을 두고 각각의 사람들의 스토리가 펼쳐지는데, 흑수말갈 대장마을에선 부차의 아들 불돌이 백호의 신물을, 거믈촌에서는 현수의 제자 현고가 현무의 신물을, 관미성에선 성주의 아들 처로가 청룡의 신물을 각각 건네 받는다. 그리고 천지 신당엔 아불란사, 화천회의 사람이 된 기하가 입성한다. 

인물이 각각의 자리에 배치가 되고 이젠 운명이 이끄는대로 그들이 엮이면 되는 것이다. 1권의 할 일은 재료의 준비라면 2권의 할일은 버무림인 것일까. 1권 읽기를 마친 후 즐거운 마음으로 2권 읽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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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땅이여 1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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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곧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치러질 예정이다. 단결된 우리 국민의 응원의 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소엔 베트남 쌀알처럼 흩어져 살다가 [국가],[애국심],[역사]라는 키워드에 단결심을 보여주는 민족인 듯 하다. 아마 우리가 단일민족이라 더 잘 뭉쳐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김진명의 장편소설 [하늘이여 땅이여]는 작가의 최근작들과 연결되어 있다. 

처음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엔 IT분야에 관해 파고드는 소설일까 라고 기대를 품어보았지만 역시 그는 소설의 저 밑바닥에 역사의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깔아놓고 시작했다. 하지만 소설은 무척이나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응집력이 대단했다. 

금융시장, IT분야, 중앙청 철거, 함흥차사, 해인사 팔만대장경, 조선의 풍수, 일본의 풍수, 정도전과 무학대사의 궁궐터 대결, 파티마 예언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가 아닌 방대한 소재들이 책 가득 재미를 페이지마다 꿀바르듯 붙여놓고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로만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이 여러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재미를 재탄생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아픈 구석은 또 얼마나 신랄하게 꼬집는지....팔만대장경이 총 몇벌인지 아는 국민이 대한민국에 몇명이나 있을까.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김진명의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집트의 저주와 달리 토우의 저주가 일시적인 것이 시시하게 느껴져 좀 안타깝긴 했으나 조선에서 스스로를 지켜온 유일한 힘을 찾기 위해 등장인물들과 함께 페이지를 넘나들게 만드는 것 또한 작가가 가진 스토리의 힘이 아닐까 싶다. 

[천년의 금서],[최후의 경전]보다 훨씬 이전에 쓰여진 [하늘이여 땅이여]를 읽으며 작가가 오랜 세월,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었다. 비슷한 소재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작가는 여전히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을 잘 골라내고 있다. 

재미와 함께 교훈도 실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하고 싶다. 두 마리의 토끼, 아니 세마리의 토끼도 거뜬히 잡아내면서 분명 재미까지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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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땅이여 2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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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스스로를 지켜온 유일한 힘.

그것이 과연 무었일까. 토우가 언급되었기에 아마 비밀결사대라도 나오는 것일까? 상상했었으나 그것은 참으로 유치한 상상이었을 뿐이었다. 

왜세의 압력에서 우리 민족을 지켜온 역사적 증물은 바로 팔만대장경이었는데, 우리는 종국에 그를 잘 지켜내지 못한 듯 하다.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에서 조국을 구하기 위해 여러사람이 한국의 서울에서 뭉치게 되었으나 그들은 금융 위기를 막아내면서 또 다른 문제점을 찾아낸다. 

바로 역사의 수레 밑에서.

기독교로 한민족의 종교와 문화가 짓밟혔다고 생각하고 교황청에 파티마의 제3 예언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사도광탄. 그는 여러 종교를 공부하며 떠돌아다니는 기인이었다. 소설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적인 광탄을 연기할 인물을 떠올려보니 배우 소지섭의 카리스마가 떠올려졌는데, 나이가 마흔을 훌쩍 넘긴...이라는 부분에서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 인물인 작가 이외수 선생이 매치되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기인의 면모. 물론 광탄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지만 이런 캐릭터 매치도 참 재미있을 법 하다는 엉뚱한 상상을 잠시 해 본다. 

일제의 만행은 비단 일제강점기 속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홀로코스트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독일과 달리 그들은 여전히 뻔뻔함을 일삼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 밴댕이 같은 마음 씀씀이를 국제사회에 버젓이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몇몇 몰지각한 인물들의 만행이라고 믿고 싶다. 대다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선동되는 쪽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 선동되는 힘이 한 국가의 힘이라면 그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쪽이라 걱정이 되긴 마찬가지다. 

우리의 역사 가르침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역사 정치 경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교과서 개정은 미래에 대한 무서운 신호탄임을 일상에 묻혀사는 우리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렇듯 한 작가의 책을 읽게 될 그 순간만 위기의식을 잠시 느낄 뿐인다.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이 책이주는 경각심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소설 속 가상의 현실들이 예언서처럼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볍게 보고 있는 것들이 언제나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던 것처럼.

작가 김진명의 차기작을 기다리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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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
고윤희 지음 / 경향신문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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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목적이 있을까.

이 제목을 처음 발견했을 땐 참 발칙하다고 생각했다. 도발적이면서도 선정적인 대사를 날리는 영화를 직접 목격하고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그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발칙했다. 그래서 마음에 들어 버렸다고 하면 너무 정직한 것일까. 

모든 사람들의 연애는 감추어져 있다. 적당한 선에서. 새벽에 밥통을 끌어안고 밥을 퍼먹다가도 애인의 전화에는 책을 읽고 있다는 말로 살짝 거짓말을 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우리는 봐온바 있다. 살짝 가리워져 있기에 더 궁금한 연애의 미묘한 감정선들. 이 선들을 확 다 깨 버린 것이 바로 [연애의 목적]이었다. 

깜짝 놀랄만 했던 이 영화 속엔 뻔뻔한 유림과 유림에게 끌려다니는 홍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시작부터 들이대는 유림과 시니컬하면서도 멍한 듯한 표정으로 초탈자의 모습이 된 홍. 학교와 선생이라는 직업이 윤리와 인간사이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어내었다. 아직도 사회에선 선생이라는 직업군에 "도덕"을 제1잣대로 들이대는데, 그런 의미에서 유림은 절대 선생이 되면 안될 작자처럼 보여지고 있었다. 작가의 철저한 계산하에.

"연애"라는 세계에 대한 도전적인 이해라고 설명되어진 [연애의 목적]은 "상식적으로 그걸 어떻게 얘기해요?"라던 유림과 "이런 감정 그냥 단순한 열정이에요."라고 대답하는 홍의 대사 속에서도 우리는 각각 연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들의 관점을 알 수 있었다. 두 여자 사이에서 한 여자를 향한 열정을 감추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아이같은 스물 여섯의 유림과 이미 상처를 받아 그 누구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진 스물 일곱의 홍. 

홍과의 잠자리에만 열을 올리던 유림의 연애목적이 그녀의 상처를 감싸안는 것으로 변해갔을 무렵 그들 사이엔 이미 사랑이 시작 된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속 홍은 사실 미지근한 여자였다. 그 어떤 맛도, 향도, 반응도 없던 여자. 시작부분의 홍은 그런 여자로 비춰졌는데, 소설의 홍은 도입부터 살아 있는 여자였다. 타인에게 반응하진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을 해대는 여자. 싫어하는 것이 잔뜩인 여자. 까다로우면서도, 때론 열정적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여자,홍-.

드디어 그들의 연애사가 밝혀지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다. 홍의 과거사까지 파헤져치면서 그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유림의 노력으로 사건이 잘 무마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홍의 폭로로 유림은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찝적남에 저질스럽기까지 했던 자극적이다 못해 성희롱적이었던 유림은 그러나 홍을 감싸 안았다. 과거의 남자처럼 모든 것을 홍의 잘못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피 흘리는 홍을 보고 싶지 않았던 유림의 마음. 이제 그는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에 당당해졌다. 

유림이 변했다. 홍으로 인해. 그리고 홍도 변한다. 유림으로 인해. 

영화에선 시간이 지난 뒤 학원 선생이 되어 있는 유림을 홍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 시간 동안 홍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것이 궁금했는데, 소설에서 그 뒷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용고시에 한 번에 붙은 홍. 애인 연호와 헤어지고, 유림을 찾아온 홍. 함께 술을 마시는 가운데 점점 더 흥분해서 막말을 해대는 유림을 편안하게 바라보는 홍의 마음. 

그러니까 내가 책임지면 되잖아.내 눈에 남자로 보이는 건 너뿐이야.

결국 홍은 이 말을 하러 유림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동안 단 한번도 유림에 대한 마음을 말로 표현한 적이 없던 홍의 마음. 왠지 알 것도 같은 그녀의 마음에 왠지 웃음이 났다. 

사랑을 느낀 다음에 하는 연애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유림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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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2 - 고구려 정벌
김진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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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왕 양광. 뛰어난 왕제감이지만 아비와 형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그였다. 게다가 자신의 배필까지 아버지의 권력욕에 희생당하고 나서 그는 피에 굶주린 인간백정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가 을지문덕의 적수로 나섰다. 이 대목만 하더라도 2권은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양광은 인맥진도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뛰어난 지략을 구사하는 참모 유사룡과 목숨을 바칠 그의 군대가 입증하고 있다. 특히 유사룡은 문제와 달리 고구려를 끌어안을 방책을 모사해 놓고 있었다. 바로 동제와의 화해였다. 순임금 시절, 자신을 서제, 단군을 동제라 칭하며 예를 올렸던 사실을 기틀로 하여 동제의 능에 제를 지내 왕이 되게 허락을 구하는 일을 양광에게 행하게 함으로써 정통성을 세우고자 하였다. 그러나 하늘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제를 지내러 간 대선사가 여인을 강제로 취하고 죽이는 일로 동제의 노여움을 사면서 이일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늘이 허락하진 않지만 황제가 될 사내 양광. 그는 이제 고구려를 너머 을지문덕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복수심과 울분으로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을지문덕 역시 알고 있었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수나라를 몰살시키거나 고구려가 몰살되어야지만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대한 중원은 30만 군사가 무너지면 다음 30만을, 또 다음 30만을 보내올 나라였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전투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문덕은 6개월이나 몰래 둑을 쌓기 시작했다. 아군도 모르는 사이 6개월간이나 물이 모이고 있었다. 그것이 겨우5백군사로 삼백만 대군에 맞선 전수대장군 을지문덕의 지략이었다. 
살수대첩의 승리뿐만 아니라 문서의 글자 한자(떨어질 낙)로 적왕의 마음을 되돌려 놓은 뛰어난 설득술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지만 진정 영웅이란 다가올 난세를 대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을지문덕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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