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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 ㅣ 세계문학의 숲 29
제임스 조이스 지음, 장경렬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평점 :
아주 어려운 친구를 만났다. 책을 늘 벗처럼 즐겨온 내게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 나타나버렸다. 데미안과 비슷하게 평가되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바로 그 책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읽기 시작해서 이해가 될때까지 매년 몇번씩이나 꺼내 읽었던 데미안보다 훨씬 두껍고 어려운 이야기였다. 성인이 된 내게, 책도 꽤 꾸준히 읽어온 내게 어려운 이야기라니. 수험생이 시험 공부를 하듯 읽고 또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절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정말 가까워지고 싶은 친구를 만났으나 그 사이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을 때 느껴지는 안타까움으로 나는 책을 묵히고 또 묵혀가며 읽고 있다.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데미안]을 읽었다는 역자의 고백보다는 가볍지만 그래도 데미안을 옆구리에 꽤 오랫동안 끼고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속에서 해답을 구해내지 못했더랬다. 그래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도 감히 무언가를 얻어내기를 열망하진 않는다. 다만 이 이야기가 가고자하는 방향의 흐름을 타고 싶었을 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소박한 바램을 갖고 읽기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보통은 재미를 쫓거나 심취한 작가의 이야기를 쫓아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나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만을 바라며 읽고 또 읽고 있으니......!
어린 스티븐 디덜러스는 아버지를 따라 고향에 내려가 그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술마시는 광경을 지켜보게 된다. [사랑 손님과 어미니]에서 어린 딸의 시선이 화자가 되어 사랑이 순수하게 비춰진 것과 달리 스티븐은 어리지만 아버지와 친구들의 대화 광경은 순수한 아이의 그것을 뛰어넘게 만든다.
게다가 소설의 뛰어난 묘사는 상상을 부추기다보니 도리어 책읽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는데. 급히 외출할 일이 없다면 문장이 상상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영상화 시켜 떠올려보며 천천히 읽어나가는 일도 권해봄직하다. 내가 그리 읽어냈듯이.
p.469 혼자. 아주 고독하게 혼자 있는 것.
다른 사람들과 결별하는 걸 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단 한 사람의 친구도 남지 않게 된다는 걸 뜻하기도 해.
읽기에도 눈이 시릴 정도로 쓸쓸하게 만드는 이 문장을 스티븐은 그 조차도 떠안으려 한다는 대답으로 종결지어버렸다. 성인인 나조차도 이 문장에 대한 이런 시크한 답변을 내어놓지 못할텑데. 이야기의 흐름을 겨우 이해하고 나니, 이젠 스티븐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버렸다. 다음에 다시 읽을 땐 스티븐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읽어보아야겠다.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