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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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중 하나 입니다. 쓰여진 시기에 따라 읽지 않다보니 그가 30년 동안 써온 글들을 저는 왔다갔다 하며 읽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30주년 기념작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었는데 이번에는 데뷔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인 시절의 글을 읽게 됐습니다. '마구'는 추리소설의 정석을 따르는 글입니다. 사건이 있고 연계되는 사건이 있으며 복선도 있고 복선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복선의 의미와 범인을 알게되고 범인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가 설명되며 소설은 종료되게 됩니다.


작가가 다른 글에서도 말했듯이 추리소설은 범인을 찾는 소설, 범행의 동기를 찾는 소설, 범행의 방법을 찾는 소설 등으로 나뉘는데(물론 혼합해서 쓰이기도 하지요) 이번 소설은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것이 메인인 소설입니다.


소설은 고시엔 1차전에서 처음으로 고시엔에 출전하는 지바의 가이요 고등학교 선발투수 스다 다케시가 야구명문인 오사카의 아세아학원을 상대로 1 대 0으로 이긴 사상태에서 9회말 투아웃까지 잡아놓고 폭투로 경기를 마무리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후 경기의 주전 포수이며 주장인 기타오카가 자신의 애견과 함께 파살되고 '나는 마구를 보았다'라는 다잉 메세지가 발견됩니다. 그리고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도자이 전기라는 회사에 불발 폭탄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예상하다시피 두 사건사이에는 당연히 관계가 있고 그 관계가 밝혀질 무렵 소설은 끝을 향해 가게 됩니다.


소설은 책임감, 가족애, 외로움, 누명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분의 리뷰처럼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사람이 순수 피해자에 비해 더 동정을 받게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작가는 주인공이 겪었을 내면의 아픔과 고민에 더 비중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잘짜여지고 정교한 소설이고 잘 읽힙니다. 항상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를 좋아합니다만 이 소설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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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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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 장강명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통일(이라기보다 북한 김씨 왕조가 무너져 버린) 한국의 북쪽에서 벌어지는 가까운 미래의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자 큰 줄기는 프롤로그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북한도 조용히 무너졌다. 구심점이 사라지자 김씨 왕조의 엘리트 층들은 해외로 도피하거나 신분을 감추고 잠적하기에 바빴다. 그토록 외쳐왔던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도, 남조선에 대한 적개심도 모두 공허한 구호였음이 드러났다. 아무도 김씨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려 들지 않았고, 누구도 무력도발을 시도하지 않았다." (P9) 전쟁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그냥 조용히 어느날 북한은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남한 사람들은 서독의 사례를 보고 배운 것이 있었다. 장벽 양쪽의 사람들이 해머를 들고 장벽을 부수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것, 난민은 거지 떼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은 휴전선을 유지했다. 이름만 분계선으로 바꾸었다. 비무장지대도 그대로 두었고 철조망도 지뢰도 제거하지 않았다."(P10) 남한은 북에서 거지 떼들이 넘어오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또한 "북한 사람들도 동독의 사례를 보고 배운 것이 있었다. 기록을 남기면 엄청난 보복을 당한다는 것, 세절기로 자른 문서도 전문가들이 공을 들이면 복구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김씨 왕조 시절의 서류를 전부 불태워 버렸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그 땅에 들어오기 전에."(P10) 무너진 북에서도 살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장강명 소설과는 조금은 다른 톤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제도 그렇거니와 표현에 있어서도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소설은 프롤로그에 언급된 상황 하에서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줄기는 인민해방군 주도의 마약생산, 지역 상인연합을 통한 가공 및 판매 그리고 조폭을 기반으로 한 지역 토호의 마약 운송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통일 후 북한내부의 군부 및 사회의 변화를 다루고 있고, 외부에서 파견된 평화유지군과의 관계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이 되었을때와 같이 기존에 북한의 기득권 세력이 김씨 왕조가 무너진 이후에도 그 안에서 다시 세력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얘기도 들어 있습니다.

장강명의 이야기는 이번 소설에도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 있습니다. 해체된 특수부대 출신 군인, 지역 조폭 사업가, 평화유지군 파견 군인, 지역에 뿌리를 둔 상인 등이 생존, 배신, 복수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고, 끝까지 영화적 긴장감이 유지되며 소설을 끌고 갑니다. 장강명이 어떤 소설보다도 영화화 했을때 재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흥미를 떠나서 앞으로 진짜 통일이 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정부에서 또 우리가 통일 후의 세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면 어느날 갑자기 통일이되면 그 일을 감당 할 수 있을 것인지 마냥 대박이라고 기뻐해야만 하는 일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당장 저렇게 사고만 치고 있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버티고 있는 한 통일이 된다해도 앞날은 어두워 보입니다.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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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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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님이 리뷰에 쓰신 것과 같이 무려 프린스턴 대학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쓴 책입니다. 책은 작은 수첩 크기구요 옮긴이의 글이나 해제를 제외하면 본문은 70페이지가 안되는 짧은 글 입니다. 비록 짧은 글 입니다만 거짓말과 개소리에 대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정치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에도 이 책은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거짓말과 개소리의 근본적인 차이는 거짓말은 진실에 반하는 주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진실이 무엇인지에 민감하고 본인의 주장이 진실이 아닌 거짓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 거짓말장이를 이길 수 있지만 개소리는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소리는 진위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팩트를 가지고 대응을 해서는 개소리쟁이를 이길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과거부터 정치인들의 말바꾸기나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들에 대한 팩트 검증이 그들을 부끄럽게 하거나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말들이 개소리 였다는 것이 되는거죠. 이 책은 개소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책 말미에 대응책을 강구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는 말로 마치고 있습니다. 해제를 쓴 서울대 강성훈 교수의 언급처럼 이 책은 개소리라는 주제가 저명한 철학자가 논의할만한 주제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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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2-01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소리를 연구한다는 발상이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연구가 이뤄진다면 아주 힘든 연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개소리를 이해하는 것부터 가능할런지…

Conan 2016-12-01 22:50   좋아요 1 | URL
네~ 짧은 글이지만 충분히 연구 할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구요~ 개소리가 창궐하는 이시대에 필요한 연구 같습니다~
 
릿터 Littor 2016.10.11 - 2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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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것은 아닌데 월간지 격월간지들을 최근 여러가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인물과 사상은 오래전 부터 봐 왔지만 북플을 하면서 땡스북, AXT, Littor 등을 북풀 이웃님들을 통해 알게되었고,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번호의 커버 스토리는 페미니즘 입니다. 여러 작가분들의 Flash Fiction, Issue, Critic이 실려 있구요, 페미니즘에 대해 논할만한 지식도 주제도 아닙니다만 이왕 커버스토리로 선정을 했으면 조금 더 지면을 할애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번호는 미국 대선 이전에 발행된 책인데 뜻밖에 트럼프에 대한 짧은 소설이 실렸습니다. 나이지리아 출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라는 작가가 트럼프의 아내인 멜라니아의 시선으로 대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가족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대선 결과에 대한 예측이 담긴 글은 아닙니다만 언론에서 주목했던 트럼프 자신이나 딸 이방카의 시선이 아닌 아내 멜라니아의 시선으로 그려진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커버 디자인을 그린 작가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는 얘기는 최근에 알게됐습니다. 대중에 영향을 주는 공인들의 자세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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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2016.11 - Vol.223
인물과사상 편집부 엮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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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되게 경쟁적인 세상의 폐해를 주장하며 그런 세상을 반대하고 있는 강수돌 교수는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 되는가 / 생각의 나무'에서 특별히 교육에 대하여 "나는 이 나라의 교육부나 교육 관료들이 굳이 한국 교육을 발전시키겠다고 제발 노력하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이 올바른 교육인지 학생과 선생님들이 알아서 찾아가게 제발 내버려 두었으면 한다. 그 중엔 물론 엉터리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서 일제고사니 평가제도니 하면서 간섭을 하지 않기만 하면 풀뿌리 민중은 진정 올바른 교육의 길을 토론하고 모색하여 만들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교육에 있어서 참된 평화가 아닐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고 하는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선물이 될 수 있을때 비로소 나는 온전한 인간이 된다."라고 합니다. 저 역시 경쟁은 세상을 병들게 한다고 믿습니다. 특별히 지금 세상의 제로섬 경쟁은 지극히 소모적이고 이기적이며 인류의 행복에 반하는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이번달 인물과 사상에서 강수돌 교수는 '사교육의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글에서 사교육 증가의 3가지 정치경제학적 효과를 설명하며 이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의 고착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내면화 효과 : 성과주의나 능력주의를 자기 신념화 하거나 자본주의 경쟁을 기정사실화 / 노동 강제 효과 : 사교육비 부담 증가에 대한 압박으로 장시간 노동, 굴욕적 노동, 저임금 노동 등 감수 / 선망효과 : 교육 불평등이 경제 불평등을 낳고 경제 불평등이 다시 교육 불평등을 낳는 현상)


우리는 점점 더 사교육의 늪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회가 더 깊숙히 빠져 들어가기 전에 그 늪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교육의 정치경제적 덫에서 자유로워지는 길, 모든 존재가 인격 대우를 받는 길에 대해 강수돌 교수는 몇가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탈 내면화다. 우리가 내면화해버린 성과주의나 능력주의를 상대화하기 시작해야 한다. 둘째, 탈 상대평가다. 학교나 직장과 사회에서 한 개인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면,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하는 것이 옳다. 셋째, 탈 임금 노예다. 부모도 사교육 시장에서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것은 부모의 자기위안에 불과하다. 넷째, 원탁형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 구조 안에서 상승과 성공이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 구조와 문화를 타파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차별적 사다리 질서 대신 원탁형 구조와 문화를 타파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다섯째, 행복 예산 디자인이다. 아무리 좋은 구상도 사람과 재원이 없으면 안된다. 사람이 가치관이 바뀌고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넘어진 사람을 보면 일으켜주고 싶고, 우는 아이를 보면 눈물을 닦아주고 싶고,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같은 불의를 보면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끼리의 제로섬 경쟁을 통해 삶이 피폐해 지지 않도록 서로 돕고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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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1-1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우리동네에 작가분이 오신다고 친구가 같이 가보자는걸 일이 있어 못갔는데 가볼껄 그랬나??조금 후회되네요

Conan 2016-11-16 22:12   좋아요 0 | URL
좋은 동네 사시나 봅니다.^^ 저희 동네는 서점도 없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