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얼려 작부들이 있는 술집엘 가보면 그것도 장소와 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취기가 도는 대로 여자를 다루는 사내들의 태도는 각양각색이어서 지분지분 여자를 붙들고 자꾸만 상소리를 퍼부어 웃기고 싶어하는 음담파淫談派도 있고, 혹은 개신개신 쾨쾨스런 말만 툭툭 투기듯 하며 여자의 정신을 혀로 핥듯이 쉴 새 없이 훑어보고 뜯어보는 완상파玩賞派가 있는가 하면, 여자를 어린애모양 옆에 끼거나 무릎 위에 올려앉히고 그 볼기짝을 투덕거리며 술이나 안주를 먹여주기도 하고 커다란 입을 넙죽거리며 받아 먹기도 하는 애무파愛撫派, 덮어놓고 여자의 팔이나 가슴이나 다리나, 그래선 안될 때까지 함부로 만져보려고 덤비는 접촉파接觸派, 여자라면 무작정 벗겨 보고 싶어하고, 때로는 자기도 벌거벗기를 좋아하는 노출파露出派, 더러는 여자와 얼싸안고 뒹굴며 여자 얼굴에 자기 얼굴을 마구 비벼대거나 입술, 볼, 목 할 것 없이 돌아가며 물고 빠는 발광파發狂派, 그런가 하면 여자에겐 대범한 척 앉아서 분주히 술과 안주로 배를 불리고 나서는 주석이 채 파하기도 전에 그 중 밴밴한 여자를 채 가지고 행방불명이 돼 버리는 행동파行動派, 이렇듯 그 성격과 취미에 따라 노는 꼴이 죄 다르다.
-손창섭, "부부", 예문관, 152쪽,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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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손창섭의 장편소설로, 책으로 묶인 시기는 197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