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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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외부 환경(러시아, 일본 등)과 국외 인물들(호치민, 교황 등)을 동원해 인물의 마음에 깔린 맑음을 증명하려 애쓴다. 헌데 나로선 '맑은 인간'을 역설하는 소설치고 잘된작품을 보지못했다. 작가가 말해야할 것은 덕성의 강조가 아니라 도리어 그것이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 파열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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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4-19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의 마음 밑바닥에 깔린 맑음과 순함을 강조하여 감동을 빚어내는 한국 소설을 나는 이문구의 ˝관촌수필˝, 김소진의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장석조네 사람들˝ 말고는 더 알지 못한다. 그들이 이런 주제의식이 뻔하디뻔한(!) 소설을 썼음에도 성공한 이유는 인간 삶의 세목들을 충실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자세와, 인류라는 종에 대한 진실한 애정과 예의를 작품에 갖추었다는 데 있다.
헌데 최은영은 인물들의 순한 정서와 남다른 유대감을 보여주고자 실체감 옅은 소설적 장치들(교황이나 호치민 같은 거인들의 등장, 외국을 작중 무대로 빈번하게 사용, 세월호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건 삽입 등)을 다발적으로 동원하는 양상을 보인다. 나는 이러한 수법이 이 소설의 질과 격을 낮추게 하는 결정적 동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이들이 믿었던(또는 믿고자 했던) 맑음과 순함, 윤리와 덕성의 토대가 사회와의 긴장/갈등 속에서 아이러니하게 파열되는 지점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시 말하자면 이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작품의 겉에 입혀진 서사적 의장을 걷어내고 나면) 단순하고 순진해 보인다. 이런 류의 소설에 이문구/김소진적 진실함과 치열함, 충실함이 없다면 흔하디흔한 신파나 낭만적 자기기만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것은실로 2017-11-1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정확하게 보시네요. 좋은 글들 많이 읽었습니다.

수다맨 2017-11-19 12: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jeongyan 2020-07-2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척 하는 느낌때문에 뭔가 자꾸 거슬렸어요

수다맨 2020-07-29 08:37   좋아요 0 | URL
작가의 실제 심성이 어떠한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저자의 지향점이 ‘맑고 순한 인간들‘에 있다면 좀 더 치열하고 세밀한 형상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위 댓글에서 이문구와 김소진을 언급한 이유는 그와 같구요. 그런데 최은영은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을 반복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끌어 가는데 저는 이러한 수법 자체가 어딘가 안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노커 2021-08-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집필과 판매는 현실이니까요. 덕성이 아이러니하게 파열되는 것은 말이구요. 시간이 지나서 보니 객관적으로 ‘잘 된‘ 작품이 되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흔하디 흔한 신파‘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듯 하네요.

수다맨 2021-08-24 05:53   좋아요 2 | URL
저는 많은 사람들이 특정 작품을 좋아하더라도 저로서는 지지하지 않을 권리, 애호하지 않을 자유 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때때로 시간의 공격에서 살아남아서, 이른바 고전이라고 부르는 작품도 별로라고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문학사와 평단의 인정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호평하지 않겠다‘라고 말할 최소한의 발언권 정도는 저에게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제 말이 집필과 판매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겠지만 솔직한 독후감을 밝힐 자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