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달의 기억
서준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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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환의 초기 단편들은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나쁘게 말하면 내용이 난해한 것인데, 그럼에도 신뢰가 가는 이유는 작품마다 세심한 관찰력과 충실한 문장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해설에 나오는 말처럼 극단적 전위의 전통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있으며, 지금껏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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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3
박가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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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의 사상을 충실히 설명하는 안내서이자, 그에 대한 냉정한 독해도 시도하는 비판서이다. 이 책의 성취를 얘기하긴 내 역량이 딸린다. 다만, 성실한 번역가(조영일)의 노력과 명민한 연구자(박가분)의 열정이 만났을때, 우리는 원서를 읽지않고도 거인의 사상을 알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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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4-1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마디 덧붙이자면 가라타니를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의 글을 이해하면서도 석연치 않음을 느꼈던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한다. 경제학도이자 현대 철학에 대해서도 박학한저자의 비평적 글쓰기에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될것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1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mrm그렇잖아도 수다맨 님 안산에 사셔서 별탈 없나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별탈없으셨습니까 ?

수다맨 2014-04-19 01:01   좋아요 0 | URL
네, 저는 별탈 없었습니다. 제 주위에 피해를 입은 분들은 다행히 없더라고요. 다만 단원고 교감인 분은 제 큰아버지와 다소 아는 사이던데,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해서 좀 놀랐습니다. 이거 점점 분위기가 암담해지는 것 같네요-_-;;;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인 2014-04-1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쎄요... 수다맨님의 촌철살인평을 그동안 말 없이 잘 보아왔지만, 슬프게도 이번건으로 뭔가 많이 무너지는 군요... 무슨일이 있으신건지... 즐겁게 사유하시길!

수다맨 2014-04-20 11:53   좋아요 0 | URL
글쎄요, 뭐가 무너졌다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좀 더 분명하게 적는 게 좋지 않을까요. 행인 님이 남기신 댓글만 봐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좀 헷갈리네요.
 

어머니가 정말 저를 낳으셨수?”

이 어린애 같은 질문에 어머니는 그만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어라고도 대답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인 까닭인지 이이가 어째 내 어머니일까? 그렇게 도일은 느껴지는 것이었다. 혈연 관계의 인연이 그에게는 어인 까닭인지 도무지 애정적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직장에 있어서 자기 위의 과장이나, 부장이 갈려 새 사람이 오듯이, 부모나 형제라는 것도 그렇게 쉬 바뀔 수 있을 것처럼 도일에게는 생각되는 것이었다.

-손창섭, 공휴일, 󰡔손창섭 단편 전집1󰡕, 가람기획,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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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이 왠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삼부녀"의 해설을 실은 평론가 방민호도 손창섭과 보부아르의 연관성을 조심스레 추측한 적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손창섭은 보부아르가 갔던 길(가부장제와 결혼제도 비판→계약결혼)을 일정 부분 따라갔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스운 소리를 하자면, 프랑스의 미셸 우엘벡이 손창섭을 참조하지 않았나 하는 뚱딴지 같은 생각도 든다. 버림받은 수컷과 미쳐 돌아가는 당대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놀랄만치 비슷하다. 다른 점을 하나 말하면 미셸 우엘벡은 시대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손창섭은 탐독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다른 책들도 더러 읽고 있기는 하지만 요 몇 주 손창섭만 계속 붙잡고 있는 이유는, 이 이가 한국인이 발견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짚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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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4-1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우엘벡이 아무래도 손창섭을 따라한 것 같습니다. 인정 ~~~~

제가 늘 주장하지만 손창섭은 정말 시대를 잘못 타고 났습니다.
하여튼 저에게는 손창섭이 넘버1입니다.

수다맨 2014-04-12 20:03   좋아요 0 | URL
ㅎㅎ 진짜 손창섭과 우엘벡이 은근히 비슷합니다. 굳이 비교하면 우엘벡 소설에는 조금 더 거드름과 기름기가 있다면, 손창섭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처절함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단편 전집을 쭉 읽다가 느낀 게 손창섭은 흔히 대표작으로 알려진 작품들(예컨대 혈서나 비오는 날)보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예비부부의 결혼 과정을 다룬 '서어'라는 단편에는 이런 문장이 나오더라구요.
"언제나 한 인간의 운명은 주위 환경에 지배당하지만 그 책임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지게 된다는 냉엄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위의 책 207쪽)"
개인적으로는 가부녀, 공휴일, 피해자, 서어, 인간동물원초, 신의 희작과 같은 소설들이 정말 압권이라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12 21:39   좋아요 0 | URL
같은 생각입니다. 교과서에 오르는 손창섭 단편은 말 그대로 안전빵이고요.
진짜 글은... 뭐, 서어, 인간동원, 신의 희작 같은 경우죠. 그냥 다 좋습니다.

수다맨 2014-04-12 22:54   좋아요 0 | URL
안전빵'만' 교과서에 실린다는 사실이 좀 한심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네요 ㅎㅎㅎ 사실 손창섭이 교과서에서조차 그렇게 각광 받는 작가는 아니죠. 황순원 "소나기"나 이청준 "눈길"의 감성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좀 더 먹히는 분위기라 ㅠㅠ
 
신강화학파 b판시선 4
하종오 지음 / 비(도서출판b)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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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의 여일한 시 창작도 눈에 띄지만 그보다 더 호감이 갔던 것은 홍승진이라는 평론가의 해설과 보론이었다. 시어를 구절 단위로 끊어서 해석하는 내공이 예사롭지 않으며, 나아가 백낙청의 문제 많은(!) 리얼리즘론을 격파하는 솜씨가 훌륭했다. 이 평론가가 언젠가 거목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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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4-10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췌언을 하자면 창작이 이론보다 한 발 앞서야지, 이론의 틀에 맞추어선 안 된다는 홍승진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특히나 백낙청과 고은이라는, 힘 있는 평론가와 힘 있는 시인의 오랜 연대(더 거칠게 말하면 밀월)는 이제라도 그 문학적 허실과 실상을 준절하게 지적해야 한다.
 
한없이 멋진 꿈에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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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적 느낌을 풍기는 문장은 일독할 만하다. 문제는 끝으로 갈수록 서사가 느슨해지고, 주인공의 성별性別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자 작가의 손으로 그린 남자 캐릭터는 지극히 소녀 같다. 캐릭터의 모호한 성격이 소설의 현실감과 박력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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