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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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근작들은 단조롭다. ‘세상은 불가해하고 모순적 공간이다‘와 ‘인간은 밥먹고 살아가야한다‘라는 두 명제를 서사에 반복/강박적으로 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복/강박은 유치한 국뽕류 영화(˝국제시장˝)보다 더 나은 서사를 만드는 데는 일조하나 대가의 깊이를 획득하는 과정에선 걸림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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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2-10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3개와 4개 사이에서 망설였지만 이만큼 묵직한 소설을 쓸 만한(다른 한편으론 여전히 작품 집필에 성실한) 대가가 이제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별 넷을 준다. 내가 보기에는 이 소설은 별 셋 반이 적당할 듯싶다.

김훈은 ‘인간은 형이상학(이념, 철학, 사명 등)을 논하기에 앞서 당장의 형이하학(감각, 식사, 번식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들이다‘라는 주제를 소설에 담으려 했으며 이러한 시도는 비교적 성공을 거둘 때(내가 보기에 김훈 소설의 최고 성취는 ‘화장‘과 ‘고향의 그림자‘,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이다)가 많았다.
그러나 김훈 소설은 또한 비판과 난관에 부딪칠 때도 있었다. 그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판은 ‘사회/역사/이념의 위의와 영향을 의도적으로 괄호치고 형이하학(밥벌이!)만의 의미와 가치를 반복 강조하는 소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딜 무렵에는 그만의 고유한 개성(감각적인 리얼한 묘사, 육하원칙에 기반한 극사실적 보고체 문장, 짧고도 리듬감을 주는 독특한 문체 등)이 작품들에 내재한 구조적 난점을 가려주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사회적 위치나 문학적 경력이나 중진(重鎭)의 위치에 올라서 있다. 그렇다면 지금껏 자신의 글이 가졌던 한계와 단점(예컨대 이념보다 밥과 몸이 우선이란 논리 또한 이념이 아닌가!!)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다음 작품에 대가답게 담아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도 몇몇 역사적 사건들은 범인들이 알 수도, 간섭할 수 없는 일종의 초월적인 사건으로 규정 지으면서 인물들 다수는 감각과 음식과 혈육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ㅡ냉정히 말해서 김훈 소설속 캐릭터들은 신석기인 같다ㅡ을 드러내고 있다.

격동의 현대사와 관련된 스케일 넓고 디테일 치밀한 소설을 쓴 노력과 역량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번 작품 또한 과거 작품들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2017-02-1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이념보다 밥과 몸이 우선이란 논리 또한 이념이 아닌가!!˝

말장난이라 봅니다.

수다맨 2017-02-21 13:24   좋아요 0 | URL
하고 싶으신 말씀이?

2017-02-26 02:4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인간의 모든 활동은 생존과 번식의 변주라고 보는 저로서는 밥과 몸은 이념 이상 것이라 봅니다. 아무리 화려한 언변을 장착해도 결국 사람은 이 몸뚱아리가 보내는 신호 앞에서는 예외없이 무너진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밥과 몸만 쳐다보고 살자는 얘기는 아니구요.

p.s. 이렇게 말씀드려도 아마 제 말을 진화심리학적 이념(?)정도로 보시겠죠?


수다맨 2017-02-26 04:55   좋아요 0 | URL
제가 김훈의 소설/에세이에 대해서 말하고픈 것은 그는 ‘이념을 멀리해야 한다‘고 누차 말하면서도, 그의 글에 도리어 그만의 이념(이것을 형이하학이라고 부르건 먹고사니즘이라 부르건 간에)을 강력히 심어놓는 역설을 수시로 범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어느 이념의 낫고 후짐, 옳고 그름을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상술한 대로 김훈은 지금껏 자신의 글에서 역설적인 모습(이념을 소거해야 한다면서 거기에 다른 이념을 삽입하는 것)을 누차 보여주어 왔는데, 앞으로의 작품에서 이 난점을 어떻게 서사적/주제적으로 극복할 것이냐, 이것이 저의 관심사였습니다.

savedream 2020-12-1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알바 비슷한 이들이 많군요~하하하 그러나 우리부부는 김훈쌤의 영원한 펜ㅎ 모두들 자기의 입장에서 장문을 쓰시느라 고생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