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숙한 것을 탓하지 않는다. 또한 환상시도 좋고 추상시도 좋고 환상적 시론도 좋고 기술시론(術詩論)도 좋다. 몇 번이고 말하는 것이지만 기술의 우열이나 경향 여하가 문제가 아니라 시인의 양심이 문제다. 시의 기술은 양심을 통한 기술인데 작금의 시나 시론에는 양심은 보이지 않고 기술만이 보인다. 아니 그들은 양심이 없는 기술만을 구사하는 시를 주지적(主知的)이고 현대적인 시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기를 세련된 현대성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김수영,  '<난해>의 장막', "김수영 전집2",  민음사,  272~273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이분 글은 읽음ㄴ면 읽을수록 좋습니다. 결국 문장의 힘은 행동인 것 같습니다.

수다맨 2014-06-20 19:58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이분만큼 기개가 있었던 사람도 드문 것 같아요!
글이 참 담백하면서도 날카롭습니다. 김수영은 허세도 없고, 에두름도 없이 그냥 본질을 향해 돌직구를 던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