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
김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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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는 있는데 주제의식과 방향성이 흐릿하다. 달리 말하자면 퍼즐 한 조각을 만드는 솜씨는 좋으나 전체적인 퍼즐을 맞추면 요령부득의 형상이 나온다는 뜻이다. 저자는 ‘왜‘ 문학을 하는가? 무엇을 궁구하고, 무엇을 희망하며, 무엇을 총람總覽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고 그저 ‘테크닉‘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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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0-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문장 세공술과 서사의 배치 능력은 허점을 잡기 힘들 정도로 수준급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유감스럽게도 ‘이것들‘만 보인다. 부언하면 이 작가가 추구하고 있는 문학적 지향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에는 여성을 외설적으로 소비 및 탐시하는 사회상이 나오는가 하면, 어떤 작품에는 중산층 남자의 고독과 자기 위무가 나오며, 어떤 작품에는 어느 부자가 늪돼지를 사냥하는 하드보일드한 일화가 나온다. 하나같이 기술적으로 잘 쓰였음에도 작가가 이 작품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총괄적/근본적인 주제의식이 무엇인지, 작품집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냥 이런 소재로 쓴 단편, 저런 소재로 쓴 단편을 모아다가 책 한 권을 완성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좌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0
임레 케르테스 지음, 한경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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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남자는 ‘살아남은자‘의 기록을 부지런히 출판사에 투고한다. 원고반려의 과정이 이어지고, 무익한 노동의 시간은 계속되며,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동료들은 미치거나 해외로 도피한다. 좌절로만 점철된 인생을 살아내면서도, 끝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마지막 장면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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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8-1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전반생(홀로코스트 체험, 잦은 해고로 인한 생활고, 거듭되는 원고 반려 등)과 전작(˝운명˝)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좌절˝은 복잡하고 난해한 글 모음 정도로 여길 수밖에 없다. 임레 케르테스는 참담과 궁핍과 좌절로 점철되었던 자신의 유년/청년/중년 시절의 체험들이 단계적으로, 선형적으로 읽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작중에서 주인공 쾨베시의 분신으로 보이는 인물(노인, 씨클러이, 베르크 등)들을 만들어서 이들의 고됨과 견딤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기도 하고, 관념적인 대화나 사변적인 지문을 대거 삽입시켜서 읽는 이의 혼란감과 막막함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창작 기법을 이해는 하겠으나 독자로서 그다지 애호하지는 못한다. 어쨌거나 읽어내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유년 시절에 수용소에서 끔찍한 체험을 겪고, 연명을 하고자 여러 가지 직업(신문기자, 공장 노동자, 군인, 간수 등)을 전전하면서도 무능자로 취급 받으며, 필생의 역작을 썼음에도 세상으로부터 냉대와 외면만 당하는 이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다.
 
가족 - 개정판
이창래 지음, 정영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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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는 한국적인 소재(위안부 등)나 경계인의 실존을 서사화할 때보다 자신이 실제로 발디디고 있는 장소(중산층)의 허실과 균열을 들여다볼 때 문학적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 극적인 서사나 흥미로운 반전은 없으나 어느 중년 남자의 가족사와 가족관계의 실상을 섬세하게 서술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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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7-3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나에게 이창래가 노벨문학상에 근접한 작가냐고 묻는다면, 지금 시점에선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노벨문학상은 (그 이면에 온갖 정치적 거래와 야합이 있기도 하지만) 일국의 문호에 걸맞는 이가 성실하고도 도저한 문학적인 경력을 쌓은 끝에. 생애의 막바지에 마땅히 받아야 하는 영예이기도 하다. 부언하면 내 안목으로는 영미권에 이창래보다 더 잘 쓰는 작가들은 많다. 그럼에도 이창래는 유려한 문체와 섬세한 시각으로 특정 인물/관계/장소에 대해서 우리가 간과하거나, 잊으려고 했던 내밀한 부분들을 포착하는 데 장기가 있다. 나는 이 작가의 이러한 장점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싶다.
 
쇼룸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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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낙오의 상태에서 허덕이는 여성 인물들의 자기 위무적인 소비 행위(이케아 방문)가 결국에는 자기 기만적인 치장이자, 열등감과 열패감을 가중시키는 과정이란 것을 극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시류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겪어낸 삶의 중량을 소설에 싣고 있는 작가를 ‘간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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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7-1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젊은 작가상‘의 후보군으로도, 집중적인 비평적 조명의 대상으로도 이 작가가 거론되는 것을 나로서는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김의경은 절대 다수의 갑남의녀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았는지 후세인들이 알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나라 문학사에 그 이름 석자를 올려야 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레논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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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독특함(정신과 의사에게 자기 고백하기)은 있는데 내용적인 새로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비틀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하기에 어느 천재적인 뮤지션의 성장기와 치정사로만 읽었다. 결국 예술가들이란 자기만족에(만) 몰입하는 울보 떼쟁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기분이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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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7-0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에는 저자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독특한 설정과 섬세한 문장, 진지함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유머로 프랑스의 젋은 작가 가운데 단연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저자 다비드 포앙키노스.‘
책을 팔아야 하므로 당연히 고급진 소개를 해야 하는 사실은 알겠으나, 나로서는 독특한 설정 하나 말고는 건질만한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에 널려 있는 존 레논에 관한 평전에서 상당수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나무위키 같은 곳에서도 숱하게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