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청문회를 보았고 오늘 아침에는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 기소되었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접했다.
나는 예전에도 조국을 좋아하지 않았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지금도 좋아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다수 갑남을녀들의 실존적인 위치와 그의 실존적인 위치 사이에는 아득한 거리가 있으며 그가 매우매우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차이를 실체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그가 장관에 임명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동정심이나 아쉬움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쾌감이나 승리감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조국 한 명을 낙마시킨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기득권(들)의 부/명예 세습 행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서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졌다. 조국의 장관 임명 여부를 떠나서, 검찰이라는 이 적폐 조직은 반드시 개혁해야 하며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기소권, 수사권, 수사종결권, 경찰 지휘권 등)을 다른 기관에 이전해야 한다. 일단은 기득권의 타락보다는 구체제의 적폐(와 이를 조금도 고치지 않으려는 무리)에 대해서 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하자면 조국을 통해서 사회 기득권에 대한 적극적/생산적/건설적인 비판을 개진하는 일은 아쉽게도 이 때문에 미루어진다.
앞서서 말했듯이 나는 조국이 낙마한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감정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청와대가 조국 임명을 철회한다면 그보다 더 나은 개혁적인 인물을 반드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저 무소불위의 조직이 청와대의 개혁 동력-아직도 이것이 있는지는 회의적이지만-을 훼손시킬 것이고 나아가 촛불 혁명에 담겼던 사람들의 열망도 수포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조건부 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