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찾아오라고.

 

신하들은 밤샘 모임 끝에

왕에게 반지 하나를 바쳤다.

왕은 반지의 글귀를 읽고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반지의 글귀는 이러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

 

슬픔이 밀려와

그대 삶을 흔들고

귀한 것들을 쓸어 가 버리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

 

행운이 너에게 미소 짓고 기뻐할 때

근심 없는 나날이 스쳐 갈 때

세속에 매이지 않게

이 진실을 고요히 가슴에 새기라.

'이 또한 지나가리.'

 

- 랜터 월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 -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리가 영혼의 고고학자가 되어 이 보물로 눈을 돌리면, 이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게 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

 

그는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 즉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독서를 하지 않는지는 금방 알 수 있으며, 사람 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잔인함과 자비심과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가득한 감독. 그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1"에서 밑줄 그은 부분 중 일부를 옮겨 적다. -

 

화창한 햇살이 너무 그리운 하루였다. 이른 아침에는 매서운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리더니, 오전부터는 하루종일 오락가락 비가 내렸다. 날씨 탓으로 기분이 우울한지, 아니면 기분이 우울해서 이 스산한 날씨가 더 못견디게 싫은건지 알 수 없다. 겨울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따사로웠던 봄볕을 하루종일 그리워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 -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 한편이 떠올랐다. 봄의 향기와 봄의 불길, 봄의 졸음 그리고 봄의 생기를 고양이에 비유한 감각적인 시를 열심히 설명해 줬던 기억이 난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김영랑의 시처럼 에머랄드 빛 하늘을 바라보며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의 마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을텐데... 겨울의 흐린 하늘은 사람을 더 깊은 우울에 빠지게 하는 건 분명하다. 기분이 자꾸만 아래로 흘러가 버려 땅 속으로 꺼져 버릴 것만 같다.

대책없는 긍정과 밝음은 다 어디로 가 사라진걸까 ? 이 또한 다 지나가리, 이 짧은 문장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을 그리워해 본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날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우연에 기댈때도 있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잘못 날아왔다.

 

- 진동규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

 

 

이런 날 해결해야 할 일상의 잡다한 일이 많다는 건 더없이 불행하다.

바쁜 오후 일정에 시달리던 나를 구원한 건, 유치하게도 우유와 설탕 그리고 식빵이었다.

단순하게 이 세 가지 재료를 이용해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방금 따끈하게 구워낸 토스트는 달콤하고 부드러워 금새 입에서 녹았다. 그리고 프렌치 토스트를 꿀까지 발라 먹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몸이 피곤하고 이유없이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역시 단 음식이 빠른 해법이다.

몇 조각 먹고 나니 한결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가벼워진다. 삶의 무거움이 싫어 단순하고 밝게 살고 싶었으나,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무거운 것이었는데.... 무거움과 가벼움이 반복되는 것이 인생의 순환법칙임을 깨닫는 시간들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없이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이 또한 지나가리.... 그리고 기쁨의 날이 반드시 찾아오리라....

덤벼들듯 찾아오는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면 기쁨의 봄이 다시 찾아오겠지...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 시가 아름다워서, 시인의 마음이 슬퍼서...그리고 이 시들에 모두 공감하는 내 상황이 싫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같은 시대를 살지도 않지만...오직 인간이라는 공통 분모 아래서 시인의 시에 이렇게 감사함과 위로를 받게 되다니...시는 대단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3-12-1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은 시작도 되지 않은 듯한데, 봄이 미친듯이 그리워집니다.
겨울의 회색빛을 저 역시 참기가 참 힘들어서요...

중학교 때 보았던 고양이 시... 다시 읽으니 참 좋네요.
호동그란... 심상이 참으로 예뻐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게요. 제게도 들려주고픈 문구입니다.
저희 함께 힘내는 하루였으면 합니다.

착한시경 2013-12-13 10:32   좋아요 0 | URL
정말 한판 싸울 듯한 기세로 겨울이 몰려오고 있어요...아마 제 기분이 그렇겠죠,,겨울이 무슨 죄가 있을라구요..사실 전 겨울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이 겨울이 너무 싫고 봄이 정말 정말 그립네요...
같이 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늘도 같이 힘내고 화이팅해요^^

파란놀 2013-12-1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순 우유와 식빵으로
몸을 살리고
찬찬히 하루를 아름답게 누리셔요~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의 횃대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네

결코 그칠 줄 모르고,

 

모진 바람이 불 때 더욱 감미롭고,

참으로 매서운 폭풍만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이 감싸 주었던

그 작은 새를 당황하게 할 수 있을 뿐.

 

나는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그 노래를 들었네,

허나, 아무리 절박해도, 희망은 결코,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네.

 

- 에밀리 엘리자베스 디킨슨의 희망은 날개 달린 것 -

 

나무를 버팀목 삼아 살아 가던 나뭇잎들이 땅 위에 떨어져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늘에서 눈으로 내려오더니 막상 세상에 떨어질 때 모양새는 비가 되었다.

계절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곳에 집이 있다는 것은 도시에 살면서 우연히 얻어지는 축복이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산이 있다는 것에 언제부터인가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세월과 나이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산으로 떨어진 눈은 비가 되지 않고 본디 모습대로 눈이 되어 산에 쌓인다. 산은 무엇이든지 본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지켜주는 넓은 아량을 지녔다. 하루종일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 산을 바라보며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낮은 곳에 서서 그 산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봄 날....어느 새벽녁

불면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 시간, 창문을 열면 온 세상에 아카시아 향이 춤을 춘다. 벚꽃이 꽃비를 뿌리며 지나간 자리에는 아카시아 향이 너울거리며 퍼져 나간다.

그리고 봄이 지나 여름이 오면 산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으로 마음껏 자기를 내세워 보인다. 마치 이제 대학에 입학한 재기발랄한 신입생을 보는 듯하다.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에 몰입한 20대의 모습을 나는 여름 산에서 만난다. 

그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허무와 깊은 성찰이 남는다. 하지만 가을 산은 쓸쓸하면서도 포근하며 성숙의 단계를 거치면서 깊어지고 아름다워진다. 가을산이 그러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겨울 산 앞에 마주섰다.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틈히 꺼내 읽었다.

"언어를 바꾸면서 나는 내 인생의 한 시절과 결별했다" 모국어인 루마니아어를 버리고, 사유한 모든 것을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로 옮겨놓은 샤르트르 이후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작가 소개가 눈에 띈다. 가을에 이 책을 몇 장 뒤적거리다가 그대로 책꽂이 버려두었는데 오늘 이 책이 갑자기 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목차와 상관없이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을 찾아 읽으면 된다.

순서를 정해 읽어야 하는 것보다는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좋다.

 

 고통을 자제하면서 억지로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는 사람들은 혐오스럽다. 눈물이 뜨거운 것은 고독 속에서 뿐이다. 죽는 순간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두려움 때문에 마지막 순간을 과감히 맞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눈물이 뜨거운 것은)

-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13쪽에서 -

 

고통이란 외부의 어떤 것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는 정신적 고독의 상태이므로 비교는 아무런 의마가 없다. 그러나 고통을 혼자 겪는다는 사실에는 큰 장점이 있다. 만약 인간의 정신적 고통이 얼굴에 충실하게 나타난다면, 즉 내부의 괴로움이 외부로 옮겨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그래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는가 ?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 만일 감정의 강도가 표정에서 그대로 읽힌다면,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고통의 척도)

-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20쪽에서 -

 

 

최근 나로 인해 가까운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밀 시오랑은 책에서  고통의 크고 작음을 나누는 일은 불가능하며, 인간은 각자가 절대적이고 끝없다고 믿는 자신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각자가 느끼는 고통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짐작할 뿐이다.

 

아주 작은 상처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져 우리 존재 전체를 피투성이로 만들 때, 그때서야 고통이란 혼자 겪는 것이기 때문에 밖으로 들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쌓여 있는 고통의 독성이 화산처럼 분출한다면 온 세상을 중독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겠는가 ?

-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21쪽에서 -

 

결국 상처 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더 큰 아픔과 상처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깨닫게 된다.

 

슬픔은 넘쳐 흐르는 상태가 아니라, 서서히 가라앉아 사그라지는 상태이다. 대개 슬픔 한숨이라고 말하지 슬픈 고함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열정을 지나치게 소비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깊은 허탈감이 각인된 체념과 상실감만이 남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성취하고 나면 우리는 슬퍼진다. 얻었다기보다는 잃었다는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슬픔은 삶이 탕진될 때마다 생긴다. 잃는 것이 클수록 슬픔의 정도가 심하다.

-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72쪽에서 -

 

깊은 심연 속에 갇혔다가 다시 나온 기분이랄까 ?

시간 속에서 모든 일들이 과거의 기억이 된다면 지금 받은 상처의 빛깔은 좀 더 옅어지게 될까 ?

차분하게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죽음, 우울, 슬픔, 절망, 좌절 등 대체적으로 어두운 감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읽고나면 좀 더 슬퍼진다.

하긴 슬플 때 차라리 슬픈 영화를 보며 한바탕 울고나면 속이 후련해지듯이...오히려 이런 책들이 마음의 평화를 주는데는 더 도움이 된다.

 

 

미셸 우엘벡의 국내 번역 책을 구입하는 중이다.

소립자, 공공의 적들, 어느 섬의 가능성, 투쟁 영역의 확장, 지도와 영토... 분량상 가장 가벼워 보이는 투쟁 영역의 확장에 먼저 도전해 본다.

마음은 소립자를 먼저 읽고 싶으나, 우엘벡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하니 먼저 투쟁 영역의 확장을 읽어 보기로 했다.  소립자를 읽기 전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늘 생각하지만 작가들은 계속 책을 쓰고, 출판사들은 계속 책을 만들어 내고...독자들은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책들 중에 좋은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하는 즐거운 고통에 빠져 산다.

 

당분간은 조용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고통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보면.... 


댓글(7)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코리아 뚱 2013-12-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뜨기전이 가장 어둡다,,좋은글,,잘 읽고 갑니다,,감사요^^

착한시경 2013-12-12 22:43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아름다운 문장들의 너무 많아서 귀한 책이랍니다.

마녀고양이 2013-12-1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라는 제목이 퍽 마음에 들어서 저도 구입을 망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구입했는지, 안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방바닥에 책이 엄청나게 쌓여있는데, 요즘 기억이 너무 오락가락합니다. ㅠㅠ. 그저... 착한시경님의 페이퍼에서 좋은 글을 읽고 가네요.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책을 읽으시나봐요...

철도의 1113일째 열애 중이라고 누가 적었군요.. 참 예쁘네요.
여행 가고 싶어지는군요.^^

착한시경 2013-12-12 22:45   좋아요 0 | URL
군산...철길마을에서 찍은 사진들이랍니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그냥 관광지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운치있고 좋았어요~ 저두 기찻길에 새겨놓은 글이 참 예뻐서 사진으로 찍어왔어요... 113일이었다면 사진으로 안 찍었을텐데 1113일을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을 그들의 사랑이 너무 예뻐서...사진으로 담아왔죠^^

키재기 2013-12-1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저의 경험으론 그 어둠이 자신을 잘 드러내 주더라구요.자신과 마주하는 귀한 시간이 되시길...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착한시경 2013-12-12 22:48   좋아요 0 | URL
이육사의 시처럼 서릿발 칼날진 위에 서서,,, 한발 재겨 디딜틈 없는 상황에서도 눈을 감고 생각하면 희망의 무지개가 있는 것 같아요...물론 이육사는 조국의 광복을 꿈꾸며 그 시를 썼겠지만...시는 독자 입장에서 다양하게 해석하는거니까요~
눈을 감고 봄을 그리고 희망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파란놀 2013-12-1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때문에 힘들 사람도,
또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 나도 없구나 하고
날마다 새롭게 느껴요.

서로 다른 빛으로 거듭나는 길에서 만나
서로 다른 삶으로 나아가는 흐름이네
하고 느끼곤 해요.

군산 기찻길에는 저렇게 낙서도 하네요.
하기는, 저것도 재미난 놀이일 테니까요~
 

 

 

 

 

 

 

 

 

 

 

 

 

 

 

 

(탄방동 카페 '엘리먼트 랩'에서 마신 핸드드립커피 케냐 AA)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 입지않고 김치냄새가 좀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불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 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여도 좋고 남성이여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을 그 많은 구경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 두곳, 한 두가지만 제대로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신이 돼 있을껄...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라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테고, 내가 더 예뻐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속 침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에 더 매력을 느끼려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베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그도 그럴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시킬때는 여왕처럼 품위있게, 
군밤은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위해 하기싫은 일을 하지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두 사람을 사랑한다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추가루가 끼었다고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여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 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

 

(친구가 준 수제 크리스마스 쿠키...)

 

지초와 난초의 교제라는 뜻으로, 벗 사이의 맑고도 고귀한 사귐을 일컫는 말...지란지교를 떠올리는 하루였다. 연이어 계속되던 추위가 주춤하고 오늘 낮은 제법 따스한 기온을 느낄 수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까지 비추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들이었겠지만, 이제 초겨울이니 포근한 기온에도 만족해야 한다.

한동안 환한 햇빛을 본 적이 없어 우울하다는 친구의 말을 떠올려 보니, 화창한 하늘을 본 기억에 아득하기만 하다.

높고 맑은 하늘, 따뜻한 기운을 몰고 오는 바람 그리고 마음까지 비춰줄 것 같은 투명한 햇살이 좋은 가을은 소리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복잡한 생각 속에 우왕 좌왕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내가 오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오래된 수필을 떠올린 것은 사랑하는 두명의 친구들때문이다.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 사람을 친구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친구의 범주 안에는 들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한명은 나와 다섯 살 차이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여섯 살 차이가 난다.

하지만 나와 가깝고 오래 사귄 사람을 친구라고 일컫는다면 그들은 가장 귀한 벗들이다.

흔히들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친구를 만들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 두명은 친구들은 모두 30대에 만나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있으니 특별한 인연임에는 틀림이 없다.

 

친구 사이에 진정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시간 속에 신뢰가 쌓여야 하고, 치졸한 이기심과 시기, 욕심을 버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법인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조건없는 사랑과 우정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우정을 이야기하는 글이나 노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음을 뜻하고. 모든 인간은 그런 우정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에게 내면의 소통이 가능한 친구들은 내 삶의 가장 큰 축복이며 자랑이다.

신은 나에게 큰 고민과 시련을 주셨지만 동시에 그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도 허락하셨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을 괴로워했을까 ? 홀로 극복할 수 있었을까 ? 

나를 염려하고 위로 했던 목소리들...한 순간도 나를 외롭게 만들지 않았던 그들의 배려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고마운 일이다.

   

(카페에 장식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사람을 알기보다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또한 나의 인간관계가 풍요속의 빈곤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소박한 관계를 꿈꾼다.  

 

셋이 함께 만나 점심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빨간색 코트와 책 그리고 늙어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최근 함께 구입한 김운하의릴케의 침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진지한 책의 내용을 자기 식으로 재미있게 풀어 내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대로 각색해 버리는 한 친구 때문에 정신없이 웃었다

 

특히, 나는 이런 특별한 재능을 지닌 친구를 사랑하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꾸밈없는 웃음때문이다. 어떤 고민도 그녀와 나누면 웃음이 되어 버리는데 난 그 가벼움을 사랑한다. 울면서 찾아가도, 헤어질 때는 꼭 나를 웃게 만드니...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그리고 11년을 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나를 바라봐주는 또 한명의 친구...

나는 그녀의 변함없는 마음과 이성적인 판단에 늘 감탄하고 놀란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그녀는 언제나 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준다. 그 판단의 밑바탕에는 나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음을 잘 알고 있으니 그 마음이 고맙다.

 

 

함께 점심을 먹고, 한끼 밥 값만큼 하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다.

사투리에 웃고, 빨간 매니큐어에 웃고, 곰보다 못한 모성애를 운운하며 웃었다.

파 다듬는 일과 다듬은 파를 사는 일 중 나는 다듬은 파를 사는게 어울린다며 웃었고,

고난 4종 세트에 대해 이야기 하며 웃었다.

그리고 내 독특하고 대책없는 가치관에 다들 이제 익숙해져 그냥 웃어 버렸다.

시간이 흐르며 모든 것들이 즐거운 웃음의 소재가 되니 이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다.

 

헤어지며...다음 만남에는 속이 쓰릴 만큼 매운 칼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시자는 약속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을 많이 하면 반드시 필요 없는 말이 섞여 나온다.
원래 귀는 닫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입은 언제나 닫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돈이 생기면 우선 책을 사라.
옷은 해지고, 가구는 부서지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위대한 것을 품고 있다.

행상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깍지 마라.
그 물건 다 팔아도 수익금이 너무 적으니
가능하면 부르는 그대로 주라.

대머리가 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보다
머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에 더 관심 있다.

광고를 다 믿지 마라.
울적하고 무기력한 사람이
광고에 나오는 맥주 한 잔으로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면
세상은 이미 천국이 되었을 것이다.

잘 웃는 것을 연습하라.
세상에는 정답을 말하거나,
답변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그때에는 허허 웃어보라.
뜻밖에 문제가 풀리는 것을 보게 된다.

텔레비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마라.
그것을 켜기는 쉬운데,
끌 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낭비는 나쁘다.
돈을 많이 쓰는 것과
낭비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불필요한 것에 인색하고
꼭 써야 할 것에 손이 큰 사람이 되라.

화내는 사람이 꼭 손해 본다.
급하게 열을 내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싸움에서 지며, 좌절에 빠지기 쉽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주먹은 상대방을 상처 주고 자신도 아픔을 겪지만
기도는 모든 사람을 살리기 때문이다.

-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들 -

 

 

 

대전 구도심...대흥동 문화의 거리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대흥동에 가면 아기 자기한 인테리어와 컨셉을 가진 개인 카페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둔산동처럼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정형화된 카페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소한 재미들이 가득하다. 특히 카페 주인이 긴 시간동안 공들여 수집했을 법한 그림이나 작은 소품들을 구경하는 것은 덤으로 얻어지는 즐거움이다.

모모제인, 쌍리, 느린나무, 햇비, 청청현... 친구들과 가볍게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들이 많은 곳, 그곳이 대흥동 문화의 거리이다.

아직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예쁜 카페들이 많으니 당분간 커피와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곳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평일 오전, 친구와 대흥동에서 점심 약속을 하면 나는 언제나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잠깐 은행동 알라딘에 들려 책을 구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면,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스마일 칼국수에서 들깨 가루 담뿍한 칼국수와 달착지근한 유부를 넣은 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한적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들은 기말고사를 핑계로 친구와 독서실에 가고, 남편과 함께 시내로 외출을 했다.

며칠 동안 갈등이 있어 서운했던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의 잔잔한 평화의 시간이 찾아 왔다. 

먼저 알라딘에 새로 들어온 책들을 구경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서점 나들이를 하지만 놀라운 것은 늘 새롭게 구비되는 많은 중고책들이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정말 끼리끼리 많은 사람들이 알라딘에 모였다.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장미의 이름, 옥탑방으로 올라간 칸트, 차마 그사랑을, 아주 철학적인 오후 그리고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가 내 서재로 왔다.

특히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아름다운 명화와 함께 읽어볼 수 있게 구성된 이 책을 보는 순간,,, 내가 이 책을 사기 위해 오늘 알라딘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반가웠다.

홍차와 마들렌드 과자 그리고 기억속에 이끌려 찾아간 어린 시절....나에게 아직 만남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내가 죽기 전에 꼭 한번 완독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이다.

언제쯤...푸르스트는 나를 만나줄까 ?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 잠잠히 기다릴 뿐...

  

 

 

 

성모초등학교 바로 앞쪽 큰 길가에 위치한 카페 블러쉬....

도로변 2층 주택을 개조해 카페를 만들었다는 이 곳은 1층과 2층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과 세련된 그림 그리고 포근한 무릎 담요가 준비되어 있는 1층 세미나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있는 로스팅 기계, 작고 앙증맞은 도자기 인형들, 2층으로 올라는 나무 계단과 벽에 장식된 독특한 강아지 그림들도 눈길을 끌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마당을 보니 왠지 모를 쓸쓸함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오늘 구입한 책들과 가방 속에 넣어온 강신주의 '감정수업',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1'까지 꺼내 놓고 두서없이 책을 넘겨 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뭔가 계획하는 책읽기보다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느낌이 오는대로 책을 보게 된다.

특히, 이렇게 서점에 다녀온 날은 더욱 그렇다.

특정 책에게 내 마음을 다 주고 싶지 않아서... 고르게 한번씩 넘겨 보는 것으로 내 마음을 대신한다.

 

 

 

 

아메리카노와 브레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책

무엇보다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나의 가족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책과 삶 그리고 오래된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 못할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들이 가끔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우리는 공감했다.

 

"해결하려 서두르기 보다는 한걸음 물러서라"

시간의 여유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 한적한 카페에 마주 앉아 잠잠하게 책을 읽었다.

 

 사랑이란 무엇보다도 먼저 기쁨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기쁨의 감정은 "인간이 더욱 작은 완전성에서 더욱 큰 완전성으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 결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욱 충만해진다는 감정이 바로 기쁨이다 

 -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에서 -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 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뜨지 않는다.  

-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에서 -

 

 

 

 

 

 

 

책을 읽다 발견한 아름다운 문장들, 특히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문장들을 나는 사랑한다.

강신주의 책은 언제나 화통하고 직설적이라 시원스럽고 그 안에 철학적 깊이까지 있어 좋다. 느긋하게 보낸 일요일 오후... 며칠만에 찾아온 평화는 따뜻하고 소중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혜윰 2013-12-0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페에 가 있고 싶어지네요..^^ 비도 오는데..

착한시경 2013-12-09 14:41   좋아요 0 | URL
네,,,대전도 하루종일 우울하게 비가 내려요~ 이런 날은 따뜻한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딱 좋을 것 같네요... 즐거운 오후되세요^^

프레이야 2013-12-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님, 대전에도 어젠 비가 내렸군요. 일요일에 따스한 카페에서 독서와 대화를 즐기시다니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여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게 있다고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 그 진리에 공감하며 삽니다. 책탑 중 장미의 이름도 보이네요. 다시 읽고싶어지는 책들 중 하나죠. 오늘도 좋은하루~~~

착한시경 2013-12-10 10:01   좋아요 0 | URL
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요... 대부분의 일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데,,상황에 따라 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해결되기도 하는것 같아요..
그냥 책을 보면서 견디는 중... 장미의 이름은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요^^ 프레이야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홍차가게 소정에 다녀와서... 쉼을 얻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의 향수 중에서 -

 

작년 이 맘때 나는 무엇을 했을까 ? 불과 일년 전 일이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일상의 반복 속에서 조금은 지루해하며, 30대의 마지막을 우울하게 보냈다. 피아노를 치는 아들의 진로 문제, 사춘기로 인한 갈등과  타성에 젖어 버린 일이 주는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아쉬움 속에 한 해를 보냈지만, 다시 선물처럼 1년의 시간은 나에게 왔다.

그리고 네 번의 계절 변화를 겪으며 2013년 12월 앞에 다시 서 있다.

이 한 해를 정리하며, 내가 겪은 일을 글로 쓰기 위해서는 좀 더 나를 성숙시키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꼭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게  몰아친다 해도 다시 잠잠해 지는 때가 오는 것처럼,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 역시 시간과 일상에 묻혀 과거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요일 오후... 기말고사 공부를 하는 아들을 집에 두고, 오랫만에 남편과 근교로 외출을 했다.

정지용의 시 "향수"의 배경이 되며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는 옥천....

나는 시를 잘 알지 못하지만, 정지용과 백석 그리고 김수영과 기형도의 시를 사랑한다.

소박하고 아담하게 가꾼 정지용 생가는 이미 여러 번 다녀왔기에 간단히 둘러 본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구읍할매묵집을 향했다.

 

 

 

겨울에는 메밀묵이 제 맛이라는 말에 메밀묵밥과 도토리묵밥을 시켰다.

도토리는 따끈한 육수를 부어 먹어야 하고, 메밀묵은 신김치와 듬성듬성 부숴 놓은 김, 고소한 참기름을 넣고 살살 비벼 먹는게 더 맛난다고 한다. 함께 따라 오는 반찬 역시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었다.

특히 총각 무우와 갓을 넣어 시원하게 담은 동치미와 시골 간장에 푹 삭힌 고추 절임이 개운하고 맛깔스러웠다. 그럴 듯한 외식이 어느 순간부터 싫어졌다. 슴슴하게 무쳐 낸 나물 반찬이나 소박한 찌개 한 그릇이면 족하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한데, 좋아하는 음식을 가족과 나눌 수 있으니 즐겁고 행복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점심을 먹고,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홍차가게 소정에 다녀왔다.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에 위치한 홍차가게 소정... 입구의 빨간 간판이 매우 인상적이다.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 부부가 추천하는 홍차 맛에 우리 부부는 완전 반해 버렸다.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길가에 자리 잡은 '소정'은 대청호 끝자락과 나지막한 산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차 한잔을 마셔볼 수 있는 아담한 카페이다.

20여년 간 다양한 차를 공부하면서 홍차의 매력에 빠졌다는 주인 부부는 차와 문화를 즐기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 곳을 열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추천해 주신 홍차와 아이리쉬 위스키 크림 바닐라라는 긴 이름의 홍차를 마셨다. 그리고 차와 함께 나오는 갓 구운 스콘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따끈하게 덥힌 찻잔에 향긋한 홍차와 스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 한권...

무엇보다 이런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커다란 테라스로 옅은 햇빛은 비추고, 느긋하게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즐겼다. 색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 해가 가기 전, 눈이 오는 어느 날... 꼭 한번 다시 오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했다.

벚꽃이 만발한 봄, 녹음이 짙은 여름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산한 가을에도 어울리는 홍차가 준비된 곳이 홍차가게 소정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잠시 시간도 멈춰 버린 듯한 쉼과 여유가 있어 좋다.

지친 몸과 마음도 홍차와 함께 쉼을 얻은 듯...평화롭고 고요하다.

우리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얻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