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많이 하면 반드시 필요 없는 말이 섞여 나온다.
원래 귀는 닫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입은 언제나 닫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돈이 생기면 우선 책을 사라.
옷은 해지고, 가구는 부서지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위대한 것을 품고 있다.

행상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깍지 마라.
그 물건 다 팔아도 수익금이 너무 적으니
가능하면 부르는 그대로 주라.

대머리가 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보다
머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에 더 관심 있다.

광고를 다 믿지 마라.
울적하고 무기력한 사람이
광고에 나오는 맥주 한 잔으로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면
세상은 이미 천국이 되었을 것이다.

잘 웃는 것을 연습하라.
세상에는 정답을 말하거나,
답변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그때에는 허허 웃어보라.
뜻밖에 문제가 풀리는 것을 보게 된다.

텔레비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마라.
그것을 켜기는 쉬운데,
끌 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낭비는 나쁘다.
돈을 많이 쓰는 것과
낭비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불필요한 것에 인색하고
꼭 써야 할 것에 손이 큰 사람이 되라.

화내는 사람이 꼭 손해 본다.
급하게 열을 내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싸움에서 지며, 좌절에 빠지기 쉽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주먹은 상대방을 상처 주고 자신도 아픔을 겪지만
기도는 모든 사람을 살리기 때문이다.

-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들 -

 

 

 

대전 구도심...대흥동 문화의 거리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대흥동에 가면 아기 자기한 인테리어와 컨셉을 가진 개인 카페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둔산동처럼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정형화된 카페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소한 재미들이 가득하다. 특히 카페 주인이 긴 시간동안 공들여 수집했을 법한 그림이나 작은 소품들을 구경하는 것은 덤으로 얻어지는 즐거움이다.

모모제인, 쌍리, 느린나무, 햇비, 청청현... 친구들과 가볍게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들이 많은 곳, 그곳이 대흥동 문화의 거리이다.

아직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예쁜 카페들이 많으니 당분간 커피와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곳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평일 오전, 친구와 대흥동에서 점심 약속을 하면 나는 언제나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잠깐 은행동 알라딘에 들려 책을 구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면,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스마일 칼국수에서 들깨 가루 담뿍한 칼국수와 달착지근한 유부를 넣은 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한적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들은 기말고사를 핑계로 친구와 독서실에 가고, 남편과 함께 시내로 외출을 했다.

며칠 동안 갈등이 있어 서운했던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의 잔잔한 평화의 시간이 찾아 왔다. 

먼저 알라딘에 새로 들어온 책들을 구경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서점 나들이를 하지만 놀라운 것은 늘 새롭게 구비되는 많은 중고책들이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정말 끼리끼리 많은 사람들이 알라딘에 모였다.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장미의 이름, 옥탑방으로 올라간 칸트, 차마 그사랑을, 아주 철학적인 오후 그리고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가 내 서재로 왔다.

특히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아름다운 명화와 함께 읽어볼 수 있게 구성된 이 책을 보는 순간,,, 내가 이 책을 사기 위해 오늘 알라딘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반가웠다.

홍차와 마들렌드 과자 그리고 기억속에 이끌려 찾아간 어린 시절....나에게 아직 만남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내가 죽기 전에 꼭 한번 완독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이다.

언제쯤...푸르스트는 나를 만나줄까 ?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 잠잠히 기다릴 뿐...

  

 

 

 

성모초등학교 바로 앞쪽 큰 길가에 위치한 카페 블러쉬....

도로변 2층 주택을 개조해 카페를 만들었다는 이 곳은 1층과 2층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과 세련된 그림 그리고 포근한 무릎 담요가 준비되어 있는 1층 세미나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있는 로스팅 기계, 작고 앙증맞은 도자기 인형들, 2층으로 올라는 나무 계단과 벽에 장식된 독특한 강아지 그림들도 눈길을 끌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마당을 보니 왠지 모를 쓸쓸함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오늘 구입한 책들과 가방 속에 넣어온 강신주의 '감정수업',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1'까지 꺼내 놓고 두서없이 책을 넘겨 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뭔가 계획하는 책읽기보다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느낌이 오는대로 책을 보게 된다.

특히, 이렇게 서점에 다녀온 날은 더욱 그렇다.

특정 책에게 내 마음을 다 주고 싶지 않아서... 고르게 한번씩 넘겨 보는 것으로 내 마음을 대신한다.

 

 

 

 

아메리카노와 브레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책

무엇보다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나의 가족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책과 삶 그리고 오래된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 못할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들이 가끔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우리는 공감했다.

 

"해결하려 서두르기 보다는 한걸음 물러서라"

시간의 여유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 한적한 카페에 마주 앉아 잠잠하게 책을 읽었다.

 

 사랑이란 무엇보다도 먼저 기쁨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기쁨의 감정은 "인간이 더욱 작은 완전성에서 더욱 큰 완전성으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 결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욱 충만해진다는 감정이 바로 기쁨이다 

 -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에서 -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 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뜨지 않는다.  

-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에서 -

 

 

 

 

 

 

 

책을 읽다 발견한 아름다운 문장들, 특히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문장들을 나는 사랑한다.

강신주의 책은 언제나 화통하고 직설적이라 시원스럽고 그 안에 철학적 깊이까지 있어 좋다. 느긋하게 보낸 일요일 오후... 며칠만에 찾아온 평화는 따뜻하고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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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2-0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페에 가 있고 싶어지네요..^^ 비도 오는데..

착한시경 2013-12-09 14:41   좋아요 0 | URL
네,,,대전도 하루종일 우울하게 비가 내려요~ 이런 날은 따뜻한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딱 좋을 것 같네요... 즐거운 오후되세요^^

프레이야 2013-12-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님, 대전에도 어젠 비가 내렸군요. 일요일에 따스한 카페에서 독서와 대화를 즐기시다니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여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게 있다고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 그 진리에 공감하며 삽니다. 책탑 중 장미의 이름도 보이네요. 다시 읽고싶어지는 책들 중 하나죠. 오늘도 좋은하루~~~

착한시경 2013-12-10 10:01   좋아요 0 | URL
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요... 대부분의 일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데,,상황에 따라 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해결되기도 하는것 같아요..
그냥 책을 보면서 견디는 중... 장미의 이름은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요^^ 프레이야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