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깃털의 새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엔리코 마리아 살레르노 외 출연 / 무비&무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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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Uccello Dalle Piume Di Cristallo

  감독 - 다리오 아르젠토


 

  이탈리아의 유명한 호러 영화 감독인 다리오 아르젠토의 데뷔작. 1969년도에 만들어졌으니, 내가 태어나기 전! 확실히 요즘 영화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화면과 뻔한 스토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런 화면과 스토리가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하면 ‘헐!’하고 놀라고 만다.


 

   영화는 한 여자의 사진을 갖고 있는 검은 장갑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이어 그 손이 칼 세트를 손질하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아마 저 칼들로 사진의 여자를 죽이겠지. 이런 생각이 든다.


 

  로마에 사는 미국 작가 샘은 우연히 한 여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벽 한 면이 유리로 된 화랑에서 대담하게 여성을 공격한 범인. 다행히 그녀는 목숨을 건진다. 여자만 죽이고 다니는 연쇄 살인마의 소행으로 밝혀지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주요 목격자로 로마에 발이 묶인 샘은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의 목숨을 노리는 자까지 등장한다.


 

  영화는 샘의 회상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그가 보았던 사건 당시를 보여준다. 즉, 그가 보았지만 기억 못하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건 역시 시청자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너도 그의 눈을 통해서 보았으니, 생각하고 찾아보라는 뜻이다.


 

  거기에 극 후반부에 손만 보이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범인의 등장 장면은 으……. 방에 갇혀서 도망도 칠 수 없던 절규하는 여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완전 미쳐버렸겠지. 그나저나 장갑을 낀 범인의 손은 거의 감독이 맡았다던데, 감독님의 손 연기는 짱이었다.


  제목이 왜 수정 깃털의 새인지는 나중에 밝혀진다. 진짜 있는 새였고,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결정적인 힌트였다. 물론 진짜 새가 수정 깃털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름이 그렇다는 거지.


 

  영화는 전반적으로 적당히 긴장감도 주고 적당히 느슨하게 풀어주고를 반복한다. 그래서인지 긴장을 더 풀 수가 없다! 왜냐면 ‘이러다가 또 뭔 일이 생기겠지’라고 자연스레 예상을 하니까!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실체는 충격이었다. 그 장면에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니! 그래서 처음 장면을 다시 돌려볼 정도였다.


 

  특별한 CG나 액션 장면이 없어도, 영화는 충분히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호러 스릴러 영화는 이런 맛에 보는 것이다! 비록 피가 아주 많이 가짜 티가 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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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3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3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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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nner

  작가 - 테스 게리첸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3권


  ‘외과의사’가 무어 형사와 캐서린 코델의 관점에서 주로 서술되었고, ‘견습의사’가 리졸리 형사의 시점으로 그려졌다면 이번 편은 마우라 아일스 박사의 눈을 통해서 주로 진행되고 있다.


  죽은 자들의 여왕이라 불리는 법의학자 아일스. 이번 편에서 냉철하면서도 열정적이고 논리적인 그녀의 매력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점차 성장해가는 리졸리의 모습도 보이고 말이다.


  수녀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젊은 수녀는 살해당하고, 나이든 수녀는 위독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검시 하는 도중, 젊은 수녀가 최근에 아이를 출산했음이 밝혀진다. 도대체 애 아버지는 누구일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자가 손과 발, 얼굴 가죽이 벗겨진 채 시체로 발견된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아일스 박사는 그녀의 피부에 난 부스럼에 주목한다. 어쩌면 그녀는 한센병 환자, 일명 나병 환자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던 중, 나이든 수녀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진다. 한센병 환자와 수녀, 그리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 대기업 간부 사이에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한센병에 대한 설명 부분은 단지 글자만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예전에 ‘벤허’에서는 잠깐 언급만 되고 지나가서 몰랐는데, 여기서는 아주 자세히 밝히고 있었다. 왜 이런 병이 존재하는 걸까?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었다. 바로 인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탐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돈에 대한 탐욕.

  성에 대한 탐욕.

  그리고 명예에 대한 탐욕.


  탐욕으로 가득한 인간은 무섭다. 그 때문에 타인을 무자비하게 짓밟을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말로는 대다수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누렸던 것을 놓치기 싫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 말이다. 전작에 나왔던 연쇄 살인범들은 그래도 여자 하나만 죽였지, 이번에 나온 놈들은 진짜…….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인간이 살아가는 건, 자기보다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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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마타 - 아웃케이스 없음
루퍼트 웨인라이트 감독, 가브리엘 번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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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루퍼트 웨인라이트

  출연 - 가브리엘 번, 패트리샤 아퀘트


  스티그마타 (stigmata), 또는 성흔(聖痕)이라는 것이 있다. 기독교에서 나온 것인데, 예수 그리스  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당시 몸에 가졌던 상처와 똑같은 혹은 비슷한 것이 몸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13세기부터 사용된 언어로 흔히 오처성흔이라 하여, 손과 발에 나타나는 못 박힌 상처, 등에 생긴 채찍 자국, 가시관으로 인한 머리(이마)의 상처 그리고 창에 찔린 옆구리 상처를 말한다. 지금까지 그 성흔을 나타냈던 성인은 채 100명도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5개가 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개 정도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상처가 나타난 사람은 성인(성녀)으로 추대되었다.


  이 영화는 한 신부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의 장례식 기간 내내 성모 마리아 상에서는 피눈물이 그치지 않았고, 갑자기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며 기이한 이적을 보여준다. 그리고 개념 없는 소매치기 하나가 그의 묵주를 훔쳐간다.


  장소는 바뀌어 미국의 평범하고 종교와는 거리가 먼 미용사가 등장한다. 그녀는 외국 여행을 갔던 어머니에게서 기념품이라고 뭔가를 받는데, 눈치 빠른 나는 금방 알아차렸다. 바로 도둑맞은 신부의 묵주였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녀에게 기이한 일이 나타난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흔이 차례대로 나타나고, 생전 처음 보는 언어로 말을 하며 맨 정신으로는 자기도 못 읽는 글자로 뭔가를 써내려간다.


  이럴 때면 으레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바티칸이다. 가톨릭의 중심이자 몇몇 소설이나 애니, 영화에서는 악의 축 또는 세계의 수호자로 등장하는 바티칸. 바티칸에서는 그녀에 대한 진상을 알아내고자, 조사관 신부를 파견한다. 파견나간 신부는 그녀의 몸에 나타난 성흔에 대한 진위와 숨겨진 비밀에 대해 밝혀내고자 노력하는데…….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별거 없다. 미국 드라마 ‘미디엄’에서 뒤부아 부인으로 나오는 패트리샤 아퀘드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 뿐. 그러고 보니 조사관 신부로 나온 사람은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보았던 가브리엘 번이었지만, 내 관심 밖.


  종교가 돈과 권력에 도취되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 것인가 보여주는 영화였다. 기득권, 이른바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기득권자(여기서는 높은 신부, 직위는 잘 모르지만 높은 자였다.)와 자신이 믿는 진리를 밝히고자 애쓰는 신부의 대립이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종교의 근원은 교회라는 건물과 신부라는 직위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성경으로 대변되는 말씀과 사람들의 믿음에 있는 것인지 고민을 하게 했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이 있다. 교회 안 나오면 지옥 간다.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나오지 않으면, 헌금을 많이 내지 않으면,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이었다. 결국 신을 믿는 것이 아닌, 신의 대리인이자 빈 집인 교회와 성직자를 믿으라는 말이었다. 어디선가 본 거 같다. 중세 가톨릭이 그랬다. 그래서 면죄부 팔아먹고 그러다가 종교 개혁이 일어났지.


  그러나 그 종교 개혁은 실패한 것 같다.


  ‘루터님, 님이 한 일은 삽질이었어요. 가톨릭에서 님이 개혁한답시고 만들어낸 개신교들이 요새 더 난리치고 있다고요. 이 일을 어쩔 거예요. 하늘로 내빼면 다임?’ 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힘 있는 놈이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영화였다. 엑소시스트 필이 나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건 종교를 까는 영화도 아니고 옹호하는 영화도 아니여~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패트리샤 아퀘드의 빙의(?) 하는 장면은 린다 블레어 양의 포스에는 조금 못 미쳤다. 아쉽게도 목이 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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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더 비시어스 브라더스


  감독 이름이 특이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콜린 미니한과 스튜어트 오티즈가 만든 팀이라고 한다. 이들은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엔터테인먼트 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나온다.


  귀신들린 집이나 건물에 대한 영화는 많다. 어린 시절 벌벌 떨면서 보았던 ‘아미티빌 호러’ 나 ‘폴터가이스트’, 그리고 몇 년 전에 보았던 ‘헌티드 힐’이나 ‘블레어 위치’, ‘로즈 레드’ 등등. ‘파라노멀 액티비티’도 여기에 넣어야 할까? 그런데 적어놓고 보니, 나 은근히 많이 보았구나. 그런데 감상문들은 하나도 없……. 욕심같아서는 다 쓰고 싶은데, 모르겠다.


  어쩌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터’를 중요시하는 건 공통적인 것 같다. 서양의 귀신들린 집이나 동양의 묘지였던 집이나, 그 장소에서 맴도는 뭔가 나타나는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레이브 인카운터’라는 영화 제목은 TV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제목이다. 흉가라든지 귀신이 나온다는 곳을 찾아가는. 케이블 방송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동서양 공통적인 방송 아이템인가보다. 하여간 한 남자가 필름만 남기고 사라진 제작진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촬영팀이 6번째 에피소드를 찍기 위해 귀신이 나온다는 폐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곳에는 1940년대에 정신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뇌수술을 하는 의사가 있었다. 그리고 1948년, 몇 명의 환자들이 병실을 탈출해 원장을 살해했다. 1963년 이후, 한 번도 문을 열지 않은 콜링우드 정신병원.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 그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이상한 징조가 하나둘씩 나타난다. 그리고 한사람씩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이건 진짜가 아니라고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라면 아마 지금쯤 난리가 났을 게 분명하다. 귀신이 존재하면 악마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 종교 단체에서 뭔가 성명을 내걸지 않았을까?


  그러나 핸드 헬드 기법에, 사람들의 숨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울음이 뒤섞이면 진짜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나도 같이 달리고 숨죽이고 덩달아 내 심장도 같이 콩닥거린다.


  거기다 이 영화, 중간 중간에 ‘어떡해~’를 내뱉게 만드는 여러 장치를 심어두고 있다. 마치 사람을 처음 사귈 때처럼,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야금야금 다가온다. 예를 들면 아무도 모르게 살짝 열리는 창문이나 슬그머니 혼자 움직이는 휠체어. 화면에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뻔 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친해졌다고 생각하는지, 아주 대범하게 행동한다. 여자 스태프의 몸에 계속해서 새겨지는 칼자국을 비롯해서 실체를 드러내는 영혼들. 아, 소녀가 뒤를 돌아볼 때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거기에 천……. 아, 여기까지. 더 이상 말하면 너무 많은 것을 밝히는 것이다. 하여간 후반에 그들이 몰아치는 장면은 숨을 멈추고 볼 정도였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어딘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부분은 어느 영화의 어떤 소재와 비슷하고, 저 부분은 또 다른 영화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등등.


  하지만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을 들자면, 그들의 실체를 보여줬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같은 핸드 헬드 기법으로 만든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멀 액티비티’는 사람들의 비명만 보여줬지, 그들을 공격하는 뭔가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았다.


  ‘아미티빌 호러’나 ‘헌티드 힐’ 같은 경우에는 실체를 보여줬지만, 그건 영화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적인 면을 강조했으니, 그게 다를 것이다. 물론 어차피 영화긴 하지만 말이다.


  두 가지를 적절하게 잘 사용해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속편도 나온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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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2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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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pprentice

  작가 - 테스 게리첸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두 번째


  외과의사가 체포되고 일 년 후. 그가 남겨준 리졸리의 손에 난 상처도 아물 즈음, 이번에는 커플만 노리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한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강간하는 걸 즐기는 일명 ‘지배자’. 그는 남편은 그 자리에서 죽이고, 부인은 납치한다.


  리졸리는 일련의 사건에서 외과의사의 향기를 느끼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아직 그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모방범에 불과한데, 그녀가 너무 의식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뜬금없이 사건에 뛰어든 FBI 요원은 뭔가 중요한 것을 숨기고 있지만, 알려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외과의사가 탈옥을 한다. 이제 잔혹한 두 살인마가 손을 잡고 같이 일한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본격적으로 형사인 리졸리와 검시관인 아일스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물론 아직은 리졸리 중심이긴 하지만. 몇 장면 나오지 않았지만, ‘죽은 자들의 여왕’이라는 아일스 박사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편에서 리졸리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남자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동료인 프로스트가 잔혹한 사건 현장을 보고 구토를 해도, 그녀는 꾹 참는다. 외과의사가 자신을 노린다는 걸 알지만, 보호 요청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무서워도 내색하지 않는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그런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무서워도 무섭다고 하지 못하고, 슬퍼도 슬프다고 할 수 없는 삶이란 어떤 걸까? 자신의 감정을 모두 억누르고 그녀가 이루려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범인을 잡는 것?

  아니다.


  그녀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동료 형사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게서.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말이다.


  미치광이 살인마의 쓸데없는 집착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건 공짜로 준다고 해도 사절이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따라서 읽다보면, 조금은 쉬어도 좋다고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었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가끔은 한발자국 물러서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글의 후반부에 그녀에게 나 같은 말을 해 줄 사람이 생겼다는 건, 기쁜 일이다. 사람은 가끔은 누군가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아, 그래서 지배자와 외과의사가 손을 잡은 것일까? 혼자서하는 살인보다 둘이 하는 게 더 나으니까? 외롭지 않고……. 아, 이런 놈들은 혼자 사는 게 아니 애초에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나은데 말이다.


  이번 편의 살인마는 전편만큼이나 역겨운 놈이었다. 시간(屍姦)을 즐기는 놈이라니……. 살아있을  때 배가 갈라지는 고통을 주지 않으니 전편보다 낫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죽어서도 강간을 하니 더 악독한 놈이라고 해야 할 지. 어찌되었건 미친놈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놈을 만……. 아! 여기까지. 지배자의 정체는 비밀이다.


  하여간 저런 놈이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가능성이 더위보다 더 화나게 만든다. 인간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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