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강풀의 만화 ‘이웃사람’
감독 - 김휘
출연 - 김윤진, 김새롬,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임하룡, 장영남, 도지한.
웹툰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매주 빠지지 않고 요일을 챙길 정도. 하지만 강풀씨의 만화를 영화화한 것 중에 재미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볼까말까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살을 몇 달 앞둔 조카가 자기 주민등록증 나올 날도 얼마 안 남았다고, 자기 친구들은 다 봤다고, 엄마아빠는 귀찮다 하고 누나는 바쁘다며 거절했다고, 그러니까 제발 데려가 달라고 며칠을 졸라서 결국 보기로 한 영화이다.
사실 19금이라 안된다 했더니, 옆에서 듣고 계시던 오라버니가 ‘살인범은 안 되고 악마는 되냐?’라고 하셨다. 어쩌겠는가? 중학교 때부터 미드 ‘슈퍼 내추럴’에 가끔 ‘엑스파일’을 보여준 내 죄가 크다. 결국 데리고 가게 되었다.
내용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핑 돌고, 웃음도 나오고, 긴장감에 발을 굴렀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싱크로율도 높았으며, 구성도 좋았다. 뭐 하나 아쉬운 점이 보이지 않았다. 11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짧게 느껴질 정도.
굳이 아쉬운 점을 고르자면, 왜 이 영화가 19금인지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웹툰에서 나에게는 안쓰러우면서 후덜덜했던 제일 마지막 장면이 빠져있다는 것 정도?
도대체 어떻게 된 맨션이기에, 연쇄 살인범과 조폭 출신 사채업자 그리고 살인 도주자가 동시에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도통 모르는 세상이니까. 우리 아래층에 지난주에 어떤 사람이 이사를 왔는데, 아직까지 누군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그 전에 살던 사람도 일 년에 한 번, 정화조 청소비용 걷을 때만 보았다. 요즘 세상이 다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그 점이 안타까웠다.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라도 해봤으면 범인이 더 일찍 잡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단지 이상하다고 남을 의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의심스럽다고 이웃을 염탐하고 기웃거리다가는 경찰서로 끌려가기 쉽다.
어쩌면 이건 우리가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타인에게 친절함을 베풀라고 교육시킨다. 하지만 그 타인을 동시에 경계하라고 알려줘야 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삭막한 도시의 이웃관계를 욕하면서, 정작 남에게 쉽게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남을 불신하면서도 동시에 믿어야 한다. 타인을 알려면 대화를 해보고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그 접근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인상이 선하면 내면도 그럴 것이라 믿고, 외모가 험악하면 속도 마찬가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번지는 게 아닐까? 사기꾼일수록 외모가 번지르르하고 말을 잘한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서 기적을 보여준다. 그들의 목적은 다 달랐다. 누구는 납치되었으리라 짐작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하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였다.
그들이 열심히 달려가는 장면에서, 문득 애인님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대사가 떠올랐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그렇다. 이 영화는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들이라도, 마음을 모은다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생명이라고 알려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