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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앙 마그나 감독, 밀라 요보비치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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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aces in the Crowd

  감독 - 줄리앙 마그넷

  출연 - 밀라 요보비치, 마이클 쉥크스, 줄리언 맥마흔


  애나(밀라 요보비치)는 남들이 다 인정하는 멋진 남자 친구 브라이스가 있고, 언제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쾌한 두 친구를 가진,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선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과 흥겹게 놀다가 집에 오던 그녀는 인적 없는 다리에서 누군가 살해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바로 여성들을 죽이고 다니는 연쇄살인범 ‘눈물의 잭’인 것. 범인에게 쫓기던 그녀는 습격을 받고 강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 인식 장애’ 증상을 겪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 친구와 친구들, 심지어 아버지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된 그녀. 범인은 그녀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친구 중 한명까지 그녀 앞에서 살해당한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하는 범인의 마수에서 그녀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간간히 다른 작품들이 떠올랐다. 자세한 것을 밝히면 스포일러가 될 테지만, 중간에 그녀가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은 ‘로라 마스의 눈 Eyes Of Laura Mars’이 연상되었다. 여성만 골라 죽이는 범죄는 흔하고, 나를 막아달라고 범인이 울부짖는 것 역시 어디선가 본 설정이다.


  하지만 이 영화, 중반까지는 꽤나 속도감 있고 긴박하게 펼쳐진다. 범인은 범인대로 증거를 없애고자 살인을 저지르고, 동시에 애나는 알아볼 수 없는 얼굴들 때문에 거의 매일 긴장해야 한다. 범인이 바로 옆에 왔다갔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이다.


  특히 눈을 깜박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은 섬뜩하고, 호흡 곤란이 일어날 정도로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자기 얼굴조차 매번 달리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다가 고개를 젓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은 나와 우리, 그리고 타인을 구분 짓고 살아간다. 내 편과 나의 적을 나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경계선이 무너지면, 난 혼자서 세상에 서 있는 것이다. 거의 발가벗은 무방비 상태로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영화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 그 힘을 급격히 잃는다. 그녀가 최면 요법으로 가장 중요한 힌트를 내뱉는 순간, 범인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영화를 같이 본 남자친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그 남자가 범인이면, 여자가 불쌍하다. 그렇지?”라고 속삭였다. 그래서 나도 “그러면 그 남자가 아니라, 저 남자겠지.”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내 추측이 맞았다.


  중간에 러브 라인은 음, 조금 뜬금없기는 했다. 하지만 불안한 세상에 노출된 그녀에게 유일하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으니, 몸과 마음이 가는 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에 나온, 유일한 그녀의 편을 만들어주려는 제작진의 의도도 있었다고 추측을 했다. 하지만 뭐랄까, 내 기준으로는 바람이었다고 마구 화를 내긴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단 한 번의 파워 섹스로 임신까지 이어지다니, 대단한 능력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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