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리콜 : 극장판
렌 와이즈먼 감독, 케이트 베킨세일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원제 - Total Recall

  감독 - 렌 와이즈먼

  출연 -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브라이언 크랜스턴

 

 

  으아, 실망이야. 실망이어도 너~~무 실망이야.

 

  내가 옛날 아놀드 전 주지사님이 나오는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 솔직히 포스터 보자마자 망작의 필을 느꼈다. 왜냐? 주연을 맡은 배우 때문이다.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장르가 액션인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내 뇌리에 이 배우의 액션은 별로라는 인상이 남았다. 그래서 그가 이 영화 ‘토털 리콜’의 주연이라는 기사를 접하고는 ‘아, 안 봐.’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애인님이 보고 싶다고 해서…….

 

  보면서 둘이 마구 화를 냈다. 원작을 왜 이딴 식으로 만들었냐고 말이다.

 

  왜 정부는 리콜사를 공격한 걸까? 그리고 반군은 출퇴근 열차 하나 없애고, 고위 관료 하나 죽이는 걸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진짜로? 어차피 열차는 또 만들면 되고, 관료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새로 뽑으면 그만인데 말이다. 반군의 대장이 죽어서 그런 생각을 할 인물이 없다는 걸까? 그러면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결국 반군은 자멸하고 말테니 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에 대한 답은 하나도 없었다. 떡밥을 잔뜩 뿌려놓고, 뭔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도 잘 조성하고, 시각적인 것들도 괜찮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연결과 마무리가 영 아니었다. 거기에 못사는 동네는 동양적이고, 잘 사는 곳은 서양식인 것도 별로였고.

 

  떡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영화에 대해 한 번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이 영화의 결말이 과연 그가 주입된 기억이 불안정해서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기억이 조작된 것이고 원래의 자신을 찾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건 아니건 관심도 없었다. 솔직히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스토리에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주인공은 총알을 피해 뛰어다니고 ‘왜 나한테만 그래!’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의 부인은 남편을 죽이겠다고 끝까지 따라다닌다. 임무라지만 엄청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부부로 살 때 뭔가 맺힌 것이 많았나보다. 거기다 그와 동료 여자는 여차하는 순간 나타나서 그를 구해주고 같이 뛰어다니고 총알을 피한다. 그러다가 함정에 빠진 것같이 보이다가 여차저차 도망가고, 또 총 쏘고, 그러다가 마지막 결전과 폭발이 ‘쾅!’

 

  이게 조작된 기억이라면 그냥 한바탕 신나게 날뛰는 것이고, 현실이라면 참 갑갑한 인생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을 테니까.

 

  어쩌면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보았을 때는 어린 시절, 그러니까 SF영화라는 것을 접한 게 얼마 없는 나이여서 더 재미있고 숨죽여가면서 보았을 지도 모른다. 이후 지금까지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을 보면서 많은 경험을 했기에, 이 영화의 전개가 식상하다고 느껴진 것은 아닐까?

 

  거기다가 어딘지 모르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은 것 같은 전개가 더욱 더 그런 부정적인 감상을 하게했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치열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모든 것은 우연히 그리고 쉽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장면에 뭐가 나올지 뻔했다. 주인공이 숨을 헐떡이며 총알을 피하고, ‘그녀를 보내줘!’라고 외쳐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지구 속을 관통하며 지나가는 통근 열차였다. 그건 진짜 멋졌다. 나머지는 어느 SF영화에선가 본 것 같은 그런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식상하다고 생각했을지도.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모든 것이 리콜 사에서 주입받은 조작된 기억이라면, 도대체 그들은 왜 고객의 사랑스런 부인을 천하의 죽일 썅년으로 만들었을까? 헌신적인 여자 동료를 새로 만들면서 말이다. 이건 혹시 부인 이외의 다른 이성을 만나고 싶은 일부 남자들의 은밀한 욕구를 반영한 것일까?

 

 브라우니, 물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대 100 : 요리 에드워드 권 - 초등학생 100명이 묻고 최고의 전문가가 답하다 1 대 100 시리즈 1
서지원 글, 문수민 그림, 에드워드 권 콘텐츠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부제 - 초등학생 100명이 묻고 최고의 전문가가 답하다

  저자 - 서지원

  그림 - 문수민

  컨텐츠 - 에드워드 권

 

 

  1대 100 시리즈의 하나이다.

 

  요즘 초등학생인 조카가 학교에서 요리를 배운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할머니나 엄마 또는 고모인 내가 요리를 하면 옆에서 참견하길 좋아했는데, 그건 그냥 끼어들기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요리를 배운다고 하더니, 뭔가 먹을 만한 것을 곧잘 만들어왔다. 물론 선생님이 재료 준비를 다 해주셨겠지만, 하여간 그럭저럭 보기도 예쁘고 맛도 괜찮은 걸 가져온다. 맛있다고 칭찬을 하면, 어깨를 으쓱하면서 좋아한다. 그런데 어떻게 만들었냐고 하면 까먹었다고 대답해서 문제다.

 

  하지만 그 영향인지 요즘 부쩍 누군가 부엌에서 뭔가 하면, 쪼르르 달려와서 뭔가 도와줄 거 없냐면서 자기 잘 한다고 뻐긴다. 얼마 전 김장을 담글 때는 학교에서 만들어봤다고 아는 척을 하기에 속으로 웃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요리에 관심을 가진 조카를 위해 골랐다. 아이들이 요리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요리하는 것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질문들이야 비슷할 테니 한 번 읽어보라는 마음이었다. 물론 그 전에 내가 먼저 읽어봤지만.

 

  책은 초등학생들이 질문한 100개의 문제를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1부는 ‘요리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요리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에드워드 권의 대답으로 이루어졌다. 물에 말은 밥도 요리냐는 물음에서부터 밀가루 반죽을 쉽게 하고 싶다는 질문까지 36개가 들어있다.

 

  2부는 ‘음식의 문화’로 세계 각국의 요리에 대한 물음이 쏟아졌다. 쌀국수의 냄새나는 풀이 뭐냐는 질문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젓가락 길이가 왜 다르냐는 것까지 총 35개의 궁금증이 적혀 있었다.

 

  3부는 ‘요리사의 세계’로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이나 에드워드 권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을 묻거나 셰프가 만든 것 중에 제일 괜찮은 음식이 뭐였냐고 물어본다.

 

  질문들은 귀엽고 창의적이며 다양하면서 사랑스러웠다. 거기에 그림과 실제 사진을 적절하게 섞어서,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주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 ‘에드워드 권의 Q’라고 해서 간단한 문제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 중 요리인 것을 골라보라는 질문에 냉동실에 얼려둔 홍시, 밭에서 딴 고추와 상추, 따뜻한 물에 탄 꿀 그리고 뼈다귀를 넣어 끓인 강아지 밥이 보기로 나와 있다. 누가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재기발랄한 보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에드워드 권의 요리쿵조리쿵’이라고 하여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방법이 나오거나 세상에서 가장 큰 음식처럼 호기심을 자아내는 별도 코너가 곁들어져 있다. 이외에도 책 중간에 ‘에드워드 권의 환상 요리’ 라든지 ‘셰프의 돋보기’처럼 아이들에게 해주는 경험담이나 요리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이 딸려있다.

 

 

  요리에 딱히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흥미 있게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읽다가 요리에 관심이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편식을 하는 조카에게 장아찌를 건네면서 말했다. “요리사가 되려면 여러 가지 맛을 봐야 한다고 책에서 나왔지? 자, 이거 맛 좀 볼래?” 그러자 조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나 요리사는 안 어울리는 거 같아.” 이런 변덕쟁이 같으니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유럽 신화 여행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
최순욱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저자 - 최순옥



  예전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큰조카와 그리스 로마 신화 전시회를 간 적이 있었다. 작품 밑에 적힌 설명을 읽던 조카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고모, 외국 사람들은 바람피운 게 뭐가 자랑이라고 그림까지 그렸대?” 그리고 다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고모 저게 신이야?”


  하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의 일상은 참으로 난잡하고 부도덕하긴 하다. 오죽했으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너무 좋아하는 나도 이건 아동 유해 매체가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북유럽 신화의 신들도 마찬가지다. 너무도 멋진 목걸이를 얻기 위해 난쟁이들과 동침하는 여신이 있는가 하면,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암말로 변신하여 수말과 관계를 맺는 신도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새끼 말을 출산한다! 술 먹고 주사를 부리는 신은 기본이요, 납치 강간은 옵션이다.


  하지만 신들의 사고방식을 우매한 인간이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신들의 그러한 행적을 기록한 게 바로 인간이니, 입맛에 맞게 자극적이기도 하고 흥미 유발도 하고 풍자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가감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인간의 심리를 그 오래전에 신화를 기록한 사람들은 파악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신화가 그 나라의 문화나 자연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저자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있다.


  저자는 거인 족과 신들의 싸움이 북유럽의 춥고 혹독한 겨울과 지리적인 여건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또한 신화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풍습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려준다. 예를 들면 결혼할 때 신부에게 망치를 주는 것이 토르가 여장을 하고 거인 족과 가짜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북유럽의 약탈혼에 대한 근거를 프레이르와 게르드의 결혼과 연관 짓기도 한다.


  처음에는 너무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카의 어릴 적 얘기가 떠오르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신화를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하지만, 그것을 적힌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런 설명이 곁들여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이 옳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말이다.


  셰익스피어 이후 새로운 것은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신화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후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건 북유럽 신화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 이 이름은! 이 설정은! 이 구도는!’하면서 얼마나 많은 게임과 영화와 소설과 만화가 떠올랐는지 모른다.


  저자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을 잘 해주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한국의 신화와 비슷한 내용이 있으면 비교를 해주거나, 게임이나 영화에 어떻게 북유럽 신화가 적용되고 변형되었는지 예를 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면, 북유럽의 신들이 자신의 조상에 해당하는 거인족을 죽인 것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가 아버지를 죽인 것을 비슷한 연장선상에 놓고 얘기한다. 그리고 프리그와 헤라의 비슷한 상황에 대한 다른 대처법을 보여준다. 또한 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톨킨과 바그너가 어떻게 변형시켰는지도 얘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인간은 과연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과학 기술은 확실히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예술 쪽은 아닌 것 같다. 기존에 있던 것을 변형하고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뿐이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이나 욕망 같은 것들은 신화시대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은 신이라는 지위에 있기에,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하는 게 아닐까?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내키는 대로 하는 건 아닐까? 기록하는 인간들의 그런 욕구가 그대로 드러난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화를 좋아하는 것이라 추측한다. 감추고 싶은 욕망의 대리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런데 북유럽 신화는 신들의 종말이 나온다고, 세상의 멸망을 기록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신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고, 살아남을 놈은 살아남는다. 그게 꼭 나란 법은 없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르부르의 저주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6
랜달 개릿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원제 - MURDER AND MAGIC -Lord Darcy 1

  작가 - 랜달 개릿

 

 

  이 책, ‘셰르부르의 저주’를 뭐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SF? 추리? 판타지? 대체 역사물? 딱 하나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참으로 독특한 설정을 가진 소설이다. 만약 과거에 죽었어야 할 누군가 죽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가정 하에, 지금과 많이 달라진 세계가 이 책의 배경이다.

 

  죽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역사 속의 왕은 사자왕 리차드. 그가 죽지 않았기에 동생인 존이 왕위에 올라 마그나 카르타에 서명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후 튜더 왕조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없고, 명예혁명도 없고, 빅토리아 여왕도 없고, 미국도 탄생하지 않는다. 대신 영국은 프랑스까지 합병하며 대륙에 진출하고, 20세기까지 그 위세를 떨친다.

 

  그렇게 역사가 바뀌었기에, 모든 것이 지금과 다르다. 증기 기관차는 있지만, 전기가 없어서 가스등을 켠다. 과학도 사용하지만, 마술이나 마법도 같이 발전했다. 그리고 영불제국 최대 적은 동방의 지배자인 폴란드였다.

 

  주인공인 다아시 경은 영불제국 국왕인 존 4세의 동생인 노르망디 대공 리처드 공작의 주임 수사관이다. 법정 마술사인 숀 로 오클란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한다. 이 책은 둘의 모험담을 담은 첫 번째 이야기로,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두 눈은 보았다’, ‘셰르부르의 저주’, ‘새파란 시체’, ‘상상력의 문제’ 그리고 ‘전쟁 마술’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은 물론 다아시 경의 번득이는 추리력이다. 그에 뒷받침이 되는 증거 수집은 마스터 오클란의 마술에 의존한다. 추리력만 있어도 안 되고, 마술만 한다고 모든 게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두 사람이 같이 있어야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마술이나 마법이라고 해서, ‘살라가 둘라 멘치카 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처럼 흥겨운 노래와 함께 지팡이를 흔들거나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고 외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름 과학적인 방법으로 마술을 부려,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본 것이 무엇인지 눈동자에 각인된 영상을 알아낸다거나 잘라진 천조각에 마술을 걸어 그것의 원래 모습을 복원한다. 아니면 환상 마술을 걸어 상대방의 눈을 현혹시켜 자기네 군인의 수를 부풀리기도 한다.

 

  기존의 상식으로 책을 읽으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지명, 풍습, 나라 이름, 국제 관계 등등이 지금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속의 세계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입하지 않으면, 또 다른 곳이라 생각한다면 무리 없이 책을 질길 수 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미묘하게 다르지만 독특한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다. SF 소설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는 사회, 가스등에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세계, 국가 기밀을 놓고 폴란드 첩보 조직과 숨 쉴 틈 없이 두뇌 싸움이 벌어지는 세상, 흑마술과 백마술의 팽팽한 대립이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랜달 개릿이 만들어낸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원작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신참자 新参者’

연출 - 야마무로 다이스케

출연 - 아베 히로시, 쿠로키 메이사, 무카이 오사무, 미조바타 준페이

 

 

소설을 읽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봤었다. 보면서 가가 형사가 이미지에 딱 맞는다고 ‘오오-’하고 감탄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책에서 가가 형사가 나올 때마다 그 역을 맡았던 배우가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 그가 대사를 말하고 움직이고 그랬다.

 

그래서 드라마를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신참자’ 드라마는 총 10편이다. 소설은 9개의 단편이 이어지면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데, 텔레비전 판에서는 하나가 더 늘어났다. 죽은 여인의 남편과 아들 얘기 부분에서 한 편이 더 늘어났다.

 

책이 간결체였다면 드라마는 만연체였다. 그래서 책에서 다루지 않은 인물들의 개성이 더 확실하게 드러났다. 거기다 드라마 특유의 감성, 그러니까 교훈을 줘야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마무리는 훈훈해야한다는 원칙에 얽매여서 그런지 거의 매 편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하고 ‘좀 더 잘 해 줄걸’ 하는 아쉬움을 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쑥스러운 화해의 미소가 곁들어지고.

 

사건 해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그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가가 형사는 소설 감상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정 문제 해결사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형사물을 가장한 휴먼 드라마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왜 굳이 여기자가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에서는 그냥 죽은 부인의 아들 여자 친구로 그렇게 큰 비중이 없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기자에 가가 형사의 대학 후배로 거의 여자 주인공에 해당하는 배역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그렇게 나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가 형사의 여자 친구도 아니고, 둘이 나중에 핑크빛 로맨스를 펼칠 것도 아니고, 동료로 쭉 활동을 할 것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갈릴레오’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원작에 없는 여자 경찰을 하나 등장시켜, 유가와 교수와 뭔가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려고 했다. 그게 일본 드라마의 특징인가보다. 하여간 ‘갈릴레오’ 드라마나 ‘신참자’ 드라마나 원작에 없는 인물들의 등장은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어쩌면 원작 파괴를 싫어하는 내 성향 탓일 수도 있다.

 

드라마를 보다가, 가가 형사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돌아보면, 어김없이 그가 서 있었다. 낮에도, 밤에도, 길에서도, 심지어 라면 먹으러 왔을 때도.

 

 

 

어떤 의미로는 공포로 여겨졌다. 의심받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물론 죄가 없이 하늘 아래 떳떳하다면 별로 불안해할 일이 없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뭔가 하나둘씩 비밀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름 원작의 재미를 충실히 살리고 있는 드라마였다. 그러면서 소설과 다른 향을 풍기고 있었다. 이 정도면 각색을 참으로 잘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