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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부르의 저주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1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6
랜달 개릿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원제 - MURDER AND MAGIC -Lord Darcy 1
작가 - 랜달 개릿
이 책, ‘셰르부르의 저주’를 뭐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SF? 추리? 판타지? 대체 역사물? 딱 하나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참으로 독특한 설정을 가진 소설이다. 만약 과거에 죽었어야 할 누군가 죽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가정 하에, 지금과 많이 달라진 세계가 이 책의 배경이다.
죽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역사 속의 왕은 사자왕 리차드. 그가 죽지 않았기에 동생인 존이 왕위에 올라 마그나 카르타에 서명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후 튜더 왕조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없고, 명예혁명도 없고, 빅토리아 여왕도 없고, 미국도 탄생하지 않는다. 대신 영국은 프랑스까지 합병하며 대륙에 진출하고, 20세기까지 그 위세를 떨친다.
그렇게 역사가 바뀌었기에, 모든 것이 지금과 다르다. 증기 기관차는 있지만, 전기가 없어서 가스등을 켠다. 과학도 사용하지만, 마술이나 마법도 같이 발전했다. 그리고 영불제국 최대 적은 동방의 지배자인 폴란드였다.
주인공인 다아시 경은 영불제국 국왕인 존 4세의 동생인 노르망디 대공 리처드 공작의 주임 수사관이다. 법정 마술사인 숀 로 오클란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한다. 이 책은 둘의 모험담을 담은 첫 번째 이야기로,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두 눈은 보았다’, ‘셰르부르의 저주’, ‘새파란 시체’, ‘상상력의 문제’ 그리고 ‘전쟁 마술’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은 물론 다아시 경의 번득이는 추리력이다. 그에 뒷받침이 되는 증거 수집은 마스터 오클란의 마술에 의존한다. 추리력만 있어도 안 되고, 마술만 한다고 모든 게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두 사람이 같이 있어야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마술이나 마법이라고 해서, ‘살라가 둘라 멘치카 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처럼 흥겨운 노래와 함께 지팡이를 흔들거나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고 외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름 과학적인 방법으로 마술을 부려,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본 것이 무엇인지 눈동자에 각인된 영상을 알아낸다거나 잘라진 천조각에 마술을 걸어 그것의 원래 모습을 복원한다. 아니면 환상 마술을 걸어 상대방의 눈을 현혹시켜 자기네 군인의 수를 부풀리기도 한다.
기존의 상식으로 책을 읽으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지명, 풍습, 나라 이름, 국제 관계 등등이 지금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속의 세계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입하지 않으면, 또 다른 곳이라 생각한다면 무리 없이 책을 질길 수 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미묘하게 다르지만 독특한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다. SF 소설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는 사회, 가스등에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세계, 국가 기밀을 놓고 폴란드 첩보 조직과 숨 쉴 틈 없이 두뇌 싸움이 벌어지는 세상, 흑마술과 백마술의 팽팽한 대립이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랜달 개릿이 만들어낸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