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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저자 - 김용규
제목이 참으로 낭만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외국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에서 여자애 하나가 ‘낭만적이야’라고 말하는 사진이 들어가면 적절할 분위기다. 그러나 그 사진이 없으니 넘어가자.
대개는 문학작품에서 철학을 찾는데, 이 책의 제목은 그와 반대였다. 하지만 어쩐지 카페와 문학, 그리고 철학이라는 세 단어의 조합이 어울리게 느껴졌다. 그렇다, 아주 낭만적이다. 내용은 조금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총 13개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1,2부로 나뉘어져있지만, 하나로 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들 속에서 말하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작품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철학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다른 비평서처럼 이 작품은 어떻고 시대적 의의가 이렇고 작가의 숨은 의도는 저렇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철학을 발견하여 그에 따라 작품을 재해석한다고 해야 할까?
분석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난 그것도 비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해석을 해야 비평이 가능한 게 아닐까? 아, 그러면 이 책의 저자는 해석까지만 언급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 단계는 독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 눈에는 이미 저자가 작품에 대해 비평을 하고 있다고 보였다. 해석과 비평에 대해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어린 왕자’를 예로 들어보자. 맨 위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만남’의 의미, 관계의 미학]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만남’에 대해 잘 드러나 있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작가에 대해 조금 언급하고 철학적 해석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다양한 철학자의 이론이나 일화, 또는 비슷한 내용을 들어있는 다른 작품들을 예로 든다. 소설뿐만 아니라, 명화까지 그 범위가 걸쳐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가 무슨 의도로 그 사람을 언급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왜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걸까? 어떻게 여기서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런 접근법에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문득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궁금해졌다. 저자는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썼을까? 문학 전공자 내지는 아는 것도 좀 있고 관심이 많은 사람? 아니면 철학 전공자이거나 그 쪽 방면으로 좀 많이 아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두 가지 다 관심을 갖고 있거나 나름 아는 게 많은 사람?
나만 그럴지 모르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철학 얘기를 풀어놓다보니 의미가 확실히 와 닿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조금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A 철학자 얘기하다가 갑자기 B 철학자를 언급하고, 그러다가 다시 원래 A 철학자 얘기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다가, 작가에 대해 얘기도 하고, 다른 작품 얘기도 튀어나오고.
읽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왜 갑자기 여기로 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저자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 넣었을 것이다. 아마 내가 아는 범위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저자가 주도면밀하게 자신이 이끌고자 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문단을 배치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내린 해석의 방향대로 사람들이 따라오길 바랄 테니까. 그게 사람들이 책을 쓰는 목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동의하거나 고개를 끄덕여주길 바라는 것.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려던 처음의 의도와는 빗나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사색과 공부와 독서가 필요하다는 각성을 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생각난다.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다고.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