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33일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바오징징 지음, 홍민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 失戀33天

  부제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저자 - 바오징징((鮑鯨鯨)

 

 

  과연 33일 만에 지난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표지에 적힌 부제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나 경험에 비춰 봐도 한 달은 넘게 걸리던데, 어떻게 3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실연의 상처를 극복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책을 펼쳤다.

 

  이야기는 주인공 황샤오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웨딩 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백화점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와 자신의 가장 친한 죽마고우가 다정하게 데이트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배신감과 충격에 일상이 파괴될 지경에 처한 그녀. 급기야 회사 사장의 전화에 폭언을 퍼붓는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직장에서 잘릴까봐 전전긍긍하지만, 다행히 그런 위험은 없었다. 그 와중에 평소에 게이 같다고 싫어하던 직장 동료 왕샤오졘과 한 커플의 결혼을 전담하게 되는데…….

 

  샤오셴은 씩씩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당찬 성격이다. 그렇지만 실연을 당하면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자책하고 소심해진다. 과거 친구나 애인과 갔던 장소, 나눴던 대화, 비슷한 상황이 되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이제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없다는 슬픔과 상실감, 그들이 자신에게 가한 배신감, 좀 더 잘했어야 한다는 후회로 눈물을 흘린다.

 

  그런 그녀를 받쳐준 것은 사장과 팀을 이루게 된 왕샤오졘이었다.

 

  어떨 때는 다독여주기도 하고 다그치는 사장의 마음씀씀이는 그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유를 알게 된다. 이혼 후 제대로 만나지 못한 딸. 그 애가 실연을 당했을 때 해주려던 말과 행동들이었다.

 

  “이걸 보렴, 네가 실연을 당해도 맛있는 음식이나 술이 이 세상에서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냐. 실연은 치통과 같은 거란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죽지는 않아.” -p.56.

 

  사실 실연당한 사람에게 저런 말은 금방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샤오셴도 그랬다. 마음을 추스르고, 세상을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첼로를 배우고, 전에는 관심도 없던 직장 동료들을 다시 보게 되고.

 

  게이 같다고 싫어했던 왕샤오졘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이 사실은 배려이자 유머 감각의 표현이었음을 새삼 느끼고 다시 보게 된다. 그와 친구 결혼식에 가서 전 남자친구에게 창피를 주는 장면에서는 낄낄대면서 웃기도 하고, 잘못했다고 그와는 헤어졌으니 용서해달라는 친구에게 대응하는 부분에서는 ‘오-멋있는데!’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물론 일적인 면에서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고 성장한다.

 

  예를 들면, 첼로를 배우면서 사람사이의 관계에 힘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무조건 자기 말에 따르고 베풀어달라고 요구했던 과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그녀를 보면서, 다음 사랑에서는 남을 좀 더 배려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또한 결혼을 앞둔 커플과 금혼식을 앞둔 부부와의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도 갖고 말이다.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마지막 장까지 읽고 생각했다.

 

  역시 주위에 좋은 친구들을 둬야해. 애인에게만 올인해서 다른 사람들과 연을 끊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실연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야. 그냥 자연스런 성장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이야.

 

  큰조카가 대학에 들어가더니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 때, 옆에서 힘이 되어줄 고모가 되어야겠다. 샤오셴이 33일이라는 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도움 때문이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제 - Halloween II, 1981

  감독 - 릭 로젠탈

  출연 - 제이미 리 커티스, 도날드 프레즌스, 찰스 사이퍼스

 

 

 

  1편과는 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만들어졌지만, 영화의 시간은 전편의 바로 그 날 밤이다. 병원에 입원한 로리를 죽이려고 마이클이 따라오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출생의 비밀이 드러난다. 바로 로리가 마이클의 여동생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누나를 죽인 마이클이 혹시 어린 여동생도 죽일 까봐 입양을 보냈다는 사실! 그러면 1편에서 그녀를 스토킹한 이유가 혹시 핏줄의 끌림 때문이었을까?

 

  이후 영화는 쫓는 마이클과 도망가는 로리 그리고 역시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박사와 경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서 잠깐! 왜 마이클은 여동생을 죽이려고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행히도 영화에서는 그것이 나와 있지 않다. 감독인 릭 로젠탈과 이번에는 대본을 맡은 존 카펜터가 그건 관객들보고 알아서 생각하라고 내버려둔 모양이다.

 

  또 다른 의문. 마이클은 어떻게 여동생이 있는 곳을 한 번에 알고 찾아왔을까? 여동생은 애기일 때 입양되어, 그런 오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은 정신 병원에 있었던 주제에, 단번에 알고 찾아온다. 어떻게? 내부 공범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면 공범의 정체는? 하지만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상상해본다. 저 두 가지 의문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건 절대로 인간 같지 않은 마이클 마이어스를 까기 위함도, 자세한 설명 따윈 주지 않은 존 카펜터의 불친절함을 성토하기 위함이 아니다. 솔직히 슬래셔 물에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화끈하게 죽이고, 실감나게 죽고, 열심히 도망치고, 몸서리치게 비명 지르면 되는 것이다.

 

  자, 그럼 추측을 해보자.

 

  가정 1) 마이어스 가문은 바로 외계인의 후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교감을 하고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이다. 여동생은 어릴 적에 입양되어 그런 훈련을 받지 못했기에 감이 떨어졌지만, 마이클은 병원에서 나름 쭉 훈련을 했다. 15년 동안 인간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그래서 능력이 개발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총을 맞아도 안 죽는 것이 설명된다. 그럼 왜 여동생을 죽이려던 것일까? 그것은 인간들에게 길들여진 여동생은 종족의 수치라는 판단 하에 그런 것이다. 아니면 동생을 훈련시키기 위함일 수도 있다.

 

 가정 2) 마이어스 가문은 대대로 저주받은 집안이다. 격세 유전으로 집안에서 저주받은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곤 한다. 그들은 자라면서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그런 위험한 존재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른바 지구를 망하게 하려는 대 악당! 그래서 어린 마이클은 그런 가문의 악연을 끊고자 누나를 살해했다. 그렇지만 그런 사정을 모른 사람들은 그를 욕하고 병원에 가둬버린다. 마이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 마이클은 또 다른 저주받은 아이, 여동생을 죽여서 이 세상을 구원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며 서로서로 죽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죽어도 안 죽는 건 그들 능력 중의 하나일 뿐이다.

 

  가정 3) 아, 이건 내가 생각해도 쫌 너무 막장이지만. 몇몇 일본 만화나 소설, 한국 장르 소설을 보면 이런 것이 있다. 여동생과의 러브러브는 남자의 로망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표현이다. 친여동생이건 배다른 여동생이건 피가 안 섞인 여동생이건 가리지 않는다. 마이클은 일찍부터 그런 쪽에 눈을 떴고, 여동생과의 러브러브를 꿈꿨다. 그래서 동생을 스토킹했고, 그녀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아름답게 성장한 그녀의 주위에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었다. 분노한 마이클.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라는 막장 정신으로 살인을 감행하는 것이다. 총을 맞아도 안 죽는다거나, 동생이 어디 있는지 다 아는 것은 바로 사랑의 힘! 이것이 바로 러브러브 막장 사랑의 힘인 것이다! 징하다 마이클, 굉장하다 마이클!

 

  난 뭘 본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할로윈 - [초특가판]
존 카펜터 감독, 제이미 리 커티스 외 출연 / 리스비젼 엔터테인먼트 / 200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Halloween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도널드 플레전스, 제이미 리 커티스, 낸시 키즈, P.J. 솔즈

 

 

  가면 속 누군가의 시점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할로윈 날, 엄마아빠가 나간 사이 한 소녀가 남자친구와 므흣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걸 지켜보던 누군가는 부엌 서랍을 열고 식칼을 집어 든다. 그리고 혼자 방에 있는 소녀에게 다가간다.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를 부르는 소녀. 하지만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바로 가면을 쓴 누군가가 그녀를 칼로 난자해 죽이기 때문이다. 돌아온 부모가 그 가면을 벗겨보니, 놀랍게도 그는 그녀의 여섯 살 난 남동생 마이클이었다.

 

  세월은 흘러 흘러 15년이 지난 어느 날, 정신 병원에 납치감금 격리되었던 마이클 마이어스가 탈출을 한다. 그리고 옛날에 자기가 살던 집으로 돌아와 무차별 살인을 시작한다.

 

  영화는 어린아이가 살인을 하는 충격적인 장면과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이 웅성거리를 초반을 제외하고는 한동안 조용하다. 의사가 사람들에게 마이클이 얼마나 위험한지 얘기하는데, 별로 호응이 없다. 아무래도 15년 동안 병원에서 쥐 죽은 듯이 얌전히 있던 애가 얼마나 위험할까 하는 모양이다.

 

  이후 중반은 숨어서 지켜보는 마이클과 그의 존재를 느끼는 로리 그리고 그를 뒤쫓는 담당 의사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로리는 부동산 중개인인 아버지의 부탁으로 마이클이 살던 집을 보러올 사람을 위해 열쇠를 놓아두러왔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에 띄었다.

 

  로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섬뜩할 것이다. 키가 큰, 하얀 가면을 쓴 사람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자기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들에게 “야, 저거 봐.”하면 사라져있고.

 

  무엇보다 신기한 건, 6살 때부터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던 마이클인데 차를 운전할 줄 안다. 병원에서 그런 걸 배웠을까? 하지만 의사의 말에 의하면, 그는 그곳에서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서 배웠지? 거기다 15년 전에 살던 집을 기억할 수 있나? 6살 때 나와서 한 번도 돌아가 보지 않았는데?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건, 한국의 경우인가보다. 미국은 안 그런 듯.

 

  영화는 별다른 일 없이 할로윈 전날의 로리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어서 지루할 뻔 했지만,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할로윈 주제곡과 마이클의 모습 덕분에 그러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을이 참 쓸쓸했다. 어째서 거리엔 낙엽만 뒹구는 지.

 

  후반에서 할로윈 밤이 되자,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살인을 시작한다. 불쌍한 로리의 친구들이 목표다. 로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고, 의사는 언제나 한발 늦는다.

 

  마지막 결투. 승자는 누구인가? 죽어도 죽지 않는 마이클 마이어스. 하얀 가면을 쓴 그는 영화 시간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영화 ‘나이트 메어’의 프레디는 너무 수다스러웠고,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제이슨은 가끔 둔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마이클은 아예 말을 안 하고 날렵하다. 신출귀몰하게 로리가 가는 곳마다 앞질러서 가 있거나, 잘 따라다닌다. 하다못해 신음도 안 내고, 뛸 때 숨소리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인간이 맞는 건지 의문이다. 도대체 15년 동안 병원에서 뭘 했기에! 그런 궁금증만 남긴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 김용규



  제목이 참으로 낭만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외국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에서 여자애 하나가 ‘낭만적이야’라고 말하는 사진이 들어가면 적절할 분위기다. 그러나 그 사진이 없으니 넘어가자.


  대개는 문학작품에서 철학을 찾는데, 이 책의 제목은 그와 반대였다. 하지만 어쩐지 카페와 문학, 그리고 철학이라는 세 단어의 조합이 어울리게 느껴졌다. 그렇다, 아주 낭만적이다. 내용은 조금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총 13개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1,2부로 나뉘어져있지만, 하나로 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들 속에서 말하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작품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철학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다른 비평서처럼 이 작품은 어떻고 시대적 의의가 이렇고 작가의 숨은 의도는 저렇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철학을 발견하여 그에 따라 작품을 재해석한다고 해야 할까?


  분석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난 그것도 비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해석을 해야 비평이 가능한 게 아닐까? 아, 그러면 이 책의 저자는 해석까지만 언급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 단계는 독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 눈에는 이미 저자가 작품에 대해 비평을 하고 있다고 보였다. 해석과 비평에 대해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어린 왕자’를 예로 들어보자. 맨 위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만남’의 의미, 관계의 미학]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만남’에 대해 잘 드러나 있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작가에 대해 조금 언급하고 철학적 해석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다양한 철학자의 이론이나 일화, 또는 비슷한 내용을 들어있는 다른 작품들을 예로 든다. 소설뿐만 아니라, 명화까지 그 범위가 걸쳐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가 무슨 의도로 그 사람을 언급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왜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걸까? 어떻게 여기서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런 접근법에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문득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궁금해졌다. 저자는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썼을까? 문학 전공자 내지는 아는 것도 좀 있고 관심이 많은 사람? 아니면 철학 전공자이거나 그 쪽 방면으로 좀 많이 아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두 가지 다 관심을 갖고 있거나 나름 아는 게 많은 사람?


  나만 그럴지 모르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철학 얘기를 풀어놓다보니 의미가 확실히 와 닿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조금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A 철학자 얘기하다가 갑자기 B 철학자를 언급하고, 그러다가 다시 원래 A 철학자 얘기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다가, 작가에 대해 얘기도 하고, 다른 작품 얘기도 튀어나오고.


  읽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왜 갑자기 여기로 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저자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 넣었을 것이다. 아마 내가 아는 범위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저자가 주도면밀하게 자신이 이끌고자 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문단을 배치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내린 해석의 방향대로 사람들이 따라오길 바랄 테니까. 그게 사람들이 책을 쓰는 목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동의하거나 고개를 끄덕여주길 바라는 것.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려던 처음의 의도와는 빗나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사색과 공부와 독서가 필요하다는 각성을 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생각난다.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다고.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제 - Les Diaboliques

  감독 - 앙리-조르주 클루조

  출연 - 시모네 시그노렛, 베라 클루조, 폴 무리세, 샤를 바넬

 

 

  삐에로 부알로의 '악마 같은 여자'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배경과 인물들의 설정을 바꾸었다.

 

  배경은 남자 기숙사 학교. 교장인 미셀은 병약하지만 재산이 많은 부인인 크리스티나를 무시하고, 학교 교사인 니콜과 불륜 사이이다. 그것은 학교 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상당히 권위주의적이고 폭력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그런 성격이다. 특히 한창 잘 먹고 커야할 남자애들에게 먹이는 식단이 참으로 암담하다. 도대체 애들 식비를 빼돌려서 뭘 하는지…….

 

  그가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부인 그리고 폭력적인 그가 싫은 그의 정부. 그가 자기 부인을 다루는 것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오죽하면 학생들도 그녀를 안쓰럽게 여길까.

 

  그래서 두 여자는 합심하여 그를 죽이기로 한다. 남편을 유인해서 욕조에서 익사시킨 두 여자. 그리고 시체를 학교 수영장에 버리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수영장 물을 다 빼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시체.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그가 있었다는 흔적과 그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타나는데…….

 

  부인인 크리스티나는 긴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소녀 같은 분위기와 동시에 많이 아프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셀은 아마 그녀가 돈이 많지 않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아내로 맞이함과 동시에 학교가 그에게 굴러왔으니까. 그래서 그녀가 아프다는 것을 이용해 부부 관계를 거부하고 바람을 피운다. 또한 약하고 소심한 그녀에게 겁을 주고 학대하면서 즐거워하고.

 

  그의 정부였던 니콜은 부인과 정반대의 이미지다. 짧은 금발 고수머리의 그녀는 담배도 피고, 단호하면서 행동파이다. 냉정하기도 하고, 자기가 할 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성격이다. 미셀을 죽이고 괴로워하는 크리스티나를 엄하게 다그치기도 하거 어르기도 한다. 마치 큰언니가 막내를 돌보는 느낌이다.

 

  영화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심리 스릴러 미스터리물이 된다. 발견되지 않는 남편의 시체. 설상가상으로 그가 죽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들. 덕분에 부인은 극도의 불안증과 신경증을 보이며, 병세가 악화되어만 간다.

 

  그리고 점점 더 그녀를 조여 오는 의문의 그림자와 마침내 드러나는 실체는 그야말로 마지막 반전이었다. 물론 소설을 먼저 읽은 나에게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1955년이라는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간단한 소도구를 이용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뭔가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분위기가 멋졌다.

 

  가령 수영장에 한 소년이 들어갔을 때, 갑자기 ‘뭔가 있어요!’라고 소리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거나, 열쇠를 찾으러 수영장 물을 빼는 장면. 이 때 부인의 불안감을 극도로 보여준다. 덩달아서 나도 모르게 같이 긴장하고 숨을 죽였다. 시체가 나올 것이라 추측하기에 긴장감이 극대화되지만, 막상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바닥을 보면서 허탈함이 들기도 전에 불안해진다. 도대체 시체는 어디 있는 거지? 의문이 증폭되고 말이다. 거기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남편의 물건이나 발자국 소리. 서재에서 들리는 타자기 치는 소리 등등.

 

피도 안 나오고 전기톱을 든 살인자나 미치광이 살인마도 없었지만,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아, 흑백 영화라서 피가 나와도 별로 실감이 안 났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러닝 타임이 무척이나 길어서, 보는 동안 좀 힘들었다.

 

  제목의 디아볼릭, 그러니까 악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걸 생각하니 오싹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