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Les Diaboliques

  감독 - 앙리-조르주 클루조

  출연 - 시모네 시그노렛, 베라 클루조, 폴 무리세, 샤를 바넬

 

 

  삐에로 부알로의 '악마 같은 여자'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배경과 인물들의 설정을 바꾸었다.

 

  배경은 남자 기숙사 학교. 교장인 미셀은 병약하지만 재산이 많은 부인인 크리스티나를 무시하고, 학교 교사인 니콜과 불륜 사이이다. 그것은 학교 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상당히 권위주의적이고 폭력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그런 성격이다. 특히 한창 잘 먹고 커야할 남자애들에게 먹이는 식단이 참으로 암담하다. 도대체 애들 식비를 빼돌려서 뭘 하는지…….

 

  그가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부인 그리고 폭력적인 그가 싫은 그의 정부. 그가 자기 부인을 다루는 것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오죽하면 학생들도 그녀를 안쓰럽게 여길까.

 

  그래서 두 여자는 합심하여 그를 죽이기로 한다. 남편을 유인해서 욕조에서 익사시킨 두 여자. 그리고 시체를 학교 수영장에 버리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수영장 물을 다 빼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시체.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그가 있었다는 흔적과 그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타나는데…….

 

  부인인 크리스티나는 긴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소녀 같은 분위기와 동시에 많이 아프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셀은 아마 그녀가 돈이 많지 않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아내로 맞이함과 동시에 학교가 그에게 굴러왔으니까. 그래서 그녀가 아프다는 것을 이용해 부부 관계를 거부하고 바람을 피운다. 또한 약하고 소심한 그녀에게 겁을 주고 학대하면서 즐거워하고.

 

  그의 정부였던 니콜은 부인과 정반대의 이미지다. 짧은 금발 고수머리의 그녀는 담배도 피고, 단호하면서 행동파이다. 냉정하기도 하고, 자기가 할 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성격이다. 미셀을 죽이고 괴로워하는 크리스티나를 엄하게 다그치기도 하거 어르기도 한다. 마치 큰언니가 막내를 돌보는 느낌이다.

 

  영화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심리 스릴러 미스터리물이 된다. 발견되지 않는 남편의 시체. 설상가상으로 그가 죽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들. 덕분에 부인은 극도의 불안증과 신경증을 보이며, 병세가 악화되어만 간다.

 

  그리고 점점 더 그녀를 조여 오는 의문의 그림자와 마침내 드러나는 실체는 그야말로 마지막 반전이었다. 물론 소설을 먼저 읽은 나에게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1955년이라는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간단한 소도구를 이용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뭔가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분위기가 멋졌다.

 

  가령 수영장에 한 소년이 들어갔을 때, 갑자기 ‘뭔가 있어요!’라고 소리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거나, 열쇠를 찾으러 수영장 물을 빼는 장면. 이 때 부인의 불안감을 극도로 보여준다. 덩달아서 나도 모르게 같이 긴장하고 숨을 죽였다. 시체가 나올 것이라 추측하기에 긴장감이 극대화되지만, 막상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바닥을 보면서 허탈함이 들기도 전에 불안해진다. 도대체 시체는 어디 있는 거지? 의문이 증폭되고 말이다. 거기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남편의 물건이나 발자국 소리. 서재에서 들리는 타자기 치는 소리 등등.

 

피도 안 나오고 전기톱을 든 살인자나 미치광이 살인마도 없었지만,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아, 흑백 영화라서 피가 나와도 별로 실감이 안 났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러닝 타임이 무척이나 길어서, 보는 동안 좀 힘들었다.

 

  제목의 디아볼릭, 그러니까 악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걸 생각하니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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