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주받은 도시
존 카펜터 감독, 크리스토퍼 리브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Village Of The Damned, 1995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크리스토퍼 리브, 커스티 앨리, 린다 코즐로브스키, 마이클 페어
1960년에 만들어진, 울프 릴라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존 카펜터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존 카펜터 감독은 영화 ‘괴물 the thing'이라든지 영화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등을 만든 사람이다. 이 두 영화는 진짜, 대박 멋지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의 감상문이 없는데, 조만간 날 잡아서 다시 보고 적어야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다.
평화롭던 미드위치에서 마을 축제가 열리는 날, 사람들이 일제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마을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에 들어서면 무조건 다 잠이 든다. 이상함을 알아차린 정부에서 마을을 통제하며 원인을 알아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얼마 뒤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다. 갑자기 열 명의 여자들이 단체로 아기를 가진 것이다. 남편이 외국에 나가있거나 아직 미성년인 소녀까지. 엄청난 격론 끝에, 여자들은 출산을 결심한다. 정부의 책임 관리와 물질적 보상을 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같은 날, 아홉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불행히도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렸다. 아이들은 은발을 가진, 무척이나 똑똑하고 자기들끼리 결집력이 강한 아이들로 자라난다. 그들의 능력은 엄청났다. 마인드 컨트롤은 물론이고, 남의 생각 엿보기, 염동력 등등. 남자 여자 짝을 지어 나란히 줄을 맞춰 동네를 활보하는 아이들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꼬맹이 주제에 남녀 커플로 염장을 지르고 다녀서 싫어한 것일지도……. 짝이 없어 혼자 다니는 남자애의 뒷모습은 어쩐지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안쓰러워보였다.
자기들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어른들을 하나씩 죽여 나가는 무서운 꼬맹이들. 결국 공포에 질린 어른들은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만…….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어갔지만, 늘어난 상영시간답게 이것저것 첨가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심리적 불안감, 그리고 정부 요원의 역할이 덧붙여졌다. 특히 임산부들의 악몽과 갈등이 자세하게 나왔다. 불안하지만 아가에 대한 사랑. 그와 반대로 아빠들이 느끼는, 자기 아이가 아닌 존재에 대한 혐오와 불안감.
또한 전편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심리전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정부와 시민들과의 갈등이 곁들여졌다. 그러면서 스케일이 더 커졌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교수가 아이들을 관리하고 관찰 대상으로 보았다면, 여기서는 정부에서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들은 엄청난 비밀을 오랫동안 숨겨오고 있었다. 그리고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자기들만 살 궁리를 하고 말이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관찰하고 실험할 대상으로 보는 정부. 아이들과 돈을 맞바꾼 어른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기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무서운 아이들. 이렇게 삼파전이 벌어졌다.
어떻게 보면, 아동 학대 영화였다. 낙태를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돈이나 과학적 욕심 때문에 무작정 애를 낳다니. 거기에 애들이 좀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꺼려하고 무서워하고 더 나아가 죽이려고 하고. 아이들이 더욱 더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칠 만 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마치 섹스는 좋지만 육아는 자신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은발에 가끔 눈이 초록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 아홉이 길을 걷는다면, 아마 나도 무서워서 피할지도 모른다. 아, 나도 별수 없는 차별주의자인 걸까?
특이한 점을 꼽자면, 짝이 없는 소년의 방황하는 심리를 다루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약간이나마 느끼고, 조금은 공감하며, 단체에서 일탈행동을 하기도 한다. 같이 있기로 되어있던 소녀의 부재가 그의 정신적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추측만 할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꼽자면 아이들이 애기일 때는 무척이나 귀여웠는데, 크면서 조금 실망스럽게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주인공 의사의 딸이 리더인데, 아기일 때는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무척이나 귀여웠다. 자기에게 너무 뜨거운 먹을거리를 준 엄마에게 벌을 주고 씩 웃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그런데 조금 크니 볼이 통통한 것이 잡아당겨주고 싶을 정도였고, 덕분에 장난스런 이미지가 되었다. 마치 생글생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어른들에게 ‘trick or treat!'를 외치는 분위기였다. 원작에서는 차가운 도시 소년이어서, 쌩쌩 찬바람이 불고 무표정하니 무서웠는데!
감독의 성향답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 어른들은 잔혹하게 죽어나갔다. 특히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격돌 장면은 화려하면서 잔인했다. 역시 호러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다웠다.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 겨뤄보자는 소녀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른 생물을 죽여야 자기들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인간도 다른 생물을 죽여서 식량으로 삼으니 뭐. 언젠가 어떤 종족이 나타나서, 인간을 장난삼아 사냥한다거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는다거나 식량으로 삼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 영화의 주인공을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 역학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맡았다. 그의 쌩쌩하고 건장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