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Village Of The Damned

  원작 - 존 윈드햄의 소설 ‘미드위치 쿠쿠(1957)’

  감독 - 울프 릴라

  출연 - 리처드 버논, 조지 샌더스, 로렌스 네이스미스, 마이클 그윈

 

 

 

  영화 시작과 동시에  MGM 영화사의 사자가 두 번 울었다. 좋은 영화라는 의미이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미드위치. 어느 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아니 마을에 있는 모든 동물이 동시에 잠이 들어버리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수도를 틀어놓고, 다림질을 하다가, 전화를 하다가, 버스를 몰다가 모두 일제히 움직임을 멈춘다. 마을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괜찮은데, 범위 안으로 들어가면 그냥 맥없이 잠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자 모두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 했다.

 

  그렇지만 그 날 이후, 마을 여자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임신을 할 능력이 되는 여자들이 거의 다 아기를 가진 것이다. 17살밖에 안된 소녀에서부터 남편이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사람의 부인까지. 그리고 그들은 같은 날,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을 낳는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의식을 공유하며, 다른 애들보다 빨리 자라고, 지능이 월등히 높으며, 심지어 초능력까지 발휘한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졌다고 좋아했었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커갈수록 무서워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자, 급기야는 그들을 죽이자고 공모까지 한다. 물론 실패한다. 그렇게 위태로운 생활이 이어지던 중, 아이들은 마을을 떠나겠다고 선언을 하는데…….

 

  흑백영화였지만, 아가들 눈이 빛나면서 색이 바뀌는 장면은 오싹하다. 아직 말도 채 떼지 못한 아이들이 눈빛만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다니! 자기들에게 해를 끼친 어른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장면은 그야말로 섬뜩 그 자체였다. 그냥 눈 색깔만 바뀌는 단순한 장면만으로, 피가 튀기지 않고 그야말로 귀여운 아이들이 단지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장면만으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리더격인 데이빗의 엄마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장갑을 입에 문 채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사랑으로 낳고 길렀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아들이 있다는 좌절감, 공포, 안타까움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두려워하는 엄마의 죄책감 등등이 보였다.

 

  반면에 데이빗의 아버지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인 교수 역시 처음에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려는 마음이었다. 임신 소식에 기뻐했던 그였지만, 마을 여자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면서 태도가 바뀐다. 그에게 데이빗은 아들이 아니라 관찰하는 실험 대상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실험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모르모토는 대개 폐기처분하니까.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통제가 되지 않는,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고, 그들의 행동을 막을 수도 없는,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엄청난 존재. 그런 대상을 만나면 인간은 호기심을 갖고 다가간다. 한 번 다뤄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이해 능력을 벗어나면 두려워하며 배척하거나 경외한다.

 

  이 영화에서는 두려워하고 배척했다.

 

  그 아이들이 어디서 왜 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누가 모르모토인지도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인지 아니면 다른 마을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각자 서로를 실험 대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말이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무서워하고 거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차별이 생기고, 미움이 싹트고 오해가 빚어지고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게 아닐까.

 

  이 작품의 획일적인 아이들은 공산주의를 상징한다는데 글쎄? 나에겐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무서워하는 인간과 남들보다 우월하기에 자만심에 빠진 인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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