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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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三毛猫-ムズの騎士道, 1986

  작가 아카가와 지로

 

 

 

 

  수사 1과의 비공식 홈즈’ 팀인 가타야마’, ‘하루미’, ‘이시즈’ 그리고 홈즈’, 세 사람과 한 마리의 고양이에게 임무가 내려졌다이번에는 재벌 일가를 호위하여 독일에 갔다 오는 것이다회장인 나가야’,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아리에’,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신야’, 나가야의 사생아인 케이코,’ 그리고 비서 키타무라와 함께 일행은 독일로 향한다그곳에서 직원인 아사카의 안내로그들은 나가야의 동생인 히데야가 머무르고 있는 오래된 성으로 향한다. 3년 전결혼을 앞두고 성을 구경하다 약혼녀인 토모미를 잃은 히데야는 이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그는 가타야마에게 토모미는 살해당했고 범인은 일행 중에 있다고 확신에 차 말한다그런데 다음 날 히데야는 실종되고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이제는 수사1과장도 알아차릴 때가 되었을 때다피를 보면 기절하고 여자를 보면 말도 못 하는 가타야마를 배려해서 별로 위험하지 않아 보이는 사건에 배정하면꼭 피 튀기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는 걸 말이다이번에도 역시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은 경호 임무 겸 여행을 보냈건만어찌 된 일이지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 나간다그것도 독일의 오래된 성에서거기에 있는 여러 가지 무기들에 의해서배려가 지나쳐서 오히려 독이 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번 이야기는 오래된 성이라는 독특한 배경 때문에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전에는 현대적 문물을 이용한 수법이 많았다전화라든지 카메라 등등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다가 비밀 통로라든지 활 같은 물품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그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고전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하루미는 이번에도 겁도 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힌트를 모으고 위험에 빠지고누구에게나 자상한 가타야마는 이번에도 친절하게 행동하다 죽을 뻔하고이시즈는 하루미 일에만 한정으로 힘을 발휘한다하지만 홈즈의 활약이 줄어들어서 좀 아쉬운 기분이었다설마 그만큼 가타야마의 형사적 능력이 점점 늘어난다는 걸까사실 이야기 초반에 이런 문장이 들어있기는 했다. ‘가타야마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진기하게 혼자 힘으로 해결하고 범인을 체포했다.’ 흐음그런 게 아니길 빌어보겠다.

 

  책에서 제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나가야 회장이었다비서와의 사이에서 케이코를 얻고는 조카로 입양을 시켰다그런데 그러면 조카로 잘 자라도록 해야 할 텐데다른 가족에게 그녀가 자신의 사생아라는 걸 다 알린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그 때문에 나가야의 부인인 아리에와 아들인 신야에게 그녀는 온갖 시기와 질투괴롭힘과 무시를 당한다그렇다고 그가 케이코를 가족처럼 대한 것도 아니었다왜 굳이 케이코의 삶에 그가 개입했는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래놓고 위험에 처하자그녀에게 가족의 정 운운하는 데 와……하긴 그런 사람이 가장인 가정이니까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사람들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바닥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겠지만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으니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기로 하겠다.

 

  다음에는 하루미가 덜 위험한 행동을 하고이시즈가 조금은 더 영리하게 행동하며홈즈가 이번보다는 많은 활약을 하길 바라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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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Halloween, 2018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제이미 리 커티스주디 그리어윌 패튼닉 캐슬

 

 

 

  거의 40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남자가 있다그의 이름은 마이클 마이어스’. 6살에 첫 살인을 하고, 21살이 되던 해에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죽인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마이클은병원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 도중 경비원을 죽이고 탈출한다그리고 그는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인 살인을 벌이기 시작하는데……한편 40년 전마이클의 손에서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 로리 스트로드’. 그동안 그녀는 그날 밤의 악몽과 싸우며마이클을 직접 죽일 기회를 노리며 살아왔다덕분에 딸 캐런과 손녀인 앨리슨과 소원해진 상태였다그러던 중마이클이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로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데…….

 

  지금까지 만들어진 속편들은 꽤 많았지만, ‘할로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아까울 정도로 망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오죽하면 인간적으로 이제 제발 마이클 마이어스 좀 죽게 해줘라!’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그러던 중원작자이자 1편의 감독 존 카펜터가 그동안 나왔던 후속작들을 없던 거로 치고 새로운 후속작을 만들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그가 직접 감독을 맡지 않아 아쉬웠지만아무래도 현대적인 감각을 주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40년 만에 만들어진 후속작이라고 봐도 좋고전편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멋진 영화가 만들어졌다.

 

  아정말 감동이었다예전에 좋아했던 작품들의 리메이크나 리부트가 나올 때마다 실망스러웠던 적이 많았다그러나 이번 영화는 감동적이었고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장면도 많았고고어씬도 적절하게 들어가 있었고마이클을 제외한 인물들의 심리도 좋았다마이클 마이어스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게 그의 매력이자 개성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몇몇 장면들은 1편을 연상시키려는 거였는지 아니면 1편에 대한 오마쥬인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그런 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피해자에 대한 시선 처리였다영화에서 마이클이 다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계기를 준 사람들의 살해장면은 잔혹했다보면서도 ………….’하면서 놀랄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했다그런데 그렇지 않은 피해자들예를 들어 할로윈이라 사탕을 주기 위해 문을 닫지 않았다거나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희생자들에 대한 살해장면은 소리와 그림자그리고 다른 소품들의 움직임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이미 앞에서 잔혹하게 죽어 나가는 장면들을 보여줬기에소리나 그림자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굳이 잔인하게 희생자를 죽이는 장면을 오랫동안 보여주거나 클로즈업하지 않아도범인의 광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40년 넘게 그 날의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던 로리와 그런 엄마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딸 캐런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어색함을 느끼며 자란 손녀 앨리슨삼대가 펼치는 복수와 과정도 감동적이면서 멋졌다특히 각자의 딸을 위해 총을 든 두 엄마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엄마인 로리는 딸 캐런을 지키기 위해딸이자 엄마인 캐런은 역시 딸 앨리슨을 위해공포영화에서 비명과 함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죽어 나간 지금까지의 스크림 퀸들이 저승에서 환호성을 지를 것 같은 장면들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다음 편도 기대해보겠지만어쩐지 나오면 예전처럼 망작이 될 것 같아 안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하여간 이 작품은 좋았다제이미 리 커티스가 너무 멋졌다.

 

  그리고 마이클 마이어스는 나이 계산을 해보니까 올해로 환갑인데체력짱짱맨이다막 젊은 남자들을 번쩍번쩍 들고계단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숨이 차지도 않고무거운 뭔가를 힘으로 밀어 움직이고나도 열심히 운동해서 환갑이 되었을 때그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되는 체력을 갖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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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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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ぼぎわんが,, 2018

  작가 사와무라 이치

 

 

 

  어릴 적외가에 놀러 갔던 히데키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한 여자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름을 부르며 찾아온 것이다처음에는 이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히데키는 곧이어 그 사람이 예전에 죽은 외삼촌을 찾자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할아버지가 소리치는 바람에 그냥 가버리긴 했지만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어느덧 성인이 된 그는 가나라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게 되었다그런데 회사로 누군가 그를 찾아온다. ‘치사의 일로 그를 만나고 싶다는 용건이었다동료가 건넨 말을 들은 히데키는 오싹함을 느낀다치사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첫 아이의 이름이었다그리고 그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히데키의 입장에서 서술된 방문자이고, 2장은 가나의 시점에서 1장 이후에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그리고 3장 제삼자는 1장부터 사건에 관여하고 있던 컬트 작가 노자키가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준다.

 

  1장과 2장을 읽으면서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에서 히데키는 누구보다 자상한 남편이었고 육아에 노력하는 아빠였다하지만 2장에서의 그는 전혀 달랐다왜 영능력자인 마코토가 히데키를 보자마자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처음 마코토의 대사를 읽고 이게 무슨 소린지 의아했는데나중에 보니 그럴만했다배려심이 부족하고 내가 좋으면 남에게도 당연히 좋은 것이라 여기는 사람의 얼마나 주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었다그리고 결혼은 다른 두 인격체의 만남이라는 걸 잊고부부는 당연히 일심동체라 여기는 사람이 얼마나 상대의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게다가 이런 것도 하는 나의 모습에 도취하여 남에게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도 잘 드러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보기왕은 서양의 부기맨이 변형되어 전해진 존재라고 한다어떻게 보면 흡혈귀의 성격도 갖고 있으며학습 능력이 있어서 더 교묘하고 발전된 수법을 사용한다그 부분에서 문득 우리의 불고기와 김치를 자기네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주장이 떠올랐다설마 이 사람들흡혈귀와 부기맨도 일본에서 왔다고 우기려는 걸까물론 책에서는 서양에서 부기맨 전설이 전해졌다고 나왔지만…….

 

  하여간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보기왕은 가족 사이에 빈틈이 있을 때 비집고 들어온다고 한다그리고 아이들을 산으로 데리고 간다고 한다보기왕이라는 존재가 생기게 된 이야기를 읽으면서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의도했건 아니건인간은 자기들이 감당하지 못할 존재를 만들어놓고 결국 그것에 잡아먹힌 것이다가정의 붕괴가 가져온 결과는 무시무시했다이 책의 주인공인 히데키 집안 같은 경우에는 대를 이어 보기왕에게 쫓겨야 했다요즘 뉴스를 보면가정 붕괴에 관한 기사가 넘칠 정도로 많이 쏟아져나온다부모에게 맞아 죽은 어린아이들이라든지남편의 폭력으로 희생된 부인친부에게 강간당한 어린 딸들 등등만약 한국에도 보기왕같은 존재가 있다면무척이나 신나서 다닐 것 같다눈만 돌리면 먹잇감이 즐비할 테니 말이다뷔페아니 무한리필 집에 온 기분일까?

 

  책은 아이를 갖고 싶었던 사람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을 등장시켜부부와 자녀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그런 부분은 참 마음에 들었다오싹함과 동시에 생각할 여지를 주다니하지만 3장 결말 부분에 가서는 음액션 활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그 전까지는 조금씩 스멀스멀 뭔가 기어오면서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였는데갑자기 에네르기 파가 난무하는 그런 느낌?

 

  그나저나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339페이지에 그 애는 제 힘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한 나머지 저와 똑같든지그 이상의 힘을 얻으려고 한 모양이에요. -중간 생략-도코토에게 존경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부분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지긋지긋한 데 왜 그 이상의 힘을 얻으려고 한 거지존경심을 갖고 있는데 왜 지긋지긋하게 생각한 거지모르겠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빨리 출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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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 아웃케이스 없음
뤽 베송 감독, 카라 델러베인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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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감독 - 뤽 베송

  출연 - 데인 드한, 카라 델러비인, 리한나, 클리브 오웬






  지구인은 ‘알파’라는 우주 정거장을 쏘아 올렸다. 알파는 세계 각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행성의 외계인들까지 방문하는 교류의 장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8세기, 알파는 수천 개의 행성 대표들이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공생하는 거대한 우주 기지,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무게 때문에 지구에 위협이 되어 다른 자리로 옮겨야 했지만, 여전히 지구와 연락을 하며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알파의 중심부에 위험한 물질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전 우주 회의를 열던 중, 정체불명의 외계종족이 침입해 사령관을 납치해간다.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은 사령관을 구하기 위해 뒤를 쫓는다. 그들은 이번 사건이 30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뮐’행성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리는데…….



  영화감독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는 영상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사람도 있고,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 영화를 만든 뤽 베송 감독은 아마도 화려한 영상을 만드는 부류에 들어갈 것이다. 그의 전작인 ‘제 5원소 The Fifth Element, Le Cinquième élément, 1997’이라든지 ‘루시 Lucy, 2014’ 또는 ‘아더와 미니모이 Arthur and the Minimoys, 2016’는 내용은 몰라도 영상은 멋졌으니 말이다. 이 작품 ‘발레리안 : 천 개의 행성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은 그런 그의 전작들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 오프닝부터 끝날 때까지, 영상은 진짜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색과 정보가 마치 쏟아져 내리듯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오프닝에 데이빗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가 흐르면서, 우주 정거장이 처음 만들어지고 세계 각국의 우주선들이 도착하며 외계 종족들까지 만나는데 감동적이었다. 악수라는 행위의 기원은, 숨긴 무기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악수가 뭔지 모르는 외계 종족들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어쩐지 좀 뭉클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코믹북인 ‘발레리안과 로렐라인 Valérian and Laurelin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67년부터 연재가 되었다니, 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려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구성이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었다. 중심이 되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그걸 해결하려는 두 주인공의 행보가 마치 자꾸만 곁가지로 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미국 애니메이션 ‘가제트’를 보는 기분이었다. 거기서 보면 사건 해결은 다른 사람이 다 하고, 가제트는 자꾸 샛길로 빠지지만 결국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구성? 상영 시간이 거의 두 시간 이십 분에 가까웠는데, 중간에 에피소드 한두 개를 생략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 그러면 ‘리한나’의 멋진 폴댄스를 볼 수가 없으려나?



  작품을 보기 전에는 왜 하필 주인공이 ‘데인 드한’인지 의아했다. 나에게 그는 선천적 환자인데, 과연 그런 그가 우주를 넘나들며 외계인은 물론 로봇내지는 인간과 맞서 싸우는 군인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이해가 갔다. 이 작품은 거의 하루 만에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된다. 그는 진짜 쉴 틈 없이 우주로, 알파 내부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추락하고 달린다. 어떻게 보면 과로사하기 딱 좋은 업무 환경이었다. 일만 마치고 나면,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음, 그래서 그에게 주 인공을 맡긴 걸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발레리안은 바람기가 많은 캐릭터인데,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복고를 좋아한다지만, 28세기에 과연 1970년대 디스코 음악을 즐기는 게 가능할까? 지금으로 따지면, 클럽에 가서 14세기 노래를 듣는 거잖아……. 14세기면 고려 시대 말이나 르네상스 시대인가? 으음, 내 기준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주인공의 바람둥이 역할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고, 담긴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만 빼면 괜찮은 영화였다. 아, 영상적인 면에서는 그냥 괜찮은 게 아니라 너무너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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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운동회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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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運動會, 1986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이번 책은 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운동회』는 경시청 운동회가 배경이다. 경기 도중, 한 젊은 경찰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우연히 그가 상사의 부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걸 알게 된 하루미와 가타야마는 고민에 빠진다. 심증 상으로는 상사가 범인이지만, 그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호송차에서 탈출한 범죄자가 자신을 체포한 형사를 노리고 숨어드는데…….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다리를 겨눴는데 다리를 맞췄다고 좋아하는 이시즈였다. 평소에는 다리를 겨누면 어깨를 맞췄다나? 어떻게 경찰이 되었는지, 그런 실력으로 어떻게 안 잘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역시 공무원은 철밥통!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특종』은 ‘미스 경시청 콘테스트’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피를 보면 기절하는 체질 때문에 사건 현장에 나갈 수 없는 가타야마가 어쩔 수 없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 희생자는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준 ‘구리하라’를 동경하여 경찰이 된 ‘리쓰코’였다. 그런데 언론에서 엉뚱하게 두 사람을 불륜으로 오해하여 기사를 내는 바람에, 경찰서가 발칵 뒤집힌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언론의 삽질은 만국공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구리하라가 가타야마의 사표를 아직까지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긴, 가타야마와 홈즈 콤비는 경찰에서 놓치기 아까운 팀이긴 하다. 그나저나 사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구리하라의 대답에 어쩐지 총리의 대국민 담화 같다는 생각을 하는 가타야마를 보니, 포기하는 게 편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바캉스』는 해변 호텔이 배경이다. 저명한 의사인 ‘히라오’는 비서인 ‘가쓰코’와 결혼하기 위해, 부인 ‘사나에’를 함정에 빠트렸다. 안면이 있는 젊은 남자 ‘코이치’를 고용해 부인과 불륜 관계를 맺게 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 네 사람이 해변 호텔에서 다시 마주친다. 네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가타야마에게 고백한다. 휴가를 즐기러 온 가타야마는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설정은 좋았는데, 어쩐지 긴박감이 부족했다. 이번 이야기에서 제일 인상적인 인물을 고르자면, 통로 청소 담당 아르바이트생이다. 그의 무심함은 진짜 세계 제일인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런지 이유를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패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온천 여행』은 소매치기하는 소년에게 총을 쏜 형사와 그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소년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신혼여행으로 한적한 온천 여관으로 온 형사 부부와 거기까지 그들을 따라온 소년의 어머니. 그리고 그 날 밤, 여관에 화재가 발생한다. 우연히 온천으로 놀러온 가타야마와 하루미 그리고 홈즈와 이시즈는 사건에 또 휘말리는데…….



  소년의 어머니가 하는 행동이 어떻게 보면 이해도 되고, 또 달리 보면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전람회』는 자극적인 소재를 그려 인기를 끄는 화가가 등장한다. 그의 그림은 진짜 사건 현장이라고 할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 그런데 한 모델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가타야마가 화가의 그림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델이었다. 경찰은 화가가 실제로 모델을 죽이거나 폭행하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을 농락하는 놈들 다 죽었으면…….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생일 파티』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간 하루미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한 친구가 죽어있었는데…….



  뭔가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면서 사건 자체로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조금 더 길게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자체로도 좋다는 생각도 들고. 하루미의 인맥, 이래도 괜찮은가 걱정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이 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홈즈’의 사건을 꿰뚫는 뛰어난 통찰력과 ‘가타야마’의 어수룩하지만 번뜩이는 추리, ‘하루미’의 리더십과 모험심 그리고 ‘이시즈’의 멍청함이 너무 잘 드러나 있어서, 읽으면서 놀라웠다. 하루미가 내 친구라면, 이시즈와의 결혼을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얘기할 것 같다. 착하고 성실하고 하루미만 바라보면서 분명 공주 대접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줄 것 같지만, 너무 멍청해서……. 가타야마도 가타야마지만, 하루미도 걱정되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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