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Major Crimes: Season 4 (메이저 크라임)(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Warner Home Video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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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jor Crimes, 2015

  제작 - 제임스 더프, 데이빗 맥휘터

  출연 - 매리 맥도넬, G.W. 베일리, 안소니 존 데니슨. 마이클 폴 챈, 레이몬드 크루즈, 키어런 지오반니, 그레이엄 패트릭 마틴





  주요 범죄 수사국에 ‘섀런’이 부임한 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4시즌이니 4년이라고 봐도 되려나? 사건들은 다양하게 일어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간혹 팀원들의 갈등이 생길지라도, 나중에는 더욱 더 끈끈한 정이 쌓여갔다. 그리고 ‘러스티’는 여전히 경호를 받아야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착실하게 성장했다.



  이번 시즌에서 러스티는 지난 시즌에서 신원미상으로 처리된 ‘앨리스’에 대한 정체를 밝히는데 열중한다. 왜 그는 그 사건에 그렇게 매달리는 걸까? 앨리스나 러스티나 똑같이 거리에서 살아가던 신세다. 하지만 러스티는 섀런의 양자가 되어 대학까지 다니게 된 반면에, 앨리스는 남의 집에서 일하다가 살해당했다. 그는 그런 사실에 대해 미묘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부모 말고도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것의 증거가 자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거리에서 사는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고, 그리고 거리에서 산다는 것이 꼭 범죄의 면죄부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점이 분명히 드러난 것은, 앨리스 살해범의 재판에서였다.



  위에서 사건이 다양하게 일어났다고 썼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소재는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가정 폭력, 친족 간 성추행, 납치와 실종 같은 사건을 통해 혈연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번 시즌 후반부에 무려 4편이나 이어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가족 사이의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전과가 있는 범죄자가 개과천선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소재도 다루고 있지만, 그 바탕에도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가 깔려있었다.



  드라마는 일어날법한 여러 사건을 보여주면서, 지난 시즌에 이어 계속해서 질문하고 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혈연으로만 묶인 것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 그리고 사랑과 배려로 연결돼야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래 전에 죽은 아내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훌리오'와 새로운 연인과 시작하는 '프로벤자'의 모습이 어쩐지 대비되면서, 인간이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단 한 사람을 못 잊어서 혼자 지내고, 또 누군가는 만남과 헤어짐을 쉽게 반복하고. 그래서 인간은 재미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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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나라의 발레리나 국민서관 그림동화 168
이누카이 유미에 글, 마루야마 아야코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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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おかしのくにのバレリ-ナ, 2013

   작가 - 이누카이 유미에

   그림 - 마루야마 아야코

 

 

 


 

  역시 친구 딸의 어린이날 선물을 위해 고른 책이다. 유치원생인 꼬마 아가씨인데 예쁜 것과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어머 이건 사야해!’라는 느낌이 팍 와 닿았다.

 

 

  아!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할 점이 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책장을 넘기면, ‘귀여워!’라면서 심쿵사를 당할지도 모른다. (심쿵사 - 너무 귀여워서 보는 순간 심장이 쿵하고 멈춰 죽는 것을 뜻함)



 

  팡팡 쳐주고 싶은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통통하고 짧은 팔다리, 복숭아 같아서 깨물어보고 싶은 발그레한 오동통한 두 볼까지! 아, 두 볼은 깨물어보고도 싶지만 쭈욱 늘려보고 싶기도 하다. 적고 나니 어쩐지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내용은 별 거 없다. 어린 소녀가 발레 공연을 너무도 재미있게 보고 와서, 꿈에서 거기에 나왔던 인물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너무도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짧은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발레를 추는 장면은 으아……. 이 작품이 동화책이어서 다행이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었으면, 심쿵사하는 사람 많이 나왔을 것이다. 이 책은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말아야한다. 삽화를 맡은 사람은 완전 심장 폭행범이다. 신고해야한다.



 

  주인공인 소녀가 부모님과 함께 본 발레는 제목에서부터 짐작이 가지만, ‘호두까지 인형’이었다. 연말만 되면 특히 공연을 주로 하는 발레극이다. 아마 극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브라는 점도 있고, 극 중에서 과자나라에 펼쳐지는 파티 장면 때문이 아닐까 한다. 흥겨운 노래를 배경으로 다양한 나라의 춤이 이어지는데, 나도 그 부분이 제일 좋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 소녀도 그런 점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호두까지 인형이 아니라, 과자나라의 발레리나가 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설마 춤을 추면서 주위의 과자들을 먹지는 않았겠지……. 나 같으면 당이 떨어졌다고 먹었을 것 같다. 다행히 작가는 나와 달리 동심 파괴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역시 동화 작가는 달라.

 

 

  읽으면서 계속 미소가 입에 걸렸던 책이다. 친구 딸도 좋아하면 좋겠다. 싫어하면 내가 가져야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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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Cooties (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 Digital) (쿠티스)
Lions Gate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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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ooties, 2014

   감독 - 조나단 밀롯, 캐리 머니온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알리슨 필, 레인 윌슨, 아르마니 잭슨







  ‘클린트’는 임시 교사로 초등학교에 부임한다. 그곳에서 뜻밖에 첫사랑 ‘루시’를 만나지만, 그녀는 이미 학교의 다른 선생과 연애 중. 그런데 한 학생이 갑자기 다른 학생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그냥 사소한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좀비가 되어 어른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장에는 좀비가 된 아이들로 가득했고, 교사들은 학교 건물을 봉쇄하는데…….



  조지 로메로가 처음으로 좀비가 나오는 작품을 내놓은 이후, 좀비 영화는 다양한 변종과 혼종을 만들어냈다. 좀비가 되는 대상도 인간을 비롯해서 소, 개, 양 심지어 모기까지 다양했고, 좀비가 되는 원인도 정부나 제약회사의 음모라든지 외계 물질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좀비 영화라는 게, 무시무시한 좀비의 공격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또 통쾌하게 좀비들을 죽여 나가는지 구경하는 재미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비를 통쾌하게 죽여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좀비가 되는 원인은, 바로 병들어 죽은 닭을 이용한 치킨 너겟이었다. 모든 것이 기계화가 되어 있어서인지 아니면 관리 소홀인지 구더기가 들끓는 닭고기를 갈아서 만든 너겟이 초등학교 급식으로 제공되고, 그걸 먹은 아이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교사는 물론이고, 하교 시간에 맞춰 그들을 데리러 온 부모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어른들은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을 죽여야 한다. 이 영화에서 좀비가 되는 것은 일정 나이대의 어린 아이들뿐이다. 어른들은 공격당해 죽을 뿐, 좀비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른들에게는 선택지가 두 가지 뿐이다. 아이들을 죽이고 살아남거나 아니면 그냥 죽거나. 하여간 이 영화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죽이는 장면은 상당히 과격하다. 지금까지 좀비를 다양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오오! 나이스!’했지만, 방법은 똑같지만 대상이 아이들이 되자 ‘나이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순히 아이들을 죽인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영화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은근히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좀비가 되어 어른들을 공격하고 있는데, 다른 교사들은 자기들끼리 노느라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떤 이는 보고도 모른척하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은 너무도 영악하고 교활해서, 새로 온 임시 교사를 말로 갖고 놀기도 한다. 거기다 어떤 교사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죽은 학생의 몸을 해부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또 어떤 사람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또 반면에 교사라는 직업을 하찮게 보는 사람에 대한 얘기도 등장한다. 영화는 이것저것 다양한 사회 문제를 건드리고 있었다. 물론 그런 문제 제기는 아이들을 죽이는 장면 때문에 다 잊히지만 말이다.



  몇몇 장면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어떻게 저런 분장과 연기를 시켰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잔혹하기도 했다. 또 어떤 장면은 웃기거나 어이없어서 ‘헐…….’하는 감탄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음, 역시 마음이 불편한 영화였다.



  그런데 왜 동양인이 등장하면 반드시 무술을 해야 하는 걸까? 너무 식상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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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3 - 해섬마을의 불놀이야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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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해섬마을의 불놀이야

  작가 - 김재희




  이상과 구보가 함께 해결한 사건 세 번째 묶음집이다. 모두 일곱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었고, 이번에도 무척이나 위험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통영 해저터널에서 사라지다은 갑자기 사라진 화가에 관한 이야기다. 위작 파문이 있던 유명 화가가 사라지고, 그의 여동생이 사건을 의뢰한다. 이상과 구보는 화가를 찾아 해저 터널로 들어가는데…….



  『해섬마을의 불놀이야』는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집안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사망 사건과 이에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소문 그리고 오래 전에 있었던 비극적인 일이 밝혀진다. 가족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내가 내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살아가는 꼭두각시처럼 여겨졌을 지도 모르겠다.



  『문화주택에 사는 그림자 아이』는 가족 간의 불화가 빚은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레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여인과 아이들 때문에 부인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부모에게서 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대립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훈육과 사랑의 매, 그리고 체벌의 차이는 무엇이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후쿠오카의 지옥 온천여행』은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사건에 휘말린 두 사람을 그리고 있다. 수련을 온 명상 단체와 같은 여관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상은 그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기이한 의뢰를 하러 온 스님』은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는 주지 스님이 사라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산 속에 있는 사찰에 도착한 구보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전쟁은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걸 확인시켜준 단편이었다.



  『기적 소리와 함께 깨어난 야생화』는 기차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학회에 발표할 한국의 야생화를 갖고 가던 학자와 같은 칸에 앉게 된 두 사람. 그런데 갑자기 기차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희귀 야생화가 사라진다. 과연 누가, 왜 살인을 하고 꽃을 훔쳐갔을까?



  『경성 치과의사들의 비밀 의식』에서는 프리메이슨과 백백교가 등장한다. 이상과 구보가 어릴 때부터, 특히 이상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백백교의 교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조선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고 있는 나에게 그들의 의도는 괜찮았다. 하지만 의도가 좋아도 과정이나 수단이 옳지 않으면, 그건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백백교와 이상은 대립하게 되고, 구보는 엄청난 위험에 빠진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구보의 후손이라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은 그야말로 다재다능하고 천재적인 사람으로 나온다. 그냥 쓱 둘러보기만 하면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인맥도 곳곳에 닿아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논리적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지만 내 사람에게는 따뜻한 성격으로 표현된다. 그에 비해 구보는 소심하고, 남의 말에 잘 휘둘리고, 글이 안 풀려 징징대고, 겁 많고, 이상이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사건의 진상은커녕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하지 못한다. 이상이 너무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너무 미숙해보였다. 이럴 바에는 굳이 구보라는 실제인물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을 창조하는 게 낫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는 1,2권과 달리 마지막 이야기가 이상이 죽은 후 구보가 회상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패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백백교와 두 사람의 인연이 또 어떤 사건을 만들어낼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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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The Shape Of Water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7) (한글무자막)(4K Ultra HD + Blu-ray + Digital)
20th Century Fox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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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hape of Water, 2017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더그 존스







  애인님이 델 토로 감독의 광팬이라 당연히 봐야하는 작품이었다.



  1960년대, 언어장애를 가진 ‘엘라이자’는 비밀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다. 일하는 시간에는 ‘젤다’와 함께, 집에 있을 때는 이웃에 사는 화가 ‘자일스’와 함께 매일 매일 즐겁고 충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에 괴 생명체가 실려 온다. 인간형의 외모지만 온 몸이 비늘로 뒤덮여있고, 초록색의 피부를 가진 그 존재에게 엘라이자는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둘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연구소의 책임자인 ‘스트릭랜드’는 그 존재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엘라이자는 그 존재를 연구소에서 탈출시키려고 하는데…….



  영화의 분위기는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상당히 동화적이었다. 예전에 본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The City of Lost Children, La cité des enfants perdus, 1995’라든지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2004’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감독의 전작들도 거의 다 비슷한 분위기이긴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엘라이자는 그 존재에게 사랑을 느꼈을까? 그 존재만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녀는 과연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었을까? 그러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용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포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것을 핑계로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어쩐지 장점이라곤 없다고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이 하는 말 같은데, 그건 내가 비뚤어져서일까? 과연 상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면서, 자신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있긴 하는 걸까?



  그리고 이건 약간 스포일러 같지만, 엘라이자의 목에 있는 상처가 혹시 아가미라면, 그녀가 그 존재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동족에 대한 이끌림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본 것이 아니라,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옛말의 증거가 되는 게 아닐까? 어쩐지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왜 난 굳이 종족을 초월한 두 주인공의 사랑에 이렇게 이유를 붙이려는 걸까 의아해졌다. 역시 난 비뚤어져있는 모양이다.



  문득 동화 ‘인어 공주’가 생각났다. 이야기에서의 인어 공주는 왕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버려야 했다. 인어의 증표인 물고기 다리 대신 인간의 다리를 얻었고, 그 대가로 목소리를 잃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왕자의 사랑을 얻었는가? 그건 아니었다. 왕자는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 존재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인어의 모습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그를 알아봤다. 비록 둘 사이에 목소리를 통한 대화는 없었지만, 손짓과 몸짓 그리고 눈빛으로 상대방이 말하려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만약 이 영화의 두 주인공처럼 왕자가 눈치가 빨랐고 인어 공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했다면, 비극적인 결말은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역시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사랑에도 눈치가 필요한 법이었다. 둘 다 사람 사이의 관계니까 당연한 거겠지.



  영상이 예뻤고 설정은 신선했으며 이야기의 흐름도 재미있었는데, 어쩐지 ‘와, 재미있었어!’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가 없다거나 지루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괜찮다면서 한 번 볼만하다고 추천할 정도였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이 나에겐 치명타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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