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Haunter , 2013

  감독 - 빈센조 나탈리

  출연 - 아비게일 브레스린, 피터 아우터브리지, 미셸 놀덴, 스티븐 맥허티

 

 

 

 

 

 

  영화의 전반부를 보면서, 그냥 반항기라 뭐든지 마음에 안 드는 딸 리사가 툴툴거리는 걸로 생각했다.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밖으로 놀러갈 수도 없고, 집안일 시키는 엄마도 싫고, 세탁물의 옷이 없어졌다고 혼을 내는 아빠도 싫고, 게임만 하고 귀찮게 구는 동생은 마음에 안 들고, 뭐 그런 상황이라 여겼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매일 반복되는 이 생활이 싫다고 하는 부분에서, 사춘기 특유의 반항기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서 리사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와 가족들은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기억하는 건 리사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리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가족이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다가 누군가 집안에 있다는 걸 알아내고, 세탁기 뒤에 있는 비밀의 방을 찾아낸다. 그런데 그녀가 그런 행동을 시작하자, 이상한 일이 생긴다. 전화 수리공이라는 남자가 방문하고, 동생의 비밀 친구 에드가가 나타나서 리사에게 경고를 한다.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절대로 상관하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리사는 그 모든 비밀을 알아낸다. 자기 가족들은 오래 전에 이 집에서 살해당하고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령이었다. 이제 리사는 또 다른 가족을 살해하려는 악령에게서 그들을 구해내고, 가족과 함께 이 집에서 벗어나야한다.

 

  지금까지 본 저주받은 집에 대한 영화는 대개 그곳에서 사는 가족들이 악령의 존재를 깨닫고 도망가려는 게 많았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그 집에서 살해당한 영혼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살아있는 사람을 도우려고 하고 있다. 소재는 독특하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다. 왜 갑자기 이런 장면이 나오는 건지, 뜬금없이 튀어나온 저건 뭔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처음 퍼즐을 맞출 때는 어떤 그림인지 감이 잡히지 않다가, 어느 정도 맞추면 전체적인 모양이 예측 가능해진다. 그것처럼 이 영화도 한참 진도가 나가다보면, 왜 그 장면이 튀어나왔고 그런 대사가 나왔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나가면, 영화는 조금 지루해진다. 퍼즐을 다 맞추고 나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비밀을 알아버린 다음, 리사가 모든 일의 원흉인 악령과 맞대결하는 부분은, 그 전까지 극을 끌고 왔던 추진력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영화는 거의 주인공 리사의 일인극이었다. 그녀 혼자 우왕좌왕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물론 가끔 등장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악령 에드가도 있지만, 그는 주된 양념이었다. 영화 ‘싸인 Signs,2002’에서 볼이 통통하니 귀여웠던 꼬맹이가 이렇게 크다니……. 성인이 되면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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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13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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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두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재난의 사나이’와 ‘클라인의 탑’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앞선 12권의 우울함을 날려버릴 정도로 밝았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약간 어두웠다. 왜 두 이야기 다 즐거울 수 없냐고 투덜거렸다. 지난 12권은 너무 우울했단 말이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살인이 일어났는데 경쾌하고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살인 현장에서 웃고 떠들면 그게 제정신일까?

 

  ‘재난의 사나이’에는 전 세계 회사의 90%에 OS를 제공하는 알렌 소프트 회사의 알렌이 등장한다. 그는 너무 돈이 많아 주체할 수 없는, 그래서 언제나 뭔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직접 만드는,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유능한 비서 에리가 없었으면 아마 그의 회사는 이미 오래 전에 망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장난과 모험을 좋아한다. 그는 토마에게 자기네 회사로 들어오라는 억지를 부리며 강제로 내기를 건다. 바로 4월 1일 만우절에 자신을 속여보라는 것이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렘브란트의 그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장물일지도 모르는 그의 작품과 그 소유권에 대한 내용이었다. 유명 화가의 그림을 샀는데, 그게 도둑맞은 작품일지도 모른다면? 하지만 난 그런 사실은 하나도 몰랐다면? 과연 그림의 소유권은 누가 갖게 되는 걸까? 거기에 공해상에서의 법이라든지 선박의 소유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음, 이 작가는 진짜 대단하다. 이 모든 걸 다 알고 이야기를 만든 거잖아?

 

 

  두 번째 이야기 ‘클라인의 탑’은 약간 마음이 아팠다.

 

  ‘클라인의 병 Klein bottle’이라는 것이 있다. 입구와 출구가 하나로 이어진 병으로, 독일 수학자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안이라고 생각했더니 밖인, 물을 부을 수 없는 병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존재 자체가 신기한 그런 병이다.

 


  이번 이야기에 나온 탑도 그러했다. 입구에서 출구로 나오기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탑이 있다.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이중 구조로 되어있어 하나의 길로 탑 내부를 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엔 신기한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탑을 세운 사람이 안으로 들어간 후 갑자기 사라졌다가 1년 후 백골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탑을 공개해 마을을 부흥시켜보자는 촌장 일파와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는 소유주 할머니와의 다툼이 일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탑에서 목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상한 것은, 그 전에 그녀를 찾으려고 사람들이 탑을 수색했지만 그 때는 없었다는 점이다. 진짜로 그 탑은 저승으로 통하는 길목인걸까? 아니면 어떤 비밀이?

 

  심술쟁이 같지만 사실은 사람들을 걱정하고 지켜주고 있던 할머니. 속마음을 밝히지 않고 욕이란 욕은 다 들으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오해가 쌓이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니까.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꼭 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래, 말을 하자. 수다가 아닌 꼭 필요한 말을. 말하지 않아도 정을 느끼는 건, 초코파이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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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의 비밀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주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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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y Came to Baghdad, 195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다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티는 첩보물을 무척 좋아하는구나! 특히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우연히 길을 나섰다가 사건에 휘말리는 그런 구조를 좋아하는구나!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 로맨스는 필수 요소구나! 아하, 대충 두 번의 세계대전 전후에 특히 첩보물을 썼구나.


  크리스티가 쓴 첩보물이라면, ‘비밀 결사 The Secret Adversary, 1922’, ‘빅 포 The Big Four, 1927’,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The Seven Dials Mystery, 1929’, ‘죽음을 향한 발자국 Destination Unknown, 1954’, 그리고 ‘프랑크푸르트행 승객 Passenger to Frankfurt: An Extravaganza, 1970’ 등이 있다. ‘비밀 결사’에서는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나오고, ‘빅 포’는 포와로가 출연하고 있다. 나머지 두 책은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남녀가 등장한다. 흐음,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The Man in the Brown Suit, 1924’는 첩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이 발견되었다. 몇몇 이야기들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었다. 독일이나 러시아가 적대국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서로를 이간질시켜 평화를 깨려는 집단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게다가 그들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수상쩍은 단체였다든지, 세계 각국의 정부 요직에 침입해있다거나, 젊은 세대를 선동하는 등등의 방법이 비슷했다. 그래서 혹시 이들이 상대한 조직이 사실 하나이고, 그들을 각개격파로 깨부순 사람들의 활약을 따로따로 책으로 낸 게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정도했으면, 대충 이 이야기가 어떤 스토리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렇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집도 절도 없는 한 여성이 우연히 만난 운명의 남자라 생각되는 사람을 따라 바그다드로 가는 설정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상한 일을 겪고, 뜻하지 않게 첩보전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입만 열었다하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여주인공의 특이한 성격이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을 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주인공은 거짓말을 그렇게 잘하면서, 한편으로는 남을 잘 믿는다. 내가 그녀처럼 남들에게 거짓말을 잘 하고 다니는 편이라면, 남들도 나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의심할 텐데……. 그렇지 않나? 나만 그런 건가? 나만 이상한 건가? 하여간 그녀가 남들의 얘기를 철석같이 믿고 위험한 상황에 몸을 내던지는 걸 보면서, 어딘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도 다른 감상문에서 쓴 것 같지만, 결과가 좋으면 중간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다 좋다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기위해 양치기 소년과 양들은 죽어갔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거짓말 때문에 위기에 처하기는커녕 해피엔딩을 맞았다. 양치기 소년과 양들만 불쌍하다.


  크리스티의 첩보물은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데,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을 잘 엮으면 어쩐지 대작이 하나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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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12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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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가끔 어디까지 읽었는지 까먹는 큐이디 시리즈이다. 도서대여점이라는 곳을 아주 가끔 가기에, 그 때마다 몇 권 읽을 차례냐고 주인아주머니에게 여쭤봐야 한다. 음, 이제 12권이라니 언제 다 읽을지 모르겠다. 추리물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할 여러 가지를 던져주는 책이라 꾸준히 읽고는 있는데, 모르겠다. 코난이나 김전일 시리즈처럼 언제 던져버릴지는……. 개인적으로 소설책은 아무리 시리즈라고 해도 10권을 넘기지 않고, 만화책은 20권을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는 단편 하나와 중편 하나가 들어있다.

 

  우선 ‘은하의 한 구석에서는’은 단편인데, 만화에 나오는 추리 트릭이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종이를 가져다가 실습까지 해보았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약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뭔가 잘못 한 걸까?

 

  외계 생명체의 존재 유무에 대한 토론회에서 한 장의 오래된 고문서 한 장이 공개된다. 무척 기괴한 형상과 낯선 문자 비슷한 것이 마구 적혀있는 문서였다. 그런데 그 문서가 사라진다. 모든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 공개된 항구의 창고에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가나를 돕기 위해 토마가 나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그 사람이 토마에게 뭐라고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결국 문서를 찾았으니, 이제 고고학회에 연도 측정을 의뢰한다든지 본격적인 연구를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설마 혼자 독차지하고 싶었는데, 토마 때문에 틀어져서 화가 난 걸까? 하지만 그가 ‘존바르 분기점’ 운운한 걸 보면, 혼자 가지려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 하여간 좀 마음에 안드는 에피소드였다.

 

  이어진 중편은 언젠가 읽은 세일럼에서 있던 재판을 다룬, ‘마녀의 손 안에’의 뒷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에서 광신도들에 의해 어니 검사가 사망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게다가 토마는 아무런 말도 없이 미국으로 떠나버리고, 그곳에서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경찰과 언론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때문에 토마의 여동생인 유우와 로키 그리고 가나가 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과연 어니 검사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죽이는 건 누굴까? 어니 검사의 원혼일까? 아니면 진짜 토마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일까?

 

  범인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공감할 순 없었다.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었고. 뭐랄까, 그 사람은 온 세상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서 그런 짓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인생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듯이,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른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길이 올바르게 보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다른 관점으로 보면 굽어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어니 검사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작가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진실이 반드시 진실인 경우는 없다. 남에게는 악이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뉴스를 보면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여러 단체들의 행동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건,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상식적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변장을 했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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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딱 보이는 비주얼 백과
유엔제이 옮김 / 예림당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 - 유엔제이





  지난달에 막내 조카 생일이 있었다. 고모는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언제나 선물이 책이다. 큰 조카도 그랬고, 둘째 조카도 그랬다. 막내 조카는 처음에는 왜 장난감이 아니냐고 했지만, 형과 누나가 자기들도 다 책이었다니까 이젠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다. 요즘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찜해놨다가 넌지시 힌트랍시고 준다. '요즘 이게 유행이라던데.' 내지는 '고모는 이 책 알아? 읽어봤어?' 이런 식. 유치하지만 재미있다.


  게다가 워낙에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꼬꼬마 열두 살이라, 별의별 곳에 관심을 다 두고 다닌다. '이거랑 저거는 누가 더 커? 어떤 게 더 오래 살아?' 막 이딴 질문만 해대서,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는 것을 알려줬다. 뭐, 그렇다고 질문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궁금한 게 많은 아이에게 뭐가 좋을까 검색을 하다가, 이 책을 찾았다.




  선물을 받은 막내 조카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하고 탄성을 지르더니, 꼼짝도 않고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뿐인가, 그 두꺼운 책을 학교 독서 시간에 가져갈 정도였다. 자기 말로는 학교 독서 시간에 읽을 거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다른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어릴 적에 아빠가 새 책을 사주시면 그랬으니까. 짜식, 쓸데없는 건 닮아가지고.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냐 물었더니, 책을 펼치자마자 한 눈에 딱 들어오는 사진이라고 한다. 그냥 글자로 '몇 배 무겁습니다.'라고 하면 잘 와 닿지 않는데, 이렇게 그림과 숫자로 보여주니 확실히 느낌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모, 난 이게 이럴 줄 몰랐어.'라면서 여기저기 넘기면서 보여준다.




  확실히 사진과 그림만으로도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책은 우주, 지구, 인간과 생물, 기술 등의 분야로 나뉘어져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동안 나도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들에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했다. 목성이 지구보다 큰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클 것이라 생각도 못했고, 공룡의 크기가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의 인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조카는 물론이고 반 친구들이 신나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어중간하게 아는 단계이고,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니까. 지금까지 고모가 준 선물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다행이다.




  혹시 이 글을 출판사에서 본다면, 다음번에는 최초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책을 만들어줬으면 하고 빌어본다. 요즘 또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서…….


  저자의 이름이 독특해서 찾아보니, '도서 전문 번역 회사로, 세계 여러 나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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