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비밀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주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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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y Came to Baghdad, 195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다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티는 첩보물을 무척 좋아하는구나! 특히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우연히 길을 나섰다가 사건에 휘말리는 그런 구조를 좋아하는구나!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 로맨스는 필수 요소구나! 아하, 대충 두 번의 세계대전 전후에 특히 첩보물을 썼구나.


  크리스티가 쓴 첩보물이라면, ‘비밀 결사 The Secret Adversary, 1922’, ‘빅 포 The Big Four, 1927’,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The Seven Dials Mystery, 1929’, ‘죽음을 향한 발자국 Destination Unknown, 1954’, 그리고 ‘프랑크푸르트행 승객 Passenger to Frankfurt: An Extravaganza, 1970’ 등이 있다. ‘비밀 결사’에서는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나오고, ‘빅 포’는 포와로가 출연하고 있다. 나머지 두 책은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남녀가 등장한다. 흐음,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The Man in the Brown Suit, 1924’는 첩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이 발견되었다. 몇몇 이야기들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었다. 독일이나 러시아가 적대국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서로를 이간질시켜 평화를 깨려는 집단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게다가 그들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수상쩍은 단체였다든지, 세계 각국의 정부 요직에 침입해있다거나, 젊은 세대를 선동하는 등등의 방법이 비슷했다. 그래서 혹시 이들이 상대한 조직이 사실 하나이고, 그들을 각개격파로 깨부순 사람들의 활약을 따로따로 책으로 낸 게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정도했으면, 대충 이 이야기가 어떤 스토리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렇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집도 절도 없는 한 여성이 우연히 만난 운명의 남자라 생각되는 사람을 따라 바그다드로 가는 설정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상한 일을 겪고, 뜻하지 않게 첩보전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입만 열었다하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여주인공의 특이한 성격이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을 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주인공은 거짓말을 그렇게 잘하면서, 한편으로는 남을 잘 믿는다. 내가 그녀처럼 남들에게 거짓말을 잘 하고 다니는 편이라면, 남들도 나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의심할 텐데……. 그렇지 않나? 나만 그런 건가? 나만 이상한 건가? 하여간 그녀가 남들의 얘기를 철석같이 믿고 위험한 상황에 몸을 내던지는 걸 보면서, 어딘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도 다른 감상문에서 쓴 것 같지만, 결과가 좋으면 중간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다 좋다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기위해 양치기 소년과 양들은 죽어갔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거짓말 때문에 위기에 처하기는커녕 해피엔딩을 맞았다. 양치기 소년과 양들만 불쌍하다.


  크리스티의 첩보물은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데,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을 잘 엮으면 어쩐지 대작이 하나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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